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담당 국장.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담당 국장.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외교가 실패할 때를 대비해 최대압박의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에릭 브루어 전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국장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북 협상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브루어 전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백악관에서 '최대압박' 작전 수립과 이행에 참여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먼저 '최대압박'과 관련해 당시 설정했던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브루어 전 국장) 분명한 목적은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는 북한에 더 큰 외교적, 경제적 대가를 치르도록 하자는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김정은이 계산을 바꿔 핵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핵 역량을 폐기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 지 딱 1년이 됐는데요, 최대압박 작전의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평가하십니까?

브루어 전 국장)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험이 중단된 건 분명한 이득이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는 우리가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길에 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또 개인적으론 지금은 비핵화가 요원하다고 판단합니다. 최대압박의 목표는 비핵화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충분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면 북한 핵 역량을 제한하거나 감축할 수 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아마도 비핵화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은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그것들이 비핵화를 향한 실제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기자) 어떤 점에서 그렇게 평가하십니까?

브루어 전 국장) 그동안 북한이 취한 조치들은 그들에겐 값싼 것들이었습니다. 또 일부는 되돌릴 수 있는 조치였죠.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이용해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고, 대북 압박을 느슨하게 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려는 건 아닌지 지금 상황이 걱정됩니다. 북한은 일련의 실무 협상을 거부하고, 보류하고 있습니다. 비핵화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선 실무진의 만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곳으로 갈 수 있을지 서로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앞서 최대압박이 침식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도전들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브루어 전 국장) 도전은 여러 곳에서 오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이 어느 정도 제재 이행을 느슨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관계 진전에 매우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은 압박 작전에 중요한 파트너와 동맹입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관계 변화도 도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좋아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일부 상반된 정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핵 포기 의지를 진지하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들은 미국 정부 관리들이 다른 국가들에 대북 압박을 촉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 그동안 최대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면,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브루어 전 국장) 그런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미국 등이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유인책이 비핵화를 이끌기보단 오히려 우리의 지렛대를 약화시켜 비핵화 목표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봅니다. 또 지금의 외교가 실패할 경우 트럼프 정부에 남은 옵션이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도 압박의 동력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협상 전략을 제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서 핵무기가 모두 제거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요. '단계적 접근' 방식을 고려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즉 북한의 추가적 조치에 상응하는 약간의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대압박'의 침식을 늦추고, 압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지대'도 유지하자는 겁니다. 특히 한국과 '워킹그룹'을 가동한 것처럼, 중국과도 제재 이행과 관련한 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미국 스스로도 외교적 노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더 취할 수 있는 압박이 있을 겁니다. 

기자) 미-중 '실무그룹' 가동을 제안하셨는데요, 어떤 형태를 말하는 건가요? 또 두 나라는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입장이 다른데, 이런 메커니즘이 생산적일지 의문입니다. 

브루어 전 국장) 몇 가지 다양한 '레벨'로 구성할 수 있을 텐데요, 제재 이행 등 북한 비핵화에 대해 서로의 의제와 우려 사항을 놓고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 구축을 의미합니다. 북한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진행형인 중요한 이슈 아닙니까? 또 중대한 우려 사항입니다. 사실 중국은 최대압박 작전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했습니다. 서로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을 수 있다면 앞으로 직면하게 될 문제를 미리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은 항상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기자) 앞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북한이 먼저 어떤 조치를 시작해야 하고, 그럴 경우 무슨 상응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브루어 전 국장) 출발점으로, 북한이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에 대한 신고와 관련 시설을 일부라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치라면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고, 일부 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들은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다만 이란과 같은 상황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겁니다. 즉 북한이 합의한 특정 조치를 취하고 이것을 검증하고 난 뒤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겁니다. 물론 다른 제재는 남겨 놓고 말이죠. 또 이란의 경우처럼, 만일 합의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제재가 즉시 복구되도록 하는 '스냅백(snapback)' 메커니즘을 북한 비핵화 과정에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북한이 미사일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또 나왔습니다. 싱가포르 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며, 새로울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브루어 전 국장> 물론 이런 보도가 놀랄만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움직임들이 적어도 우리가 김정은의 발언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되새겨 봅시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핵탄두들과 탄도로켓을 대량생산하고 실전배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보도된 북한의 미사일 기지 관련 활동은 김 위원장의 이 말과 맥을 같이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핵무기와 미사일 역량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움직임이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을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 약속이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와 같은 모호한 표현들이었기 때문이죠.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1차 싱가포르 회담을 보완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브루어 전 국장)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실무회담에서 일정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서 합의하고 서명할 것을 먼저 실무 협상에서 도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 형태의 만남과 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불과 몇 주간의 만남을 통해서 비핵화로 갈 수 있는 어떤 확실한 로드맵이 나올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아주 긴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런 만남을 통해서 미국과 북한이 각자가 넓은 의미에서 원하는 목표들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그것을 종이에 쓰고, 각자 취해야 할 조치들의 순서와 배열 등을 논의하는 겁니다. 또 서로 동의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도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을 실무협상에서 논의한 뒤 로드맵이나 원칙과 목표를 담은 성명 등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에서 합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자신들이 문서화 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 핵 협상에서도 이와 유사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합의에는 핵 시설 사찰 대상, 일정 등과 같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 담을 필요는 없습니다. 더욱 광범위한 의미에서 협상의 조건들, 궁극적으로 이루게 될 합의가 어떤 형태가 될지 등을 좀 더 분명하게 하자는 겁니다.

기자) 앞서 외교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실패 가능성을 높게 보시는 건가요? 

브루어 전 국장) 지금 나타나는 여러 징후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징후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이 닫힐 수도 있다"는 신호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서 핵무기를 모두 제거할 때까지 어떤 제재 완화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지금 어떤 실무 협상도 임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만간 외교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지금까지 에릭 브루어 전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국장으로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압박 작전과 북핵 협상 전망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박형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