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건물.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 건물.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가 북 핵 문제의 단계적·포괄적 접근과 남북관계 병행 발전을 강조하는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전 정부와는 달리 통일과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언급은 줄이고, 인도적 문제 해결과 남북 간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3일 발표한 제3차 남북관계 발전의 기본계획 비전은 “평화 공존과 평화 번영”입니다. 

오는 2022년까지 이런 비전을 토대로 북 핵 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 정착,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신경제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의 핵 문제는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통한 진전과 남북관계 선순환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남북관계와 북 핵 문제를 병행 진전시키겠다는 접근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겁니다. 

아울러 5대 원칙 가운데 첫째로 “우리 주도의 한반도 문제 해결”과 “상호 존중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도 민족자주의 원칙을 강조한 지난 4·27 판문점 선언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이밖에 7대 중점 추진 과제로 남북대화 정례화·제도화를 통한 남북관계 재정립, 인도적 문제 해결 추진,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 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비핵화 관련 ‘단계적·포괄적’ 접근이 과거 ‘고르디우스의 매듭 자르기’ 등을 강조한 ‘톱 다운’식 일괄타결 해법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 남북관계 발전위원인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VOA’에 단계적과 포괄적은 여러 의미를 연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위원] “비핵화와 연동해서. 왜냐하면 대북 제재국면이 유지되는 한 별로 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점진적으로 가겠다는 거고. 포괄적이란 것은 한반도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프로세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세 가지를 연동해서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게 포괄적입니다.”

한국 통일부도 이와 관련한 해명 자료에서 ‘단계적·포괄적’ 접근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 연설부터 일관되게 제시했던 북 핵 문제 해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서로 추동·진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해 북 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런 ‘단계적·포괄적’ 방식이 박근혜 정부 당시 수립한 2차 기본계획이 내포한 사실상의 ‘선비핵화’ 기조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단계적·포괄적’ 방식은 북 핵 문제가 처음 불거진 1991년부터 한국 정부가 계속 유지했던 것으로 과거와 다른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성훈 전 원장] “사실 지금 기본계획에 나와 있는 스탠스는 1991년도 북한 핵 문제가 터진 이후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스탠스입니다. 비핵화 외교하면서 주고받고 협상하면서 단계적이고 포괄적으로 해 보겠다고 하는 것은 김영삼 정부부터 다 나왔던 얘기들이에요. 저는 오히려 그렇게 해서 안 됐는데 왜 또 안 된 정책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 이 정부가 과거와 특별히 다른 북 핵 정책을 쓰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발표된 제2차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을 보면 “‘북 핵 불용’의 확고한 원칙 하에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 북한이 핵 포기 견인”, “평화를 만들기 위해 남북 및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모델 추진” 등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에 관해 통일부 남북관계 발전위원인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출한 것으로 과거와 큰 차이가 없고 의미도 크게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지난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앞서 비핵화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식의 강조점이 있는 게 아니에요. 통일부가 정책의 일관성!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실제로 많이 반영이 됐습니다.”

기본적이고 전반적인 맥락을 밝힌 것으로 실제 정책과는 다를 수 있고, 국회 통과를 위해서 기본방침만을 밝히는 게 통상적이란 겁니다.

지난 2차 계획과 이번 계획의 가장 큰 차이는 통일과 북한의 인권 문제 개선에 관한 언급이 축소되고, 북한 정권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이 빠진 겁니다.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위원은 “통일을 장기적 목표로 설정하면서 실현가능한 협력체제 구축과 경제통일을 먼저 추진한다는 의미”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위원] “가장 큰 이 정부의 특징이 뭐냐하면 통일은 현실적으로 당장 불가능하다는 것. 당장 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도 않고. 양측 간 체제나 경제력 격차 등 여러 가지를 볼 때. 따라서 문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의 통일이에요. 그 것의 핵심이 경제통일입니다. 상호 윈윈하는 관계를 가져가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경제발전에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남북관계 경제발전 등 실현가능한 것들에 주력하는 대신 통일에 대한 언급을 줄이고 있다는 겁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을 강조한 게 통일을 당장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관심이 적어진 한국 국민에게 통일 열기를 고취하고 통일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통일 준비위를 만들어 대비한 것이지 흡수통일을 추진한 게 아니”란 겁니다. 

전성훈 전 원장은 오히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일어난 사실을 삭제한 게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더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성훈 전 원장]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북한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도 잘못된 정책을 시정하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우리가 끌어나가는 대북정책을 펴야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천안함과 연평도가 빠진 것은 부족한 면이 있어요.”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지난해까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던 상황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기본계획에 담긴 표현이 아닌 방향성을 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새 기본계획에서 인권 등 북한이 민감해하는 사안보다 인도적 문제 해결 추진과 북한이탈주민 생활밀착형 정착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조한범 위원은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대북관계에 있어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위원] “신속하게 일단 비핵화를 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면 그 자체가 북한 인권의 개선에 좋은 여건을 마련할 것이고. 북한이 어느 정도 보편적 기류를 따르게 되면 우리도 그 때부터 인권에 대해서도 세계적 기준을 북한에 적용하도록 설득하고 견인해 줄 수 있는 겁니다. 현실적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요.”

하지만 대북인권단체들은 북한 내 인권 문제가 개선될 때 비핵화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와 인권, 남북관계 개선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