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11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마지막으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29일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모습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 정권이 지난 1년 간 도발을 중단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주체 106,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 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이 화성-15형의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핵 무력 완성’을 발표한 지 1년. 북한은 이후 핵·미사일 도발을 멈춘 채 대화에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없는 지난 1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착 국면에 빠진 비핵화 협상 때문에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지낸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지난 1년은 북한이 적어도 새로운 길로 나아가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기정 교수] “1년 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멈췄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란 의미가 있고 이것을 북한이 1년 동안 실천적으로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불신의 1년이었겠지만, 지금 여러 상황을 비춰볼 때 북한의 1년은 대단히 큰 결심의, 스텝의 1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연장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기정 교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반도의 평화 공존에 대해 한쪽은 좀 속도를 빠르게 가고 싶어 하고 한쪽은 속도를 조절하고 싶어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고 이 시기 동안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스텝들을 밟아나가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가 올 것 같은데, 신뢰는 어느 한편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신뢰는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 모두 노력을 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북아평화협력포럼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니클라스 스완스트롬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소장도 지난 1년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완스트롬 소장] “What is the next step? How do we consolidate this and of course also build more concrete steps.."

다음 행보는 무엇인지, 어떻게 이런 긍정적 상황을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으로 구체화할 것인지를 일방통행 도로가 아닌 다양한 대화 노력을 통해 모색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려대학교의 남성욱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발을 멈춘 것은 새로운 길보다는 미국의 최대 압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때문에 이뤄진 것이란 배경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결과에 따라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때문에 (도발 중단을) 했는데, 관리는 됐지만, 비핵화로 가는 초기 단계에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내년도에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의 갈림길이 될 것이고 거기서 터닝포인트를 못 찾으면 미사일 발사는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발 중단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이유가 하나는 협상 차원에서 평화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일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도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기술을 마무리하고 도발하지 않으며 대화하면서 가능하면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고 주변환경을 개선해 나가면 그게 곧 파키스탄식 핵 보유로 갈 수 있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변화 의지가 크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중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는 비핵화 전에 제재 해제는 절대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과 더불어 한국을 통해 기대했던 대북 제재 해제도 여의치 않자 미국과 한국 모두에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세종연구소의 우정엽 안보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우정엽 실장]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정책적 방향을 갖는 것은 맞는데, 문제는 남북관계의 진전이란 게 아직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죠. 북한도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어느 부분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북한도 남북관계 진전이란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의 타개를 위해 어디까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의 변화 의지를 미국이 너무 과소평가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남대학교 극동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28일 토론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문제 등과 관련해 과거와 같은 어려운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약속을 굉장히 지키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했고, 우리 남쪽 사람들에게 약속했고 세계인들에게 약속하고 있는 겁니다. 가능하면 비핵화하겠다. 전쟁 더이상 하지 않겠다. 하지만 체제안전과 관련된 그런 조건은 미국이 들어달라. 그 요구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북한이 다시 약속을 이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행하도록 할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은 순전히 미국과 우리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보고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비핵화 전에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주미 한국대사를 지낸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 토론회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면서 제재와 억제를 유지하겠다는 전략과 목표를 매우 일관되게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호영 총장] “Both in terms of policy as well as in terms of action, the United States have been very consistent…”

가령 미국은 북한과 전쟁 등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해 8건의 독자 제재를 부과한 반면 북한과 대화에 나선 올해는 지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만 7건 등 모두 10건의 제재를 부과하는 등 상황에 관계없이 매우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서지 않은 채 이런 미국의 비핵화 협상 기준이 낮춰지도록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미국 국민에게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어 대화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많은 전문가는 그러나 북한 정부가 조만간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계속 받기 위해 시간을 벌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저는 당분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도발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 정권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외교적·경제적으로 돕는 현 상황에서 도발을 재개하면 두 나라가 북한을 지원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는 겁니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스완스트롬 소장도 북한의 도발 재개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스완스트롬 소장] “I think it’s extremely small because this current situation is actually, extremely beneficial for the DPRK…”

남북협력이 증대되고 있고 국제사회의 기대도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한다면 북한 정권의 안전을 오히려 약화하는 무모한 행동이 될 것이란 겁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가 장기화 할 경우 미-북 간 위기 상황이 다시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