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확대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북한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 언론들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대한 미-북 간의 근본적인 해석 차이가 협상을 답보 상태로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더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미 관리들을 논의에서 배제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과 잘 되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두 번째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인색합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2일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졌으며, 미국은 협상에서 얻은 것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동북아의 긴장이 해소됐고 북한의 도발이 멈췄지만, 미국의 핵심 목표인 비핵화에서는 더 멀어진 것 같다는 게 전문가와 전직 관리들의 평가라는 겁니다. 

또 일부 국무부 관리들은 실무협상마저 중단될 수 있다고 말한다며, 북한이 실무자들과의 회담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최고의 협상을 맺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 정부 관리들을 상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첨단 전술무기 실험을 시찰했으며, 핵물질 생산을 지속하고 미사일 기지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북한의 '몸값 높이기'로 풀이했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내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들을 점점 늘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도전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도 그렇게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론 미-북 협상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공영방송 'NPR'은 이런 교착 상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에서 찾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약속만 있고, 구체적인 과정이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 것을 문제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주지 않으면서, 아무런 진전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과거 소련과 군축 협상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모두 이런 방식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은 협상이 계속 답보 상태에 빠지면, 북한이 먼저 나서 중국과 한국 등에 제재 완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핵 전문가인 스탠포드대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는 김 위원장은 경제 발전을, 트럼프 대통령은 큰 외교적 승리를 바라고 있는 만큼 여전히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집요한 외교"가 뒷받침 돼야 했었다며, 양측 모두 신뢰구축과 비핵화 조치를 계속 주고받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비핵화 목표 달성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해커 박사는 말했습니다. 

영국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22일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놓고 '동상이몽'에 빠져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최소한 비핵화에 관한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이미 상당한 조치를 한 만큼 미국이 행동에 나설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해석의 차이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때가 싱가포르 회담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폼페오 장관의 3차 방북이라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오 장관이 북한에 핵시설 폐기 시간표나 핵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이를 '강도 같은 요구'라고 비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외교위원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실무회담을 통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보충하길 원하지만, 북한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폼페오 국무장관과 볼튼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관리들을 옆으로 밀어 넣으려 끊임없이 시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조차 자신의 참모들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신문은 그래도 "희망의 광선"이 있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국제 사찰단 수용에 동의했고, 펜스 부통령도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 없이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 점을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먼저 큰 양보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교착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여전히 모색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여전히 '협상의 달인'으로 보이기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을 다시 만나, 북한이 사찰을 수용하면 일부 "상징적인 대가"를 제안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임기가 제한된 만큼 시간이 전적으로 북한 편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은 제재를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고, 하지만 미국과 무역 분쟁 중인 중국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북 긴장이 다시 고조될 위험은 여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