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이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연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대로 올해 안에 서울을 답방할 수 있을까?

한국의 전문가들은 비관적이지 않지만, 쉽지도 않다는 신중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위원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지연되면서 남북한 정부 모두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북-미 간에 정상회담이 미리 있고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남한을 답방하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인데 이 게 뒤로 밀렸기 때문에, 그런데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연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고민에 좀 빠진거 죠. 연내라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고 순리대로 순연, 분위기 좋을 때 (김 위원장이) 올 것인가? 아니면 상황이 나쁘니까 오히려 남북은 전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답방을 실현할 것인가? 그 두 가지를 놓고 좀 고민 중인 것 같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조성렬 수석연구위원도 북-미 관계 진전이 뒷받침돼야 4차 정상회담도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한국 답방이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성과를 거둬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려서 핵 문제에 대해 원칙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북-미 정상회담이 지연되니까 (한국 답방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미-북 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남북이 긴장 완화 외에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남북한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국 정부가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당장 답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손기웅 전 원장] “ 한 번 밖에 없는 남한 답방에서 큰 성과없이 하기에는 본인이 부담스러울 겁니다. 우리가 지금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한미협의체가 돌아가고 있고. 철도 연결 그런 게 김정은 위원장에게 물질적인 대가가 아니잖아요. 김 위원장이 요구하는 것은 관광 사업, 자원을 가져가든, 인력을 송출하든 뭔가 외화를 만질 수 있는 게 돼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다 손발이 막혀 있어서…”

한국 정부는 그러나 대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달 초 기자들에게 “상황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이 조기에 답방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북-미 정상회담과 꼭 연결해서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협의가 착착 진행되고 있어 연내에 답방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가능하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남북정상회담이 올해 연내 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린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장관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임을 지적하며, 답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런 발언은 남북한이 오히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교착 상황에 놓인 미-북 비핵화 협상을 타개하고 협상을 촉진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사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김 위원장과 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오히려 최근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제재, 남북관계 등을 논의할 미-한 워킹그룹을 향해 남북관계를 파탄 내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러나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계획 진전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현재로서 변화된 내용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아울러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남북관계가 비핵화보다 앞서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취지의 발언에 대해 “북-미 관계도 속도 내자는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성렬 위원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개선을 동시에 견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한-미 워킹그룹도 만들었고. 기본적인 목적이 일방적인 남북관계만 발전시키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결국 한-미 공조를 통해 비핵화를 실현하고 그 토대 위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하니까 당연히 남북관계가 연동이 되죠."

김준형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불만 등 여러 부정적 기류로 인해 내부에서 한국 방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미국이 저렇게 나올수록 오히려 남북이 단합된 모습으로 달려가는 게 낫느냐! 아니면 지금 이 상황에서 태극기 집회도 있고 자기들의 최고존엄이 (한국에) 내려와서 위험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계속 반대하는 데 자기가 계속 밀어붙였다고 얘기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그 반대가 더 심해졌을 겁니다. 가서는 안 된다고. 미뤄야 한다고 했을 텐데. 그러니까 아직은 (김 위원장이) 결정을 못 한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시간에 느긋한 편인데 남북이 일찍 시간표를 제시한 게 오히려 발목을 잡는 상황 같다며, 김 위원장의 한국 답방 시기도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갔듯이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북 관계나 비핵화와 관계없이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 존엄을 훼손할 수 있는 서울 답방을 조만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석우 전 차관] “김정은이나 김 씨 일가의 통치는 일본의 과거 천황처럼 완전무결해야 합니다. 절대 반대가 나오면 안 되죠. 북한에서는 이것을 다 통제할 수 있으니까 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죠. 하지만 한국사회는 아무리 정권이 그쪽을 평화의 사도로 얘기하더라도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반대 의견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올 수 있는데, 여기 왔을 때 그런 반대 의견들이 제대로, 막는다고 하더라도 터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소위 완전 신적 존재라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얻는 것보다 잃어버릴 게 많지 않나. 그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닐까.”

실제로 한국 내 보수 진영과 인권단체, 탈북민 단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적어도 국군포로 송환과 억류 중인 한국인 석방, 정치범 수용소 해체 등 인권 개선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그의 한국 답방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