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자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선박 패티잔 호가 15일 중국 저우산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패티잔 호는 부산항을 목적지로 입력했지만, 실제 부산항으로 향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자료제공=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미국 독자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선박 패티잔 호가 15일 중국 저우산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패티잔 호는 부산항을 목적지로 입력했지만, 실제 부산항으로 향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자료제공=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일부 선박이 여전히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독자 제재 선박이기 때문에 입항은 가능하지만 이들 선박과 거래하는 나라와 기관, 개인들에는 2차 제재의 위험성이 뒤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선박 101척 중 위치가 확인된 선박은 모두 12척입니다.

VOA가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살펴 본 결과 자국에 머물고 있는 5척의 선박을 제외한 7척의 선박이 최근 일주일 사이 다른 나라 항구나 공해상에서 발견됐습니다. 

선적별로는 북한과 러시아 선적 선박이 각각 2척씩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과 벨리즈, 코모로스 선적의 선박이 1척씩이었습니다. 

북한 선박들은 화물선인 ‘청운’ 호가 지난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정박한 기록을 남겼고, ‘고산’ 호는 지난 8일 일본 후쿠오카 인근에서 항해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 깃발을 달고 있는 2척의 선박은 지난 8월21일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패티잔’ 호와 ‘세바스토폴’ 호입니다. 

이중 ‘패티잔’ 호는 16일 중국 저우산 인근 앞바다를 운항하다 현재는 자취를 감췄는데, 당시 목적지를 ‘부산’으로 입력한 상태입니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가 발표될 당시 부산항에서 수리를 받고 있던 ‘세바스토폴’ 호는 아직까지 부산 앞바다에 머물고 있습니다. 

‘세바스토폴’ 호는 한국 정부로부터 지난 10월 초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받은 뒤 하루 만에 풀려난 바 있는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부산 항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VOA에 “세바스토폴 호는 억류 상태가 아니며 언제든 출항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 나머지 선박들은 중국과 필리핀 인근 바다에서 발견되는 등 활발한 운항 흔적이 남았습니다. 

VOA가 추적한 7척의 선박들은 모두 미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 목록에 오르는 방식으로 독자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입장에선 특별히 입항을 금지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미국이 독자제재 명단에 올린 선박의 입항을 허가할 경우 ‘2차 제재’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냈던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제재 선박이 입항 후 벌이는 모든 활동은 ‘미국 달러’ 거래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entity that is unloading the ship...”

선박의 하역 작업을 하거나, 주유를 하는 회사, 또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회사들은 모두 미국 달러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금융기관과 연계된 계좌를 이용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해당 자금을 동결하고 몰수하는 것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고 스탠튼 변호사는 밝혔습니다. 

여기에 관련자들이 거래하는 은행이 미국 금융시스템과 연결돼 있다면, 이 은행에까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재무부가 제재 대상을 지정할 땐 왜 그 선박이 제재됐는지 근거를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 Treasury designations always explain...”

그러면서 이는 문제의 선박에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근거’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이런 근거가 있을 때 각 회원국들이 문제의 선박을 억류하고,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미국 제재 선박의 입항을 허용한다면, 이런 과정 또한 병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미 재무부에서 태러금융 분석관으로 활동했던 조너선 셴저 민주주의진흥재단(FDD) 선임부소장도 각 나라들이 미국 제재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즉각 위치정보를 미 재무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무부의 제재 선박과 거래를 한다는 건 그 대상이 정부나 개인 혹은 사업체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큰 위험이 따른다며 “어떤 누구도 미국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외자산통제실의 조사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셴져 선임부소장은 미국의 제재 시스템은 위반을 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가장 중대한 결과를 낳도록 만들어져 있다며, 스스로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