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회담하는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회담하는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8일 뉴욕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었던 두 사람의 회담은 결국 연기됐다.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것과 관련해 양국이 여전히 비핵화와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는 뜻이라며, 교착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만남을 통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I don’t think North sees any possibility of progress in a meeting with the US. The North Koreans are thinking of reciprocal steps by USA and the USA is taking the position of that the North Koreans must take all the steps of denuclearization before the US takes any steps either in the political process of normalization or in the relief from sanctions.”

갈루치 전 특사는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과정이나 제재 완화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회담을 열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는 진단입니다. 

앞서 국무부는 이날 헤더 노어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폼페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으며, 양측의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회담이 미뤄진 것은 양측이 커다란 시각차 때문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The meeting was delayed because both sides realized they couldn’t make significance progress, given the major differences of view.”

그러면서 고위급 회담에 앞서 실무자 간 협상이 먼저 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이 전 차석대표]”There needs to be lower level, you know we have a Special Representative who prepared to meet with Choi Sun-Hui and I think that’s what needs to be done. There needs to be work at the level so that when you have your principles, your Secretary of State and Vice Chairman Kim meeting, they know what the agenda is, they have a sense of where they want to go with the issue, but unfortunately the lower level meetings have not taken place.”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대표가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둘의 만남이 성사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 간의 실무 협상을 통해 원칙을 이끌어 내야 폼페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만났을 때 의제가 무엇인지, 또 관련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개념이 생길 텐데, 불행히도 실무자 간 만남이 열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위급 회담 예정일 바로 전 날, 회담이 연기된 것을 두고 북한이 협상 전술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입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think it is part of the typical pre-summit negotiation and North Korea using this as a tactic.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연기하며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정상회담 전' 협상의 일부라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고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North Koreans are playing hardball. They are determined to force US to change its posture and to ease sanctions before North Korea meets the denuclearization goal. North Korea thinks that they can persuade Trump to make concession because it is his interest in having another summit.”

북한은 미국의 입장을 선 제재 완화, 후 비핵화 쪽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기로 결심했다는 겁니다. 

가시적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여는 것이 미국 측에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문이 없는 만큼, 폼페오 장관도 북한 당국자를 만나기 전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re’ no agreement on denuclearization and so before you have the Secretary of State going to see the North Koreans, he better has some understanding of what the outcome is going to be.”

따라서 이번 회담이 미뤄진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s probably good thing because I think it’s pretty clear that the time of the administration telling us this progress, telling us they’re working on things, that time’s over. “

미 행정부가 북한과 진전을 이뤘고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할 수 있던 때는 이미 지났다는 지적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국무부가 회담 연기 사실을 알리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를 다시 상기시킨 건 현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얼마나 모호한 약속을 했는지 보여줄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don’t think it’s wise to go back to those statements. What is the problem with going back to Singapore is the fact that it’s pretty clear North Korea made only vague assurance that at some point there would deal with denuclearization.”

앞서 국무부는 고위급 회담 연기 성명을 발표하며, 미국은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이번 고위급 회담이 미뤄졌다고 해서 북한과의 대화 동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면서도 한동안 현재의 교착상태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북 대화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면서, 실무 협상이 탄력을 받으면 향후 회담 개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무 협상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y have not broken down, there just needs to be working level meeting, it’s got to be energized at the working level to get this moving in the right direction.”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그러나 실무급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까지 연기되고, 북한이 ‘병진’ 노선 복귀를 언급한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에 성급한 양보를 하지 않고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의 교착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US won’t be making a quick concession and I think it will probably hold to its position of the denuclearization before sanctions lifting, so two sides will stalemate for a while.”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힐 전 차관보는 당시에도 북한은 합의를 뒤집곤 했고, 그 때마다 중국의 역할이 부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When the North Koreans agreed and then didn’t agree, that’s when I would refuse to talk to the North Koreans but I would tell the Chinese that so that the Chinese would go in and wrestle with them, so that’s the big difference from today because when North Koreans go back on something and then the meeting doesn’t take place, there’s no one else stepping in.”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 자신은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고 대신 중국과 이야기 했으며 그러면 중국이 북한과 힘겨루기에 나섰다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를 현재 상황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들면서, 지금은 북한이 약속을 번복하거나 회담이 무산될 때 관여할 제3자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북 대화가 한동안 답보상태에 놓일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중단된 상황이 유지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한반도에서 지난 해보다 더 심한 긴장이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