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회담했다. 사진출처=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지난 7일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회담했다. 사진출처=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시간입니다. 북한 핵 문제가 핵 신고라는 걸림돌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핵 신고와 검증 문제가 풀려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핵 신고와 검증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7일 평양 백화원에서 이뤄진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면담은 분위기가 좋아 보였습니다.

지난 7월 3차 방북 때 폼페오 장관을 피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폼페오 장관의 평양 도착 직후 백화원에 와서 안부를 물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자 폼페오 국무장관도 “모든 것이 좋다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습니다.

[녹취: 폼페오]”Everything is great…”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오 장관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4시간에 걸쳐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북한 핵 협상을 전담하는 김영철 통일전선 부장은 빠지고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통역이 배석했습니다. 또 미국측에서는 폼페오 장관 외에 스티븐 비건 대북 정책특별대표 그리고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CIA)코리아임무센터장이 배석했습니다.

이 면담에서는 크게 2차 미-북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문제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오 장관은 방북 직후 한국 청와대를 방문해 미-북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도 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사실상 합의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습니다.

[녹취: 중방]”예정된 제2차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 해결과, 지난 회담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에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이란 의지와 확신을 표명하셨습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주로 핵신고 문제와 영변 핵시설 페기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폼페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 목록의 일부라도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미-북간에 아직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 목록을 제출하면 미국이 믿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재신고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그러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으로 신뢰가 구축되면 비핵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폼페오 국무장관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폼페오 장관 역시 북한이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생화학 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요구하면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이동식 발사대를 일부 폐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할 경우 “종전선언 등 북한이 납득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또 김 위원장에게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기 전에 핵 활동 기록을 먼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전문가 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투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실무자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실무자 협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라인을 의미합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과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해 먼저 사찰을 실시하고 폐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의 참여 하에 영구 폐쇄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 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도 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핵신고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핵신고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모든 핵 시설과 플루토늄, 우라늄 같은 핵 물질, 그리고 원자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내역을 빠짐없이 신고하라는 겁니다. 그런 다음 핵 신고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사찰을 실시합니다. 이어 핵무기와 핵 물질 그리고 시설을 폐기한다는 겁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그 비핵화 방식은 미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비핵화 대상을 북한이 선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핵화 방식과 순서, 그리고 보상도 북한이 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대표적인 것이 풍계리 핵 실험장인데, 핵실험장을 저런 식으로 폐기하면 무얼 생산하고, 핵실험했는지 알 수 없어요, 전문가는 안 부르고, 언론인 불러서 멀리서 사진이나 찍게 하고, 감출 것은 감추면서 , 미사일 발사대도 엔진 실험장도 마찬가지예요, 해체한다고 하지만 재건은 간단한 것 아닙니까.”

또 북한의 비핵화에 아직 핵 신고와 사찰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언급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도 사찰이 아니라 ‘참관’ 아래 폐기한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 북한에 얼마나 핵 시설과 또 핵물질 그리고 핵무기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서는 비핵화 과정이 중단될 경우 북한의 핵 능력이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핵신고와 함께 검증을 겁내고 있다는 겁니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북한은 핵 신고를 하면 미국이 그 내용을 검증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갈등이 커지면 비핵화 협상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핵 신고와 검증을 둘러싸고 비핵화 협상이 깨진 적이 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1990년대 초에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접근 등 사찰을 거부해 핵 협상 자체가 깨진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North Korea was hiding some material….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2008년 5월 북한은 영변 핵시설 가동 기록을 담은 1만8천쪽 분량의 문서를 미국에 넘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핵시설 사찰과 핵물질 채취를 포함한 검증의정서 합의에 실패하면서 6자회담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서울과 워싱턴에서는 핵신고와 검증 문제를 융통성 있게 처리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핵 신고를 요구하는 것은 검증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져 협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핵신고를 일단 보류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부터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이 4일 서울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강경화]” 신고와 검증이 물론 비핵화에 분명히 필요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만, 그것이 비핵화의 어느 시점에서 이것이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의 협의의 결과로서 나와야 되는 것이 아닌가...”

또 1990년대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 핵문제를 담당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도는 12일 VOA에 북한에게 모든 핵 물질을 신고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그보다는 영변 핵시설 등 모든 핵 물질 생산 시설을 포괄적으로 신고하고 이를 중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아인혼] “I wouldn't require them to make a completely comprehensive declaration (of its nuclear assets and facilities) from the start. I would make a proposal that North Korea declare and suspend ‘all activities’ in North Korea related to the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s, not just at Yongbyon”

이렇듯 핵 신고와 검증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지만 이 문제를 담당할 미-북 실무협의는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폼페오 장관은 지난달 19일 성명을 통해 북한 관리들에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어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7일 폼페오 장관과 함께 방북했지만 평양에서 자신의 상대역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당시 최선희 부상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 등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중국, 러시아 3국은 이 자리에서 비핵화 협상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방식이어야 한다”며 당사국 간 조치와 상응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의 실무협의가 가동 안되는 것은 북한이 핵 신고와 관련해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실무협의가 가동되면 핵 신고와 영변 핵시설 사찰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이는 최선희 부상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 강인덕 전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최선희에게 어떻게 하라는 결정이 내려야 합니다. 당 중앙위원회나, 정치국에서 결정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최선희 입장이 어려울 겁니다. 김정은이 결정을 못 내린 거지요, 결정을 내렸으면 최선희가 결정에 따르면 되는데..”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평양의 수뇌부가 핵신고와 검증과 관련해 어떤 결정과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