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인 황인철 씨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인 황인철 씨가 지난 5월 서울 외신클럽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황인철 씨는 아버지를 포함한 납북자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유엔이 북한에 전시납북자 등 강제실종 사건 23건에 대한 생사 확인과 소재지 확인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유엔은 또 강제실종 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에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북한에 

강제실종 사건 23건에 대한 생사 확인과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무그룹은 지난 4월23일부터 5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의 결과를 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공개했습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 또는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강제실종된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인권 침해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사례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3건의 강제실종 사건 중에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이 2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는 서울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1950년 7월 17일 북한 경찰요원들에게 납치된 구엽 씨와 경기도 여주에서 농사를 짓다가 1950년 8월 3일 북한군에 끌려간 권정용 씨, 서울에서 공무원을 하다가 1950년 7월 말 북한 당국자들에게 납치된 김낙영 씨, 농업학교 교사로 재직 중 1950년 8월 북한 인민군에게 끌려간 김대영 씨 등이 포함됐습니다.

유엔은 또 2010년 2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병원에 가다가 실종된 박광호 씨와 2013년 5월, 양강군 수감시설에 구금된 뒤 소식이 끊긴 이순금 씨 등 북한 주민 2명에 대해서도 생사와 소재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이밖에 2012년 4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뒤 북한 보위부 요원들에게 납치된 김옥화 씨도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1980년에 설립된 실무그룹은 피해자 가족이나 민간단체들로부터 실종 사건을 접수해 심사해 이를 납치 의심 국가들에 통보한 뒤 명확한 조사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한국인 납북피해자 가족 중 처음으로 실무그룹에 사건을 접수했던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는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실무그룹의 이런 조치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그것을 통해서 북한이 생사 확인과 소재지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유엔에서 압박을 하게 되는 것이죠, 메커니즘을 통해서. 북한은 그것을 받고 거기에 대한 답변을 해야 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실무그룹의 정보 요청에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실무그룹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기존 강제실종 사건 17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기에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북한은 자국에 강제실종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는 2014년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국군포로와 납북 어부, 북송 재일한인, 납북일본인 등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한에 의해 강제실종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