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DMZ 남측지역에서 한국 군인들이 폭우로 휩쓸려 간 DMZ 내 지뢰를 탐색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2년 DMZ 남측지역에서 한국 군인들이 폭우로 휩쓸려 간 DMZ 내 지뢰를 탐색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국방부는 남북한이 강원도 철원 지역과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어제(1일)부터 시작한 지뢰 제거 작업에 대해, 긴장 완화를 위한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방어적 무기인 지뢰 제거를 군사적으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현수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 `VOA'에, 지뢰 제거 개시 의미에 관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합의서에 대한 실질적인 이행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분단에서 평화로 향하는 첫 걸음을 뗀 것이라며, 지뢰 제거가 완료되면 비무장지대의 순차적인 비무장화와 전사자 유해 발굴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전직 장성은 2일 익명을 전제로 `VOA'에 “지뢰 제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신뢰 구축을 위해 지뢰 제거를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정도 조치는 해볼만 하다”며 그러나 “북한 정권이 이번에는 좋은 화답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장관 후보에 올랐던 또 다른 전직 장성도 “정부가 평화를 지향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만큼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뢰는 방어용 무기이기 때문에 이번 제거가 방어능력을 떨어트릴 수도 있다”며 “방어태세의 취약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를 강구하면서 이런 신뢰 구축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의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은 국방부가 강조한 지뢰 제거 의미에 동의한다며 4가지 장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하나는 지뢰 제거를 하면서 주변에 있는 한국전쟁 때 전사하신 분들의 유해 발굴, 거기에는 한국군뿐 아니라 미군, 프랑스군, 북한군, 중공군, 아마 많이 있을 텐데 그 의미가 있고 두 번째는 지뢰 제거 폭이 12미터 될 텐데요. 4차선 도로 크기로 만들어서 북한의 노동자들이 나중에 남쪽 철원 지방으로 와서 공단을 만들면 일할 수 있는 그런 것을 만들 수 있어요.”

또 비무장지대 안의 궁예 궁터 등 역사적 유물 복원, 향후 월정리에서 원산으로 가는 철도를 연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겁니다.

예비역 육군 대장인 김영식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는 그러나 비무장 지대 지뢰 제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식 전 대장]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지뢰의 목적 자체가 방어를 위해 설치하는 것이죠. 공격을 위해 설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뢰 설치 목적 자체가 생명을 보호받기 위해 한 것인데 그것을 급히 제거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북측이 아무런 도발을 할 생각이 없다면 지뢰가 거기에 수 천 발이 깔려있던 없든 군사적으로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김 전 대장은 지뢰 제거는 남북 간 신뢰 관계가 확실하게 구축이 돼 지뢰가 있으나 없으나 한 상황이 될 때 해도 된다며, 지금처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지뢰 제거를 먼저 하는 것은 성급한 조치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격용 무기의 제거라면 우발적 사고 방지를 위해 긍정적 조치로 볼 수 있지만, 방어용 무기인 지뢰를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사실을 과장하거나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김 전 대장은 이어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지뢰 제거와 전사자 유해 발굴은 한국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배려한 정치적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영식 전 대장] “우리 쪽 입장보다는 미국 측 입장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화살머리란 곳은 중공군이 전투에 참여한 곳이기 때문에 중공군, 미군 유해, 한국군 유해도 나오겠지만, 일단 미군과 중공군 유해가 나오면 남북한, 북-미 간에 접촉점을 넓혀가기 위한 수단, 레버리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전 대장은 안보태세를 전략적으로 확고하게 하면서 신뢰 구축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육군 대장을 지낸 박정이 전 1군 사령관도 방어용 지뢰 제거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정이 전 사령관] “지뢰 제거는 그 통로를 열어주는 거잖아요. 우리가 동해도 그렇고 금강산도 길을 열어 주면서 여러 군사적 조치를 해 놓고서 길을 연 겁니다. 개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도로를 내면서 각종 장애물 제거는 여러 보완 조치가 이뤄진 상태에서 개방한 겁니다. 이런 지뢰 제거를 한다면 통로가 개방되는 것인데 거기에 대한 군사적인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뒤 이뤄져야 합니다.”

박 전 대장은 정전체제 무력화란 북한 정권의 의도에 따라 여러 상황이 이뤄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며, ‘평화’란 의미가 남북한 체제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 전문가인 김진무 숙명여대 객원교수는 지뢰 제거 자체는 의미가 적지만, 평화지대-긴장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이런 평화 분위기를 핵무기를 고수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한두 군데 지뢰 제거 자체가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언론을 타고 흘러 다니면 평화 분위기를 활용해 자기(북한)들이 핵은 자위적 수단이고 남을 해치려는 수단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계속 선전할 겁니다. 그게 한반도 평화분위기와 맞물려서. 그러니까 북한이 자기들이 처해있는 딜레마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 전술에 우리 정부가 따라가 주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말렸다고 볼 수 있고 아주 긍정적으로 보면 그래 이 정도까지는 가서 남북관계를 계속 심화시키다 보면 북한의 변화도 일어나고.”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그러나 지뢰 제거가 진행 중인 두 곳은 북한군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용 지뢰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JSA 경우에는 비무장해서 다니는데 그런 위협요소가 있으면 안 되니까 그것을 제거하는 거구요. 북한의 공격 방어 차원과 다릅니다. 화살머리고지는 거기서 남북한이 유해 발굴을 공동으로 하자는 겁니다. 이것은 북한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지뢰 설치한 것을 제거하는 게 아니고 그 지역에서 유해 발굴을 위한 사전 단계로서의 지뢰 제거를 하는 부분입니다. 이 2곳은 북한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런 것이 아니라 남북한이 합의해서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부분들을 위해서만 지뢰 제거 작업을 하는 겁니다. 

최 대변인은 “북한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지뢰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일부 전직 장성들의 우려처럼 서두르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