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창설 70주년 열병식에서 탱크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9.9.절 열병식에서 북한 탱크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 규모를 축소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이에 사의를 표하는 등 미-북 관계를 둘러싼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북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9·9절 열병식에서 평화와 경제를 강조하며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 우회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를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김정은 입장에서는 종전 선언 문제, 비핵화 문제 등 지금 북-미 간에 난기류가 형성돼 있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뚫고 가자, 그런 부분을 표현했다고 봐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는 상당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점에도 주목하면서, 이제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9.9절 행사와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지와 입장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실무적인 차원의 협상을 통해 미-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며, 최고 지도자들의 결단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유화적인 움직임은 예견된 것이라며, 북한이 행동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미국이 종전 선언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 행동을 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9.9절 행사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다며, 추가 협상이나 협상 진전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일정 정도 추가 비핵화 행동을 담보하면 연내 종전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어차피 종전 선언과 비핵화 조치는 북-미 간의 핵심 현안이기 때문에, 지금 상당한 정도로 한국을 경유해서 물밑접촉이나 의사 교환이 있다고 해도, 아마 구체적인 로드맵은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결정이 되겠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는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9.9절 행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제외한 것은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대화를 복원시키고 싶다는 메시지라는 겁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답보 상태인 미-북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담겨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의 재개가 어렵다면 빠른 시일 내에 톱다운 방식으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도 하나의 방법이 아니냐 이런 부분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 교수는 미국이 김 위원장의 입장과 상황을 감안하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을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로드맵의 맨 첫 단계로 꼽았습니다.

반면, 북한의 유화적인 움직임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북한의 움직임이 미-북 간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놓는데는 성공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이 핵 신고와 종전 선언을 동시에 이행하는 방안을 수용하는 양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종전 선언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부분의 견해 차이가 어떻게 좁혀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주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내놓으면 미국과 북한 간의 합의 타결이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지연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중간선거에서 만약에 공화당이 패배하게 되면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북한은 좀 우려하고 있는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비핵화 조치를 시작할 이유가 없는 거죠, 북한은.”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중간선거 때까지 비핵화 조치 이외의 것들을 양보하면서 핵 신고를 최대한 미루려고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북 협상이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차두현 객원연구위원도 미-북 간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지만, 북한의 양보 조치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는 오히려 미군 유해 송환이 북한의 선의 표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미-북 간 협상의 교착 상태가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차두현 객원연구위원] “메시지나 북한의 변화 같은 변수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차 연구위원은 앞으로 북한이 개략적이나마 신고와 검증, 해체로 이어지는 로드맵에 합의하고, 어떻게 각 로드맵을 구체화해서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