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논의하기 위해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논의하기 위해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달 중 추진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남북 철도 공동조사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한국 간 공조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이달 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문을 열려던 계획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유진 부대변인] “8월에 개소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를 해 왔습니다만, 현재 남북 간에 개소 일정 등에 대해서 협의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앞서 남북한은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했고, 6월1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가까운 시일 안에 문을 열기로 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8월 안에 개소하는 것으로 북한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계획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취소된 뒤 한국 청와대는 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남북한이 이번 달에 공동으로 북한의 경의선 철도 구간을 조사하기 위해 열차를 시범운행하려던 계획도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초 통일부는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로 신의주까지 철도 구간을 점검하고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비무장지대 통행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한국 정상 간 소통이 뜸한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한 것은 지난 6월12일 미-북 정상회담 때가 마지막으로, 이후 두 달 넘게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 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연락사무소 개소와 철도 공동조사가 무산된 데 대해, 남북관계 발전의 속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 사이에 이견이 표출된 결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한국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뭐라도 하려고 하는데, 지금 한국의 행동이라는 것이 북한을 보호해 주는 역할, 국제연대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조금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 부원장은 미국과 한국이 북한 비핵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로드맵과 행동계획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한 협의가 부족해 서로 엇박자가 나고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으로 미국과 한국 간 정책공조가 이완되면서 잘못하면 불신으로까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대로 남북관계 관련된 내용을 하려는 것이고, 그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그렇게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남 소장은 한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의 그같은 행동이 대북 공조와 제재를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보고 견제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미-한 공조 보다 남북협력에 더 중점을 두면 미국과 한국 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연락사무소와 철도 공동조사 등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의 공조가 흔들리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이 부분에서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엇갈리기 보다는 한국이 미국 쪽을 수용한 것 같아요.”

김 교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공조에서 파열음이 생기면 국내적으로나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락사무소와 철도 공동조사를 강행하지 않은 것을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한국 사이의 이견이나 엇박자라기 보다는 두 나라가 우선시하는 관점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 우리는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같이 가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이고, 미국의 국익에서 최우선은 비핵화거든요.” 

조 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연락사무소와 철도 공동조사를 강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비핵화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연락사무소와 철도 공동조사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녹취:이유진 부대변인] “향후 여러가지 남북협력사업에 대해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지난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한국 사이에 균열이 있다는 언론보도는 단순히 과장된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