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북한이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을 거듭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매체를 통해 종전선언이 미-북 관계 개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내놔야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미국과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거듭 ‘종전선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선전매체를 통해 “종전선언 채택, 외면할 이유가 없다”며 또다시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대행을 지낸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사무소 소장은 이 같은 요구를 ‘다목적 카드’로 분석했습니다.

먼저, 북한은 종전선언을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분명한 표시로 간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They see it that a declaration to end war would be a manifestation of their demand that US change its so-call 'hostile policy'..."

미국의 적대 정책 때문에 핵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북한은 종전선언을 미-북 관계 정상화,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첫 조치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또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약화시킴으로써 미-한 상호방위조약의 변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도록 하려는 계산도 깔렸을 것이라고 피츠패트릭 소장은 말했습니다. 

게다가 한국 정부도 종전선언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만큼, 미-한 대북 공조의 틈을 벌리는 카드로도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종전선언 요구를 '협상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담당 조정관은 북한이 더 바라는 것은 경제적 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But I do think it's part of an overall negotiating strategy. So, right now they're asking for a peace declaration and if the U.S. has a counterproposal to provide a peace declaration in exchange for additional steps on the nuclear issue, then I imagine the North Koreans will come back with a counter counterproposal that includes economic sanctions relief or economic assistance in addition to peace declaration. 

추가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제안해 오면, 북한은 여기에 제재 해제나 경제 지원을 담은 '역제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종전선언은 상징적 선언일 뿐 체제 안전보장을 위한 실체적 혜택이 없으며, 북한도 과거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안전보장에 관한 약속이 명시됐지만, 북한은 이것을 핵무기를 대체할 만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비핵화에 소극적인 북한이 ‘비열한 선동적 속임수’를 동원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t does not appear to be denuclearization. It appears to be an effort to "normalize with the United States, to gets sanctions relaxed, to create problems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S. And I think in the absence of a clear path or a clear movement toward denuclearization, I think it's a rather cheap propaganda trick."

종전선언 압박은 비핵화와 무관한 것으로, 미-북 관계정상화, 제재 완화, 미-한 동맹 균열을 꾀하려는 북한의 시도라는 겁니다. 

또 미국이 '선 비핵화'라는 일방적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는 북한이 자신들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함을 보일 때 종전선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힐 전 차관보의 판단입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When North Korea gets serious about denuclearization. I think North Korea needs to give a full declaration of their nuclear program, a full declaration. A declaration is not denuclearization, but it's an indication that they are serious." 

특히 진지함의 표시로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힐 전 차관보의 인식입니다. 

한편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 정부의 고민은 종전선언 요구를 받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받느냐"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 동결'을 종전선언을 위한 선제조치로 제안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would propose that North Korea halt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which means that their current nuclear force could not be expanded beyond the stocks of plutonium, enriched uranium that North Korea already possess. So, this would basically be a freeze or cap on production of additional nuclear weapons."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이상의 핵물질 생산을 제한함으로써 추가 핵무기 생산 또한 동결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명확한 검증 메커니즘을 포함시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종전선언 뿐만 아니라 연락사무소 개설, 일부 제재 완화 등 모든 요소를 포함한 포괄적 제안을 준비해야 협상의 여지가 많아진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제재 완화의 경우 한국 정부가 희망하고 있는 남북 철도 경협과 관련된 부분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동시 선언(dual Declaration)'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North Korean declaration of nuclear and missile holdings. Declaration to declaration would be symmetrical, balanced and fair deal."

'종전선언'과 동시에 북한은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과 미사일을 신고해야 하며, 그래야 대칭적이고 균형잡힌 공정한 거래라는 겁니다. 

여기에 검증을 비롯한 비핵화 시간표까지 포함된다면 더욱 이상적일 것이라고 피츠패트릭 소장은 말했습니다. 

혹은 '검증 가능한 핵물질 생산 동결'과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잘만 활용하면 종전선언이 미국에도 유용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즉 종전선언을 대가로 북한에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면서, 미-한동맹을 관리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회비용'이 따르며, 오직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피츠패트릭 소장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