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부둥켜 안고 오열하고 있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부둥켜 안고 오열하고 있다.

북한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년 10개월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1차 상봉 행사 첫 날인 오늘(20일), 한국의 이산가족 89명이 꿈에 그리던 북한의 가족들을 만났는데요,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도 포함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이산가족들이 20일 오후 3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북한에 사는 가족들과 감격적인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 92살인 이금섬 할머니는 피난길에 헤어졌던 아들을 68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 4살이던 아들은 그 사이에 70살이 넘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들을 끌어 안고 얼굴을 맞댄 채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들 상철 씨도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오열했습니다. 

배순희 할머니는 북한에 사는 언니와 동생을 만났습니다. 언니와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간히 눈물을 훔쳤습니다. 올해 82살인 할머니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올해 82살인 유관식 할아버지는 처음 보는 67살의 딸을 만났습니다. 딸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전쟁 중에 부인과 헤어진 할아버지는 부인이 딸을 임신한 상태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가, 이번에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한신자(99)할머니가(오른쪽) 딸 김경실(72), 김경영(71)씨와 상봉하고 있다.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한신자(99)할머니가(오른쪽) 딸 김경실(72), 김경영(71)씨와 상봉하고 있다.

​​북한 흥남에 살다가 셋째 딸만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던 한신자 할머니는 이번에 첫째 딸과 둘째 딸을 만났습니다. 두 딸은 헤어진 뒤 처음 만나는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눈물을 흘렸지만, 올해 99살인 할머니는 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도 안 나오다며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도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이산가족이 상봉을 원했던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당사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 북한에 남은 가족들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형님이 납북된 이재일 할아버지는 이번에 조카들을 만났고, 곽호환 할아버지는 납북된 형님의 두 아들을 만났습니다. 

이처럼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첫 단체 상봉에서 한국의 상봉 대상자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197명이 북한의 가족 185명을 만났습니다. 

단체상봉 후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이산가족들은 저녁 7시부터 북한 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고, 이 환영만찬을 끝으로 이산가족 상봉 첫째 날 행사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한국 상봉 대상자 89명 가운데 80대 이상 고령자는 모두 77명이고, 90살을 넘긴 상봉자도 33명에 달합니다.

이처럼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이번에 부부 상봉은 단 1명도 없고, 북에 있는 자녀를 만나는 이산가족은 7명 뿐입니다. 

또한, 형제·자매와 재회하는 이들이 20여 명이며, 나머지는 조카를 비롯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3촌 이상의 가족을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20일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이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수속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일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이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수속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앞서, 한국 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오전 8시 30분쯤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집결지인 속초를 떠나 금강산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와 자동차 등 모두 28대의 차량에 나눠 탄 한국의 상봉 대상자 89명과 동행 가족, 지원 인력과 취재진 등 390여 명은 오전 9시 반 쯤 강원도 고성의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통행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날 이산가족 상봉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응급차 5대와 소방차 1대도 따라갔습니다.

오전 10시 40분쯤 출경 절차를 마무리한 뒤에는 북한 측 통행검사소를 거쳐 입경 심사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령자들이 많고 버스를 오르고 내리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남과 북의 합의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이산가족에 한해 버스 안에서 심사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상봉단은 당초 계획보다 25분쯤 늦은 12시 55분쯤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고, 점심을 먹고 각자 호텔방에 짐을 풀고 난 뒤에 오후 3시 단체상봉을 시작했습니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곧이어 1시간 동안 가족끼리 점심을 함께 합니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작별상봉에 이어 단체점심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이들에 이어 24일부터는 2박 3일 동안 북한 이산가족 83명과 한국의 가족이 금강산에서 같은 방식으로 상봉합니다.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과 그 뒤 고위급회담과 적십자 회담 등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이뤄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00년 8월 이후 21번째이자, 한국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