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한국 외교장관은 미-한 연합훈련 중지에 대응하는 북한의 추가 조치가 나오고, 미국이 제재 해제 등을 하는 방식으로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송 장관은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을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저희가 가장 궁금한 건, 이번 상황이 과거 북한과 핵 합의를 이뤘을 때와 과연 다를 것이냐 하는 부분입니다. 과거 북 핵 관련 협상에 많이 참여하셨기 때문에 어쩌면 상황을 더 냉철하게 보실 것 같은데, 현재 돌아가는 상황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송민순 전 장관) “제가 보기에는 과거와 차이가 나는 것은 이번에 북한이 자기가 핵을 가진 나라다라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트럼프가 북한 핵 문제를 가지고 국내정치적 성과를 이뤄야 되겠다는 그런 욕구가 강합니다. 그래서 이런 두 가지가 겹쳐서 나온 게 소위 '탑 다운', 위로부터 결정을 해서 신속하게 해 보자는 게 어쩌면 부정적인 게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이네요.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 싱가포르 협상에서 나온 것처럼 과연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이냐, 비핵화의 범위가 무엇이냐, 그리고 안전보장의 정의가 무엇이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앞으로 상당한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많은 분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기대를 한 만큼 실망도 한 것 같습니다. 특히 'CVID'에서 'V'와 'I'가 빠진 부분도 그렇고요.
송민순 전 장관) “싱가포르 회담 하루 전까지만 해도 미국 쪽에서는 'CVID'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마치고 나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즉 C와 D만 남았습니다.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V입니다. 검증이라는 것은 어떤 핵 군축이나 핵 통제에 있어서 가장 중추와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그게 빠졌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양측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걸로 봐야 되는 게 맞고. 그 다음에 검증에 대해서는 북한이 굉장히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왜냐면 검증을 하면 북한의 핵 능력이 다 드러납니다. 실제 북한의 핵 능력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못할 수도 있고, 또 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검증에 있어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여서 싱가포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문제는 앞으로 검증장치를 합의하는 데 있어서 미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전망을 합니다.”
기자) 검증은 어떤 방식이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요?
송민순 전 장관) “검증은 두 가지죠. 하나는 내가 신고한 것만 검증하는 것이고, 하나는 신고하지 않은 것까지 검증하는 것인데요. 지금 과거에도 신고한 것에 대한 검증은 해 본 적이 있습니다만은 북한이 가장 거부하는 '강제사찰(Intrusive verification)'이죠.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건데, 검증과 관련해서 생각해 봐야 될 게, 우리가 북한의 핵 시설만 검증하는 게 아닙니다.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한국에서 갖고 있는 미국의 군사능력, 한국의 군사능력 플러스 미국의 군사능력 그 다음에 한국에 지원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 능력. 이런 것까지 다 검증하자고 북한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과거에 또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검증도 상호적인 거거든요. 검증 문제는 우리가 정말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탄력적인 자세로 해야 됩니다.우리도 다 보여줄게, 너희도 보여라. 이렇게 할 때 핵 문제가 진정으로 진전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진정성은 얼마나 보세요? 진정성이 있다면 그런 검증 부분도 양보할 수 있지 않나요?
송민순 전 장관) “협상이라는 건 상호적으로 봐야 됩니다. 우리의 시각은 일방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데, 진정성도 상호적인 겁니다. 북한이라는 상대방을 알아야 우리가 이 문제 해결의 길을 열 수 있는 겁니다. 북한은 미국의 진정성, 한국을 포함한 진정성도 보자는 겁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CVIG'라는 체제 안전보장을 해 달라는 거죠. 근데 안전보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이게 상당히 서로 북-미 간에 얘기가 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타협은 극히 어렵습니다. 왜냐, 북한은 자기의 안전보장의 범위, 그리고 한국과 미국 쪽에서의 비핵화, 미국의 전략자산을 배치 못하게 한다든지, 괌이나 하와이나 알래스카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핵 능력까지 검증하자고 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요구를 굉장히 탄력적으로 하는 겁니다. 그래서 비핵화의 범위를 양쪽에서 어느 정도 해 주느냐, 그 다음에 체제 안전보장을 어떻게 해 주느냐를 보고 자기들이 결정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진정성은 상호적인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이 정말로 앞으로 2~3년 안에 비핵화를 하려고 한다면 과감하게 제공할건 제공하고, 요구할 것도 광범위한 북쪽의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체제 안전보장은 외부에서 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거든요? 대부분의 독재국가들이 무너질 때 외적인 요인보단 내적 요인이 많았다고 합니다. 체제 안전보장이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있긴 한가요?
송민순 전 장관) “북한이 말하는 체제 안전보장의 개념은 지금 말씀하신 외부로부터 압박이나 위협을 없애는 것과 내부로부터 체제와 정권에 대한 위협을 방지하는 게 다 포함됩니다. 그런데 우선 북한은 대북 제재를 해제해 주고,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을 해 주고,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그 다음에 군사훈련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들이 위협을 안 느끼도록 한다는 거죠. 여기에다 북한의 체제에 대한 비판, 또 지배 엘리트들에 대한 비판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건 광범위한 거에요. 과거에 안전보장이라는 말을 두고 미국과 소련 냉전시대에도 굉장히 많이 다퉜습니다. 서방에서 말하는 국가안보라는 것과 당시 소련이 말하는 안전은 달랐습니다. 소련이 말하는 안전은 총체적인 안전을 이야기합니다. 국가의 영토보존이나 국민의 안전을 넘어서서 소련의 독재체제, 집단지도체제, 개인에 대한 안전까지도 포함하거든요. 그 개념을 북한이 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건 범위를 정하기 어렵고, 앞으로 체제 안전보장이 무엇을 원하느냐, 이걸 명시적으로 합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체제가 싫어서 그러는 걸 어쩌냐고 할 걸 대비해 북한은 외부와 교류 접촉을 하되, 외부로부터 필요한 정보나 이에 대한 접촉은 못하게 할 장치를 만들어 내겠죠. 힘든 과정입니다.”
기자) 과거에도 이런 문제가 많이 불거졌었나요?
송민순 전 장관) “체제 안전보장에 대해서는 북한이 항상 고무줄을 늘였다, 놓았다 할 만큼 탄력적으로 하는 겁니다. 앞으로 협상을 하는 과정을 봐서 나올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과거에 체제 안전보장을 수교와 제재 해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수교로 표면적으로 내세웠습니다.”
기자) 앞으로 비핵화 시간표를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요?
송민순 전 장관) “이건 뭐 가급적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는 최소한의 기간이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그게 완전히 되려면 5~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핵 생산시설, 물질 그 다음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무기를 다 드러내는 겁니다. 이런 것들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2~3년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북한이 이렇게 마음을 먹기에는 미국도 해 줘야 할 게 있어요. 제재를 완전히 해제해 줘야 되고, 외교관계를 수립해야 되고요.그 동안 북한은 제재 때문에 경제 발전을 못했다는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갖고 있는 체제 모순은 이야기하지 않고요. 그런데 과연 미국이 이걸 해 주려고 하면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경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다만 미국 내에서 백악관과 의회가 의견 일치를 해야 하고요. 아시다시피 의회는 양분이 돼 있잖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들거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원자력발전소 기술을 주기 위해 원자력 협력협정을 맺는다고 하면, 거기에 대해 미 상원의 비준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상원의 3분의 2가 비준 동의를 해야 합니다.미국이 해 줄 것에 대해 미국 내 자신감이 있느냐가 또 하나의 관건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에선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의회에서 어떻게 비준 동의를 받을 지 확실한 걸 내놔라. 미국도 일정표를 제시하면 우리도 일정표를 제시하겠다는 정도로 북한도 협상에 들어가고자 할 겁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의회가 쉽게 동의하지 못할 내용들이 불거져 나올 것 같은데요. 또 미 행정부는 4년마다 바뀌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는 없으세요?
송민순 전 장관) “그렇기 때문에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효력을 계속 발휘하는 것이 미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은 조약이거든요. 북한은 지금 그걸 원합니다. 트럼프 이후에도 유효한 조약이죠. 예를 들어 이번에 이란 협상을 트럼프가 철회했잖습니까? 그거 의회 비준 안 받은 거거든요. 그런데 의회 비준을 받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성이 있다. 그래서 북한이 그 요구를 했고, 폼페오도 의회에 (비준을 받겠다) 그렇게 답변을 했고요. 인권이나 이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권도 앞으로는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데 있어 거기에 대한 의회의 관여가 필요합니다. 의회에서는 북한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권 침해국으로 돼 있는데, 거기에 대한 개선의 조짐 그리고 앞으로 개선의 방침이 미 의회를 설득할 수 있게 됐을 때 (외교관계 수립이) 가능하겠죠. 북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지금 대외적으로 개방하겠다고 하니까 인권도 거기에 맞춰서 개선해야 할 겁니다. 다만 이것은 입구에 놔서, 협상의 문 앞에서 걸리도록 하는 게 아니라 협상이 한참 진행된 다음에 외교관계가 수립된다는 과정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문이기 때문에 북한도 거기에 대해선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기자)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을 해 보면, '과연 미국과 한국이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된 적이 있었는가' 이런 질문을 해 보고 싶어요.
송민순 전 장관) “이런 문제는 굉장히 객관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봐야 협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위협한 적이 있나. 위협, 안전, 안보 이런 건 어떤 객관적인 상태로 정해진 게 아닙니다. 이건 주관적인 인식의 문제입니다. 내가 당신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위협해도 당신이 위협을 느끼면 위협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상태를 안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주관적인 인식을 안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 동안 약자의 입장에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