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북한의 전략은 협상을 최대한 지연시켜 핵 보유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암묵적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20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양보를 얻어냈지만 미국은 ‘비핵화’ 개념의 차이조차 좁히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채택됐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부실하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약속했다며 이런 주장들을 흠집 내기로 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대다수의 전문가들 의견에 동의합니다.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이 매우 적어 놀랐습니다. 공동성명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북한의 용어를 사용한 것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관찰해 온 사람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한의 용어는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을 비핵화하는 게 아니라 미-한 동맹을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표현입니다. 

기자) 그래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약속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시설 폐기 등 선언에 안 담긴 내용도 공개가 됐는데 다른 합의도 많지 않을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그렇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을 놓고 보면 비핵화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희망과 약속, 그리고 최근 진전 상황에 대한 애매한 표현들은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두 나라의 정의가 다르다는 핵심 문제를 해결했다는 어떤 구체적인 증거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했고 훈련 유예 결정도 현실화됐습니다. 미-한 관계를 틀어놓는 데 북한이 성공한 것 아닙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방적 양보를 얻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북한 지도자가 최초로 미국 대통령과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미국의 양보입니다.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용어를 사용하며 양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의 방어적 군사훈련을 ‘워게임’이라고 부르고 도발적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북한 식 표현입니다. 이 모든 게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 우려됩니다. 

기자) 흥미로운 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훈련 유예 결정 등에 한국은 전혀 우려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우려를 나타냈는데 말이죠. 

리비어 전 부차관보) 한국 정부는 미-북 공동성명이나 8월로 예정된 훈련 유예 결정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꽤 빠르게 표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결정들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합군사훈련이 도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해왔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미-한 동맹을 지키는 문제에 한 번이라도 가격표를 달았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제가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나 일본이었다면 우려했을 일입니다. 

기자) 앞으로는 어떤 절차가 이어질 것 같습니까? 끝없는 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당연히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 과정에 돌입할 겁니다. 북한은 이 협상을 가능한 길고 복잡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사실상 핵 보유국이라는 지위를 더 길게 유지할 수 있죠. 북한의 전략은 어떤 식으로든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상이 길어지면 핵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 역시 길어질 테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게 북한의 희망일 겁니다. 새로운 현실이 펼쳐지는 거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한 우려는 없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미국의 대통령이 이 용어를 사용할 준비가 안 됐다면 제재를 계속 적극적으로 이행하라고 국제사회에 촉구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겁니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비핵화하는 데 진지하지 않다는 게 명확해진다면 적절한 대응 조치는 북한에 제재 등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약화시켰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노력 역시 약화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시사한 듯한 상황에서 국제사회를 계속 압박에 나서도록 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기자) 만약 북한과 끝없는 협상에 빠지게 되고 현상 유지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몰라도 일본에서는 자위적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현재 한국 정부는 군사훈련 유예 등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꽤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장의 길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극단적이고 심각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이상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인 결정이 동맹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일본의 신뢰를 약화시키지 않는다면 말이죠. 저는 이런 날이 절대 오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로부터 미-북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