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사진 제공: CSIS.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사진 제공: CSIS.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실제로 철수한다면 한국이 외교·안보·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이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의지가 적어 보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이를 안일하게 보지 말고 미 의회와 국방부·국방부를 상대로 동맹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또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회의적이라며 북한 정권은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을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린) 공동성명 내용이 너무 약합니다. 비핵화 과정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합의했던 클린턴과 부시 전 행정부의 제네바 핵합의, 9·19 공동성명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물론 북한 정권이 이런 합의들을 다 부정했지만요. 그래서 우리는 잘 모릅니다. 이제 모든 시선은 폼페오 국무장관에게 쏠려 있습니다. 그가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절차로 옮겨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폼페오 장관이 갖고 있는 지렛대가 약화됐다는 겁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뭐가 약화됐다는 건가요?

그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원하는 특권을 거저 안겨줬습니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동맹인 중국의 시진핑 중국 주석조차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한 뒤 김정은은 시 주석을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나기로 했고요. 김정은은 이 모든 게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부에 선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미 제재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맹에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닙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주머니에 많은 것을 챙겼습니다. 저는 이런 것을 볼 때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폼페오 장관이 앞으로 몇 주 동안 북한과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에 합의한다면 뭔가 가치 있는 진전이겠지만요.

기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전쟁 위기를 낮췄다고 주장합니다.

그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북한이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수백만 명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을 최우선으로 막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전쟁을 막습니까?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으로 전쟁을 막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은 절대로 그런 안전보장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억해 보세요. 북한 정권은 지금까지 미국과 합의한 모든 것들을 부정했습니다. 왜 북한 정권이 우리의 안전보장 약속을 믿겠습니까? 안 믿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적대주의 정책 청산을 요구하기 위해 안전보장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안전보장으로 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미사일 방어 중단하라, (전략자산의) 괌 배치를 중단하라, 자국 방어와 억제력 강화도 중단하라, 안전보장 요구는 결국 우리와 동맹의 국방력을 약화시키려는 겁니다. 그런 의도로 안전보장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겁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이제 서로 위기를 약화시켰다고 자찬하는 것도 역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동의하시나요?

그린) 우리는 전쟁을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화염과 분노를 얘기한 건 어리석었다고 봅니다. 이런 주장은 미 의회는 물론 공화당 강경파들조차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식으로 협박하지는 말았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말이 이제 와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괜찮다는 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 전쟁 협박을 했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었습니다.

기자) 하지만 그런 협박이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장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있고 한국 청와대와 진보 진영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행보를 크게 반기고 있습니다. 

그린) 한국의 진보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보낸 신호가 무엇인지를 놓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과 의회, 트럼프 행정부 내 국방부와 국무부 관리들은 모두 주한미군과 동맹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말한 것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진보 진영이 이를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그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큰 결과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에 서명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면 이는 한국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압박, 중국의 압박, 불확실한 시장으로부터 모두 취약해지는 거죠. 청와대가 미-북 정상회담의 중개인 역할을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 관한 말을 멈추도록 한 것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언덕에 올랐다가 브레이크 없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자신의 바람대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가능성이 아주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안보·외교·경제를 위해 좋지 않은 징조입니다. 미국과 일본 다른 동맹에도 유익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이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건가요?

그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가 경고 깃발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도 당장 이 사안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미-한 동맹의 종식을 헌납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의견을 한국의 중앙일보에 기고했더니 한국 사람들이 제가 너무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비관적이라고 하더군요.(웃음)

기자)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에 비관적이신가요?

그린) 저는 이번 회담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김정은이 우리를 신뢰할 것이란 시나리오는 북한의 근본적인 현실을 무시하는 겁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위협은 미국이 아닙니다. 중국도 아닙니다. 바로 북한 주민들입니다. 북한이 개방하면 주민들은 김정은을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주민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진실된 정보를 갖게 된다면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개방을 하지 못 하도록 확실히 하면서 정권이 국제적 특혜를 계속 누리며 현금과 기술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이 북한을 절대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청와대는 동맹에 초점을 맞춰야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런 방향으로 계속 가도록 고정시켜서는 안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가 바라는 것을 그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이행할 적극적인 의지가 없습니다. 제가 청와대에 있다면 당장 미 국방부와 의회, 민간 연구단체, 주지사들과 협력해 동맹 강화에 주력할 겁니다.

기자) 하지만 한국에서는 북핵 위협의 당사자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전쟁으로 한국이 타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는 것이지 북한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은 과거보다 많이 감소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방어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그린) 한국인들은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합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미-한 동맹 관계가 텅 비거나 끝난다면 중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일본은요? 북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체 핵무장을 하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그래도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할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교역은 어떻게 될까요? 중국은 절대 한국의 핵무장을 반기지 않을 겁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교역을 계속할 수 없다고 경고할 것이고 한국 경제는 극도로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한국인들과 일부 언론은 이따금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죠. 하지만 그것은 한국의 경제를 죽일 겁니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지금의 풍족한 삶을 계속 누리려면 동맹을 강화하고 주한미군 주둔을 통해 안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하셨는데, 그럼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린) 가장 중요한 1순위는 일본, 한국, 호주 등 동맹과의 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겁니다. 미군 철수가 아니라 안보 공약을 강화하는 겁니다. 동맹을 제쳐두고 북한과 협상할 수 없습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하더라도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는 대북 제재 압박을 지속해야 합니다. 중국이 물러서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에 2차 제재를 경고해야 합니다. 셋째는 김정은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인권을 강조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관심을 두고 이를 계속 압박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기자)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뒤 저희 VOA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사랑한다고 두 번이나 말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적절한 발언인가요? 

그린)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사랑한다고 확신합니다. 주민들을 너무 사랑해서 수십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살해하며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인들과 개방적인 관계를 누리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김정은은 주민들을 사랑합니다. 히틀러도 독일인들을 사랑했습니다. 스탈린도 그랬습니다. 모든 독재자는 자신이 국민을 사랑한다고 믿었습니다. 독재자들은 자기도취증(나르시시즘)에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독재자들은 국민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고 자기도 국민을 사랑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국민을 살해합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살해하고 고문하는 것을 정당화합니다. 대다수 북한 공민은 나를 사랑하는 데 나에 대한 반대는 곧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살해합니다. 이것이 모든 독재 통치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자신이 북한 주민들을 사랑한다고 믿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말했을 게 확실합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부터 미-북 정상회담 결과와 전망에 관해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