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의 경관.
6.12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의 경관.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는 매우 작은 나라지만, 경제 규모나 국제사회 지위에 있어선 큰 나라로 통합니다. 반면 사실상의 독재체제가 유지되고, 엄격한 사회통제가 이뤄지는 등 북한과 닮은 모습도 있습니다. 이 작은 나라의 성공 사례를 통해 북한이 배울 점은 없는지 싱가포르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정리했습니다.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3천497억 달러입니다.

인구는 560만 명으로 북한의 4분의 1 수준, 영토도 평양보다 조금 큰 규모이지만 GDP만 놓고 봤을 때 약 120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보다 약 30배 높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에서도 차이는 큽니다.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6만1천766달러, 북한의 60배입니다.

말레이 반도 끝에 위치한 작은 섬 나라인 싱가포르가 지금의 경제대국이 되기까지 리콴유 전 총리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난 2015년 타계한 리콴유 총리는 26년 간 싱가포르를 통치하면서 작지만 거대한 나라를 만들어냈습니다.

싱가포르 야경. 미북정상회담 하루 전인 11일 싱가포르 야경 투어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경제발전에 깊은 인상을 받고 배우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야경. 미북정상회담 하루 전인 11일 싱가포르 야경 투어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경제발전에 깊은 인상을 받고 배우겠다고 밝혔다.

​​리콴유 총리의 해법은 대외개방 정책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자치주로 시작한 싱가포르는 이후 1965년 독립국가가 되기까지 인구와 자원 부족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그러나 주변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교역을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다국적 기업과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했고, 그 결과 현재 7천여 글로벌 기업이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또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물류 중심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면서 현재 전세계 물동량의 20%가 싱가포르에서 환적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영어 공용화 정책을 펼쳐, 싱가포르인 대부분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생활하고, 사업을 하기 쉬운 독특한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 기업 '아이신'에서 파견돼 3년째 싱가포르에 근무하고 있는 카즈요시 마츠모토 씨는 13일 'VOA'에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쉽게 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츠모토] “Singapore is a country, which...”

그러면서 외국 기업과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고, 다른 나라에서 연구한 신기술을 적용하는 데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츠모토 씨는 이 같은 싱가포르의 성공은 지도자 때문이라며, 지도자 한 명이 한 나라의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깜짝 방문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 앞 머라이언 파크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깜짝 방문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 앞 머라이언 파크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싱가포르는 관광산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현재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은 2016년 기준으로 1천640만 명, 이들이 소비한 금액만 246억 달러에 이릅니다.

실제로 정상회담 기간 'VOA'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머라이언 파크 등 유명 관광지에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로 북적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하기도 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미국의 '샌즈' 그룹이 총 55억 달러를 투자한 복합리조트이며, 유니버셜 스튜디오 역시 미국계 놀이공원입니다.

이처럼 관광산업에 있어서도 싱가포르 정부는 해외 자본 유치에 늘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물론 싱가포르에는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그 중 독재체제가 이어진다는 게 대표적인 국제사회의 우려입니다.

싱가포르에선 리콴유 총리의 26년 집권 이후 측근인 고촉통 전 총리가 권력을 물러 받았고, 2004년부터는 리콴유 총리의 맏아들인 리셴룽 총리가 14년째 집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리셴룽 총리가 소속된 보수주의 정당 '인민행동당'은 1959년부터 현재까지 여당으로 집권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민행동당이 오랜 기간 정권을 장악하면서 검열과 민주화 운동 탄압 등으로 야당의 정치적 역할을 제한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싱가포르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강력한 독재국가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가든바이더베이. 싱가포르는 1990년부터 ‘싱가포르 녹색계획’을 추진하고 ‘클린 앤 그린 싱가포르’ 환경운동을 펼치며 국민들에게 환경 의식을 제고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가든바이더베이. 싱가포르는 1990년부터 ‘싱가포르 녹색계획’을 추진하고 ‘클린 앤 그린 싱가포르’ 환경운동을 펼치며 국민들에게 환경 의식을 제고해 왔다.

​​싱가포르는 엄격한 법 집행으로도 유명합니다.

살인 등 강력범죄는 물론 마약 거래 등의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겐 무조건 사형이 구형되는데, 여기에는 외국인도 예외가 없습니다.

또 싱가포르 사법제도에는 '회초리'를 이용한 태형도 있습니다. 지난 1993년 당시 18세 미국인 학생이 주차된 자동차에 낙서를 했다가 태형 4대를 맞기도 했습니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나서 관용을 요청했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깨끗한 환경 유지를 위해 껌 반입이 국가 차원에서 금지돼 있으며, 단순한 무단횡단 행위에도 높은 벌금이 매겨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엄격한 법 질서가 유지되면서 범죄율이 낮고, 정치인들의 부패율이 적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 2박3일 간 머물었습니다. 물론 정상회담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이 기간 싱가포르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리콴유 총리의 아들인 리셴룽 총리와 면담을 하는 등 작지만 큰 나라인 싱가포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경제발전의 해법을 찾았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현재 김 위원장의 나이는 35세. 1959년 리콴유 총리가 싱가포르를 맡았을 당시와 같은 나이입니다.

싱가포르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