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미-북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목표 달성 보다 막연한 노력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장기간의 협상은 결국 교착 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전망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는 외교적 표현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 식 표현으로 들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포괄적” 성격으로 보십니까? 

세이모어) 목표를 매우 전반적으로 기술한 성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부 내용을 채워 넣을 충분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표지마저 만들지 못할 정도로요. 관계 정상화, 평화조약, 제재와 같은 중요 사안이 담기지 못했고 “검증”이라는 표현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성명이 아닌 협상 절차를 “시작”하는 게 유일한 목적인 문건입니다. 저는 앞으로 협상에 나설 북한 쪽 수석협상가 이름이 성명에 명시되지 않은 이유가 가장 궁금합니다. 미국 쪽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이름을 올렸는데 말이죠. 

기자) 그런 점이 실제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세이모어) 북한 협상가는 마치 나중에 임명될 것처럼 돼 있으니까요. 폼페오 장관의 북한 측 대화상대자는 당연히 리영호 외무상이라는 걸 고려할 때 정말 이상합니다. 양측 모두 협상팀을 꾸릴 때까지 협상이 시작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공동성명에 담긴 세부사항을 이행할 후속 회담이 이런 문제 때문에 지연되지 않길 바랍니다. 

기자) 공동성명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약속도 없는데,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인가요? 

세이모어) 포괄적인 합의를 만들기 위한 추가 협상에는 비핵화 단계들이 포함될 텐데, 몇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달이 걸려야 끝날 겁니다. 그리고 폼페오 장관 말대로 어떤 합의든 조약 형태가 될 것이므로 협상이 끝난 뒤에도 상원 인준을 받는데 또 몇 개월이 걸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날 무렵까지 완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이 구체적 합의로 이어질지 한동안 알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한다면 추가 개발을 억제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협상이 길어진다 해도 얻는 게 있다는 얘깁니다. 

기자) 추가 협상은 그럼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요? 

세이모어) 폼페오 장관이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국가안보회의 등 각 부처의 유능한 인물로 팀을 꾸리는 게 급선무입니다. 외교관을 비롯해 안보, 핵, 제재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죠. 그 다음엔 합의와 조약에 구체적인 제안을 담습니다. 북한이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미국은 반대급부로 뭘 줘야 하는지 등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 문건을 북한에 제시하게 됩니다. 북한은 먼저 뭘 제안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제안에 답하는 수순을 밟는 겁니다. 

기자) 그런 수순대로 잘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세이모어) 저는 협상이 중간에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새 친구”인 김정은 위원장과 접촉하든지 만나든지 해야 할 겁니다. 이 협상은 매우 어렵고 시간을 오래 끌 겁니다. 또 아주 복잡할 것이고요. 공동성명만 봐도 이 과정이 얼마나 어려울지 알 수 있습니다. 성명엔 ‘검증’이나 ‘되돌릴 수 없는’ 이라는 말도 없고 시간표도 담기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그런 세부조항을 명시하려 했지만 북한이 반대했을 것이라는 게 제 추측입니다. 그렇게 텅 빈 성명을 발표한 건 북한이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 외에 어떤 약속도 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일 겁니다.

기자)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약속도 없고요. 말씀하신 사안들이 처음부터 성명에 담겼어야 했다고 보십니까? 

세이모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서 비롯됐습니다. 여기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다를지라도 표현 자체는 10년이 넘은 거죠. 제가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는 공동성명 3항입니다. “향해 노력한다(work toward)”라는 외교 용어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단계를 밟겠다는 뜻이니까요. 매우 약한 표현이고, 이를 미국 측이 수용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가령 1항엔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지 “수립하는 것을 향해 노력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기자) 뭔가 다른 뜻이 있다고 해석하시는 건가요? 

세이모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 식 표현일 수 있는 거죠. 저는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과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했나요? 

세이모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모르겠지만, 협상하는 동안 연합훈련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것이라면 걱정할 만한 일입니다. 훈련을 몇 년 동안 안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훈련에 어떤 제한을 가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령 핵 폭격기의 훈련 참가를 자제하는 식이 될 것 같습니다만, 국방부로부터 정확한 해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공동성명에는 대북 제재에 관한 구체적 내용도 빠졌습니다.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서 제재 문제는 어떤 식으로 풀릴까요? 

세이모어) 북한이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의 비핵화를 완료하지 않으면 제재 해제는 없다는 게 미국의 공식 입장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북한이 핵무기 추가 생산을 동결하는 등 핵 프로그램 제한 조치를 취하면 제재를 해제하기 시작해야 할 겁니다. 경제 원조와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죠.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제공할 반대 급부로 준비해야 할 일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면 미국이 어떤 제한적 제재 해제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으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추가 협상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