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일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일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남침으로 6·25 한국전쟁이 시작된 진실을 북한 주민들이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과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장기 집권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전쟁 종전선언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겁니다. 하지만 일부 탈북민은 체제 안전보장이 오히려 국정 운영 실패를 미국의 침략 야욕 탓으로 돌리는 북한 정권의 거짓말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국과 영국에 사는 탈북민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은 해외에 나와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것 중 하나가 6·25 한국전쟁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미군과 한국군의 북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고 북한에서 배웠는데 밖에 나와서 보니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미 서부에서 자영업을 하는 량강도 출신의 폴 씨는 북한군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믿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합니다.

[녹취: 폴 씨] “중국에 나왔을 때 제일 처음에 놀란 게 그것입니다. 문화적 충격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이잖아요. 우리가 남침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북침으로 다 배웠는데 항상 미국은 우리의 철천지원수라고 교육받다가 중국이나 남한에서 남침이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막 화딱지가 났어요.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지? 그런데 저도 충격이 1년 가더라고요. 1년 동안은 거짓말하고 항상 싸우게 되는 거죠.”

과거 VOA가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한 탈북민 20명에게 질문한 결과 6·25 한국전쟁이 북침이 아닌 북한군의 남침으로 시작됐다고 처음 들은 뒤 믿기까지 평균 1~3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동부에서 명문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 준 씨는 북한 정권이 매우 정교하게 거짓을 짜깁기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진실을 믿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준 씨] “시간이 오래 지나야지 그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도 가장 오래 걸린 것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그만큼 교육 자체를 미국이 해방 후 계속 주둔하고 굉장한 군사력을 유지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니까. 또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만 200건이나 일으킨 전쟁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어떻게 갓 해방된 작은 나라가 전쟁을 감히 일으킬 수 있는가? 그래서 처음에 (남침이란 게) 이해가 안 가죠.” 

6·25 한국전쟁이 북한군의 전격적인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유엔과 서방세계뿐 아니라 냉전 이후 공개된 옛 소련의 기밀문서와 중국 자료를 통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입니다.

1980년대 일부 수정주의 학자들이 6·25 한국전쟁은 미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내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김일성과 박헌영이 스탈린의 허가와 중국의 지지를 받아 치밀한 준비 끝에 남침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90년대에 발견되면서 논란을 끝냈습니다.

많은 탈북민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그런 진실을 모르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한과 종전선언을 하면 김씨 정권의 장기집권만 도와주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서부의 폴 씨입니다. 

[녹취: 폴 씨] “북한에서는 의미가 엄청 클 거에요. 종전을 시켜놨으면 역사를 뒤집어 엎고 우리가 승리해서 미국이 무릎을 꿇었다.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 종전을 시키고 평화협정을 맺었다고 하면 북한 사람들로서는 김정은이를 김일성보다 더 환대할 수도 있어요. 우상숭배가 더 높아지는 거죠. 김정은이가 앞으로 30년, 40년 더 통치할지 모르지만, 북한 주민들은 더 노예가 되는 거죠.”

종전선언을 적극 주도하는 한국 청와대 관계자들은 언론에 이 선언이 한반도에서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항구적 평화정착으로 가는 첫 디딤돌이라고 말합니다. 

남북한이 지난 1992년 무력으로 서로를 침략하지 않고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한 남북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모델로 북한 정권의 불안감을 해소하며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교환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미 남부에 사는 북한 교원 출신 사라 씨는 북한 공민들이 고통 받는 게 체제 때문인데 종전선언으로 이를 보장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라 씨] “그게(종전선언이) 북한 주민하고 상관이 없어요. 그것 때문에 고난을 겪었습니까? 아니거든요. 그 체제 때문에 고난을 겪었지. 종전선언을 못 해 고난을 겪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체제가 중요하죠. 근데 김정은은 안 내려가죠. 종신을 하려고 하니까.”

거짓으로 지도자를 신격화해 우상숭배 하는 국가에서 체제 안전만 보장하면 김정은이 중국과 베트남식 개혁을 할 것이란 기대는 매우 어리석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인권 문제보다 미 국민의 이익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또 다른 관리는 북한이 비핵화하면 대대적인 외국 투자가 북한 주민의 민생을 돕고 민주주의와 개방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이런 논리를 적극 주도하며 미국을 설득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7일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에 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해 개연성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미 동부의 준 씨는 이런 움직임이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준 씨] “실망감이 굉장히 많이 들겠죠. 국제사회를 리드한다는 미국도 알고 보면 자기 국익도 최우선시하는구나. 그렇게 지금까지 북한의 인권이나 다른 데 대해 우려하고 문제시 삼고 결의까지 채택했는데 다 포기하고 종전선언도 하고 체제 안전도 보장해주며 핵무기와 맞바꾼다는 건데. 실망스럽죠. 그런 정권이 오래갈 테니까. 북한에 일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기존 정권이 계속 유지되니까. 제대로 된 국가가 될 때까지 엄청 엄청 오래 걸릴 수 있겠죠. 장기화되고.”

서부에 사는 폴 씨 역시 김정은 정권이 변화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주민들에게 좀 더 자유를 주고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폴 씨 ] “물이 없는 데 물고기가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국민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인권 유린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도 올바른 재판으로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감옥에 갈 수 있게 이런 것을 해결하고 자기 국민들부터 내부적으로 좀 자유롭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해결되면 미국이나 한국이 도와주고 싶지 않아도 도와줄 거예요. 또 북한 국민들은 저절로 행복해질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 그게 아니잖아요. 안으로는 최대한 조이고 밖으로는 자기가 가진 구상을 최대한 실현하려 하고 북한 국민으로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비핵화 합의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체제 보장을 통해 더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국에서 조선(북한)경제개발연구소 발족을 준비 중인 최승철 씨는 김정은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이 오히려 독재와 국정운영 실패를 미국의 침략 야욕 탓으로 돌리는 북한 정권의 선전을 약화시키고 북한의 문을 더 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승철 씨] “일단 문을 열어 젖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체제 안전보장이) 김정은의 통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데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북한을 망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풀어주면 저 사람들이 주민들한테 명분을 가질 수 없어요. 자 미국 놈들이 우리를 치려 한다고 하는데 조미 관계가 해결됐다 하면 걔들이 계속 미국 놈 때문이다. 미국 때문에 우린 이렇게 산다 이렇게 하던 게 근거가 없어지는 거죠. 미국 때문에 못 살고 못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이 협상하고 자유롭게 왕래한다고 하면 그때는 책임을 미국에 돌릴 수 없는 거죠. 한국도 마찬가지고.”

최 씨는 주민들이 과거보다 의식이 많이 깨었지만, 체제를 바꿀 힘은 아직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과 교류를 확대해 많은 주민을 세상과 최대한 접촉하게 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