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풀러턴 호텔.
북한 정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풀러턴 호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 비용을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지불해야 한다고 미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국가 자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노동자를 해외에 파견해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정권이 정작 호텔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단체가 김 위원장의 호텔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한 것은 반인도적 범죄 정권에 보조비를 지불하는 것이라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호텔 등 체류 비용은 누가 지불할 것인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비용은 당연히 북한 정부가 지불해야 한다고 미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 석좌는 왜 북한 지도자의 호텔 비용을 누가 대신 지불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박 석좌] “I don’t understand why anybody would pay for the North Korea’s hotel bills. North Korea devotes its resources toward their nuclear weapons program. I don’t know…

북한 정권은 국가 자원을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쏟아부었는데 왜 아무도 북한 정권에 비용을 스스로 지불하라고 얘기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것을 부담으로 여기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의 체류 비용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신문 등 일부 언론이 자세한 내막을 전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하루 숙박비가 6천 달러에 달하는 풀러턴 호텔 귀빈실을 김 위원장의 숙소로 선호했고, 비용을 다른 나라가 내주길 바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반핵 운동 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핵 폐기에 기여하고 싶다며 지난 3일 지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정부가 비용 부담을 고려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역사적 만남에 기꺼이 작은 역할을 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무부 관리를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이런 제의는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연구원] “It’s not necessary. For a country that wants to pretend that it’s poor and use its money to subjugate its own people and develop nuclear weapons…”

북한 정권이 가난한 척 하면서 국가 자금을 주민 통제와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자국민을 위해 먹여야 할 해산물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실태들을 먼저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또 해외에 북한 노동자 파견만으로도 연간 수억 달러를 챙기는 북한 정권이 호텔 비용을 내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달가운 소식이 아니라며 북한 정부가 싱가포르 체류 비용을 내야 할 많은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에 대한 외부의 비용 지급이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지에 관해서는, 현 분위기로 볼 때 어떤 정상회담 관련 비용 지불도 면제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3국에서 열리는 독립적인 정상회담 비용은 당사국 정부가 지불하는 게 통상적인 국제관례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국제관례에서 벗어나 정상회담은 물론 국제 행사 참가 비용마저 상대국에 일방적으로 떠맡겨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한 북한 고위 대표단과 응원단, 예술단 체류비용 260만 달러는 모두 한국 정부가 지불했고 북한 선수들의 참가 경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공했습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서방 동맹국들이 김정은의 숙박 비용 6천 달러를 대신 내는 것은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지불한 5억 달러에 비하면 훨씬 값싼 흥정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 “If South Korea and the US and western alliance only pay $6,000 a day for this summit with Kim Jong-un, that will be much cheaper than the historic June 15th, 2000 summit which cost South Korea about half billion dollar. So I suppose that will be a bargain”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유익한 비정부 기구로 알려진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자국민을 의도적으로 굶주리게 하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든 범죄 정권에게 자진해서 보조금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원칙을 져버리는 뻔뻔한 타협이자 불행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However, an NGO purportedly doing good, in willingly subsidizing a criminal regime that deliberately starves its own people while building nukes and ICBMs, would be a blatant compromise of principles and set an unfortunate precedent.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정상회담 체류비 대납을 모색하는 북한 정권의 행태는 “국제 갈취이자 악당 행위”라며 김정은 정권은 가난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을 인용해 북한 정권의 행태는 “최대의 혜택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North Korean diplomatic erection is all about extracting maximum benefits….”

최고 지도자를 위해 6천 달러를 지불할 여유가 없다며 다른 나라나 단체에 대신 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더 많은 이득을 챙기려는 북한 정권의 전형적인 외교적 수법이란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또 노벨평화상을 받은 단체(ICAN)가 유엔이 규명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정권 지도자에게 호텔 비용 지불하겠다는 것은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아직 미북 정상회담 경비 부담에 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 동등한 대우를 받기 원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 정부가 계속 국제 행사 참가비를 외부에 의존하는 행태는 매우 역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석좌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비용 대납을 친선과 외교와 대화 분위기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자신은 국제규범이 북한에 적용되지 않는 또 하나의 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을 하는 국가는 비용을 스스로 지불해야 하고 또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이런 비난을 의식해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한다면, 태도를 바꾼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장소와 숙소 등 의전 관계는 현재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싱가포르에서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5일 현재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