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경기대 교수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기호 경기대 교수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2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70여년 간 이어져 온 전쟁이 끝나고, 항구적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 등 미국과 한국의 방위를 약화하는 후속 조치를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6.25 한국전쟁 종전 선언이 구체화된 건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였습니다.

이날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종전 선언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합의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우리는 또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북 회담에서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답하면서, 종전 선언은 미국과 북한 정상의 만남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at could happen. We talked about ending the war. And you know, this war has been going on -- it's got to be the longest war -- almost 70 years...”

한국전쟁은 70년 동안 진행됐고 아마 가장 오래 계속된 전쟁일 수 있다며, (종전 선언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회담에 앞서 논의할 것이며,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미국과 북한, 중국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뒤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종전과 달리 정전은 전쟁을 멈추는 것으로, 한반도는 엄밀히 따지면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70년 간 이어져 온 한국전쟁이 끝난다는 상징성과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종전 선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 선언에 참여하기 위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5일 “종전 선언 등 추가 의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상황을 지켜보며 남-북-미와 국제사회와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종전 선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군사전문가인 김기호 경기대 교수는 종전 선언 이후 뒤따르게 될 평화협정에 따라 문서상에는 평화의 파괴 행위가 사라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미군 주도 유엔군사령부의 존속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기호 교수] “유엔사 해체 명분이 제기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논리로 이어질 수 있고요. 그게 이 시기에 위험하냐면 한미연합사령부도 한국 군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받아오면서 한미연합사령부가 미래연합사령부로 바뀌는 취약한 시기에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논의가 되면 북한 군사력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김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 논란 외에도 방위를 약화하는 후속 조치들이 파생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전협정을 체결할 당시 서해와 동해 일대의 해상경계선이 획정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기호 교수]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계선은 유엔 해양법이 제시하는 등거리선을 주장하고 있어요. 그럼 지금 북방한계선인 NLL보다 훨씬 이남, 인천 가까이 해상경계선이 내려오게 되거든요. 이 문제가 상당한 암초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라서 한국이 예상하지 못한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의 의도가 완전히 평화적으로 바뀌었는지 확인한 이후에 종전 선언을 해도 늦지 않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윤석준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실질적인 문제가 아닌 종전 선언이라는 상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녹취: 윤석준 연구위원] “지금 우리는 항구적인 평화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즉 휴전상태죠. 그것이 잘 유지가 되고 있고, 지금까지 국지적인 충돌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불과 50마일 떨어진 남북 간에 항구적 평화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실질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상징적인 종전을 선언한다?”

윤 연구위원은 종전 선언이 이뤄지더라도 북한의 대규모 재래식 무기 등 군사적 긴장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면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역할에 의문이 생기는 등의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석준 연구위원] “갑자기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당사자이면서 제 3자 입장인 중국이 '이제 종전이 선언돼 북한의 위협이 없으니 한미 동맹도 한국이 재고해야 하고, 주한미군의 역할도 한국 정부가 재고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요구하면 사드보다 더 큰 반향이 일어날 수 있어요.”

또 “지금까지 많은 공을 들이고 갑론을박을 해 오던 비핵화 문제가 너무 빨리 종전 문제로 무게가 옮겨졌다”며, “한반도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고 국제적인 문제와 연계돼 있다는 걸 간과한 게 아니겠느냐”고 윤 연구위원은 반문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을 역임했던 김정봉 유원대 석좌교수도 종전 선언이 비핵화 문제보다 앞서고 있다는 데 우려했습니다.

[녹취: 김정봉 교수] “종전 선언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거기에 대한 대가로 제공돼야 하는데 현재 북한의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종전 선언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심히 우려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종전을 선언하게 되면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군사적 제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시간을 지체할 경우를 대비해 종전 선언을 비핵화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전 선언과 주한미군 철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다만 종전 선언 이후 미국과 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전 선언이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녹취: 양무진 교수] “종전 선언의 중요성은 북한의 안보 우려사항을 해소하고 비핵화를 촉진시킨다는 측면에서 아주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 교수는 종전 선언이 이미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되면서 미-남-북 모두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전 선언 문제는 미-한 정상 차원에서 공감을 이룬 것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과 차례로 면담하면서 깊게 논의됐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그만큼 비핵화 논의와도 관련성이 깊다는 겁니다. 

아울러 종전 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나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종전 선언은 '전쟁을 끝장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나아가서 향후 평화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라고 하는 큰 원칙과 방향만을 담은 정치적 선언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선언에 있어서 주한미군 문제와 한-미 군사훈련은 문구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양 교수는 주한미군은 남북 간 문제가 아닌, 미-한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전 선언 이후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주둔의 성격만 변화한다면 북한도 용인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종전 선언과 미-한 연합군사훈련,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시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양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