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협의회 김경재 회장과 심구섭 대표.
남북이산가족협의회 김경재 회장과 심구섭 대표.

한국 내 이산가족들은 최근 급변하는 남북한과 미-북 관계가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기회로 연결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일회성 상봉 행사보다는 당장 생사 확인부터 하고, 서신 교환과 화상 상봉 등을 순차적으로 해 나가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남북한은 지난 4월27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시작될 것이며 고향을 방문하고 서신을 교환할 것입니다.”

이날 두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과 북은 적십자회담을 개최하고, 이산가족과 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약 3년 간 중단됐던 상봉 행사가 다시 열리게 됐지만 'VOA'가 만난 이산가족들의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같은 방식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소수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남북이산가족협의회 김경재 회장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로또' 복권 당첨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김경재 회장] “물론 제일 처음 남북 이산가족 신청하라고 할 때 제일 먼저 했죠. 그런데 그게 100명씩 당첨이 되니까 우리나라 로또 복권보다도 더 당첨되기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재수가 없는 사람이 돼서 그런지 뽑히지 못했고...” 

올해 86살인 김 회장이 상봉 신청을 했던 건 북에 두고 온 부모님과 동생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매번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부풀었던 마음은 점차 무뎌졌고, 8월15일 상봉 행사 역시 기대를 접은 지 오래입니다. 

[녹취: 김경재 회장] “저는 솔직하게 기대를 안 합니다… 더 늦기 전에 고향을 한 번쯤은 방문해 봤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을 뿐이죠.”

1980년대 한국 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약 13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 절반도 안 되는 5만7천여 명만이 남았습니다. 대부분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눈을 감은 겁니다. 

그나마 아직까지 살아있는 신청자 5명 중 1명은 90세가 넘은 고령으로, 이들에겐 더더욱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이산가족협의회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산가족협의회 심구섭 대표도 이전과 같은 방식의 상봉 행사는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데 제약 조건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심구섭 대표] “종전과 같이 100명 씩 만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4년 동안 400명, 20년 동안 2천 명 만났거든요? 그럼 앞으로 100명씩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 때문에 심 대표는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제도적인 부분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이 우선시 돼야 하고, 이후 편지 왕래와 전화 연락, 화상 상봉, 고향 방문을 순차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심 대표는 “커피 한 잔 값이면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어디와도 연락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이산가족들도 그렇게 연락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상당수 이산가족들은 정부보다는 브로커 등 민간 차원의 활동에 더 많은 기대를 걸어온 게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일부 이산가족들은 일본과 중국 등을 통해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고, 이후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이산가족협의회는 남측 가족들 중에는 정기적으로 북측 가족에게 선물이나 현금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회장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공식 경로가 아닌 90년대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계 미국인 고향 선배로부터 들었습니다. 이후 일본을 통해 여동생과 연락이 닿았고, 지금도 서신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경재 회장] “정부의 도움은 없었죠.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한 거에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산가족들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비공식 접촉이 남북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 만큼은 한국과 북한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한 이산가족은 'VOA'에 브로커 차원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북측 가족과 연락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경제력에 따라 가족과의 연결이 불가능한 이산가족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심구섭 대표는 이산가족들이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미-북 정상회담과 이후 미국과 한국, 북한 정상의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심구섭 대표]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기대가 어긋나지 않게 미국, 북한, 우리나라 정상들이 합의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를) 꿈 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