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을 외국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배포 사진.
2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을 외국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15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핵 전문가들은 엇갈린 의견을 보였습니다. 비핵화 과정에는 정치적 사안이 포함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과 기술적 측면만 고려해야 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상반된 분석으로 나뉘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과거 영변 등을 직접 방문한 미국의 핵과학자 지크프리트 헤커 박사는 최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의 정치적, 기술적 복잡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가장 위협이 되는 핵 프로그램의 동결 등을 시작으로 서서히 폐기와 해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9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헤커 박사의 논리는 너무 수동적이며 이런 절차를 밟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 think it is way too pessimistic, and also not the way to proceed…there is this horrible tendency to focus on the easy parts first and kick the hard problems down the road.” 

헤커 박사의 주장은 북한 비핵화 과정 중 쉬운 부분에 먼저 집중을 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뒤로 미루는 심각한 경향을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되면 각종 합의와 비핵화 의지 등에 변화가 생기고 모든 게 무너져버린 과거 사례들을 상기시켰습니다. 

과거 이라크 무기 사찰에 참가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번에는 어려운 것을 먼저 해결하는 게 목적이라며 성공적이고 검증 가능하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을 2년 안에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 think that the whole purpose of this time is to make the hard things first. I think that you could dismantle this program successfully…you can dismantle this successfully in verifiable manner in 2 years.” 

핵무기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핵화 사례에서 봤듯이 몇 주도 걸리지 않으며 원심분리기 등 핵심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것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헤커 박사의 비핵화 로드맵 중 핵심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폐기와 해체 과정이 비핵화 마지막 단계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Fundamental approach has got to be different this time, and the Stanford people are taking kind of old approach, and of course dismantlement happens last and is tie to decommissioning. But no, it is not tie to decommissioning that is sort of what you do much later but you cripple the plants long before that.” 

해체와 폐기 과정이 엮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체보다 훨씬 앞서 많은 시설들을 사용할 수 없게끔 만들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은 검증이 어려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선 사용하지 못하게 한 다음에 단계적으로 해체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며 왜 다시 과거 실패한 방식을 택하려 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핵 과학자 셰릴 로퍼 씨.
미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35년간 재직하며 여러 국가의 비핵화 과정에 참여했던 핵 과학자 셰릴 로퍼 씨. (사진 제공: 베키 배츠/리폰대학교)

​​반면 셰릴 로퍼 전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핵 폐기 전문가는 29일 VOA에 헤커 박사의 분석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퍼] “I think it is reasonable estimates, but I think it depends on a lot of things, I think it depends on how much cooperation there is from North Korea, it depends on how much we can pull together, I think it is going to take quite an effort” 

하지만 이 문제는 많은 것들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얼마나 협조할 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헤커 박사의 주장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정치적인 사안, 즉 북한이 완전한 의지를 보일지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어 자신은 핵무기를 보유한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 기간이 15년보다는 적게 걸릴 수 있고 10년 이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작업은 큰 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퍼] “I think it could take less than 15 years, but it is much bigger job than Syrian job that I looked at was, and so I think maybe you could cut it down to 10 years or maybe less than that, it is actually a big job. There are lots of facilities, lots of issues basically we, who will be doing verifications, have to ask North Korea for their list.” 

북한에는 핵 관련 시설이 많고 검증 절차에서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검증을 통해 제거해야 하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북한이 공개한 목록과 비교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서로간의 차이가 많다면 시간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해체 과정에 참여했던 로퍼 씨는 그러나 정치적인 사안을 배제하고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현재 이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과정과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퍼] “As far as the technical part goes, I think it is going to be roughly equivalent to what IAEA has been doing in Iran, except little bit more difficult …”

그러면서 북한은 현재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한편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는 모든 과정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현실적으로 2~3년이면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I think that two three years to complete the entire job…I think it is realistic. And you would have to put some of the verification to the upfront”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생산 시설들, 보유한 핵 물질의 양을 모두 공개하는 의지를 보인다면 비핵화 자체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고 20여 차례 방북했던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역시 남아공이 북한보다 적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기는 했지만 비핵화 절차에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