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남측 군인과 북측 군인 사이로 군사분계선이 보인다.
지난달 26일 판문점에서 남북한 국인들이 마주 서 있다.

미국과 한국, 북한이 참여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종전은 비무장지대 병력을 감축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해야 가능하며 검증 또한 뒤따르는 긴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7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미국, 한국, 북한 3국이 함께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길 바란다는 구상입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북한 3국이 공식적으로 한국전쟁을 끝내는 진정한 의미의 종전을 선언하기 위해선 군사적 측면에서 실질적 내용이 합의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종전선언은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단순 성명에 불과한 종전선언은 실질적으로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f it’s just a paper declaration that the war is officially over, then it won’t make any change at all on the ground…”

종이 한 장에 단순히 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종결됐다고 명시하는 것은 전쟁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과 북한에 배치돼 있는 병력을 줄이거나 철수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n addition to a piece of paper, there is also some changes on the ground in terms of removing forces…”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집중돼 있는 한국과 북한의 병력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돼야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는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관점에서 충족돼야 할 요건들도 있습니다.

안보 전문 미국 민간기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녹취:베넷 선임연구원] “Number one, the nuclear weapons have to be removed from North Korea. North Korea agreed in the April 27 agreement…”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기 위해선 첫 번째로 북한의 핵무기가 제거돼야 하고 두 번째로는 북한 병력이 대규모 감축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생화학 무기와 방사능 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재래식 병력도 대규모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세 번째 요건은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하는데 이는 곧 북한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국을 적이라고 규정하며 비난하는 적대적 행위의 중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체제 안전 보장뿐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 또한 없애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미-북 회담에 앞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미-북 회담 직후 미국, 한국, 북한이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병력 감축에 관한 검증 문제도 종전선언이 신속히 이뤄질 수 없는 주요 이유로 지적됐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비무장지대를 진정한 ‘비무장지대’로 전환하기 위해선 실제로 병력이 감축 또는 재배치됐는지에 관한 실제 확인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매우 긴 과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선임연구원]”There are usually in Europe. That was done through a pretty long arms control process…”

실례로 과거 유럽의 경우 미국과 당시 소련은 합의와 검증이 오가는 매우 장기간의 군축 과정을 통해 공식적인 종전선언이 이뤄졌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이 못박은 종전선언 시기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이 대목이 미국을 다급하게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선임연구원]”The two Koreas in the Panmunjom Declaration, they stated that they wanted to achieve all of these by the end of this year…”

종전선언과 비핵화는 병립하는 사안인데, 남북이 종전선언 시기를 올해 안으로 못박으면서 미국과 북한이 신속하게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병력 조정에 관한 오랜 기간의 합의와 검증 과정이 포함돼야 하는 종전선언을 남북이 올 해 안에 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지나친 야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평화에 관한 부분과 비핵화 문제가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을지 먼저 공통된 합의를 도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가 지난 11일 VOA 좌담회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해 말하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

​​반면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는 종전선언이 상징적 의미에 불과할지라도 이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갈루치 전 특사] “There is a whole lot that goes into normal relations and that would be consistent with the end of armistice…”

적대 상태를 종결하는 종전선언은 미국과 한국, 북한 3국이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라는 설명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