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한 정상회담이 열린 백악관 앞에서 미주 한인과 탈북자들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도록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2일 미한 정상회담이 열린 백악관 앞에서 미주 한인과 탈북자들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도록 촉구하는 시위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높아졌다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에 북한 출신 미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한 것도 아니고 세계 최악의 인권을 개선한 것도 아닌데 독재자를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탈북 난민은 문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이라고 지적한 것은 통일과 북한 주민이 아닌 한국의 국익에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이기적 의도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리 김정은 위원장님은 우리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높아졌고, 아주 기대도 높아졌습니다”, “조미정상회담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에서 시민권자로 살아가는 탈북 난민들은 큰 실망과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한 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사는 주 모 씨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김정은 정권을 너무 미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주 씨] “북한에 관해 너무 미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청와대에서) 이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진보 운동권 계열이라고 하지만, 그것과 북한 정권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합리화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그런데 너무 북한 정권의 본질을 알 만큼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정상국가처럼 예의와 격식을 갖추려는 것을 보면서, 물론 국가 간 대화이니까 상대방을 존중하고 격식을 갖춰져야 하는 것은 좋지만, 그 격식 안에서 너무 차이가 나면 본질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미 남부에 사는 정 씨는 문 대통령의 말에 깜짝 놀랐다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씨] “나는 깜짝 놀랐어요. 북한 정권의 독재 탄압에 분노해도 시원치 않은데 무슨 그 사람이 핵을 포기했어요 뭐했어요? 너무 슬픕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까 신음하는 북한 국민에 대한 우롱이고 모욕이고 망발입니다.”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논란이 일자 27일 기자들에게 “북한에 가서는 그쪽 언어를 써주는 게 통상적인 예우”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4월에 남측에 내려와서 한국식 언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1차 회담에서 “탈북자”, “북한군” 등의 표현을 쓴 것을 지적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일부 전문가는 상대방을 서로 존중해 신뢰를 쌓으며 북한의 비핵화란 보다 큰 것을 얻기 위해 하는 “인정 외교”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2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정은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한 것은 진실이 아닐 뿐 아니라 지나친 아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To say Kim is “popular” in the South is not only not true, but is excessive flattery at the risk of compromising the office of the ROK presidency. It is offensive, undignified, and worthy of ridicule.” 

지난 4·27 정상회담에 따른 설문조사 결과 김정은의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가 한국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는 것은 남북한 현실을 볼 때 “공격적이고 품격이 없으며 비웃을만한” 발언이란 겁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이런 발언은 “노무현 전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05년 중국 칭화대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덩샤오핑과 함께 마오쩌둥을 말한 것처럼 전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It is entirely inappropriate, like Roh Moo Hyun saying at Tsinghua University in 2005 that Mao Zedong, together Deng Xiaoping, is one of the two Chinese figures he most respects.”

마오쩌둥은 문화혁명 등으로 수천만 명을 학살한 독재자로 악명이 높고 북한은 유엔이 현대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반인도 범죄 국가로 지목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를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했었습니다.

북한 김씨 정권의 대량 학살 중단 캠페인을 위해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탈북작가 지현아 씨는 28일 VOA에 “수많은 북한 주민들을 굶겨 죽이고 지금도 주민의 인권과 생명을 무시하는 학살자를 미화하는 한국 대통령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한국 내 많은 탈북민들이 탈북 여종업원 송환 가능성 제기로 걱정이 많은데 북한 지도자가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높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탈북민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는 겁니다. 

[녹취: 지현아 씨] “암담합니다. 북한 여종업원을 강제 송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분노가 극치에 달해 있습니다. 평화라는 말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해결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 정권이 요구하는 대로 다 남한에서 해주면서 전쟁 안 일으키게 그냥 그렇게 하는 건지 이것을 잘 분간하지 못하겠습니다.”

미 동남부에 사는 북한 교원 출신 사라 씨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라 씨]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죠. 한국은 말리는 시어머니입니다. 참 얄밉습니다. 차라리 통일을 원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위하는 척하지만, 오히려 독재자를 두둔하며 북한 주민들을 좌절하게 하고 통일보다 한국의 이익만 먼저 챙기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미 동부에 사는 주 씨도 문 대통령이 북미를 조미로 호칭하는 것을 배려 차원으로 보고 싶다면서도 친밀감이 있는 “남북”보다 “조미”로 호칭한 게 통일 없이 두 국가로 살자는 의미로 비쳐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주 씨] “’조미’라고 불렀다는 것은 오히려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 통일을 그렇게 바라지 않는 게 아닌가? 라는 우려도 들어요. 그냥 북한에 있는 정권 인정해주고 경제협력 정도만 해줘 가지고 한반도를 평화롭게 하고 통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그냥 너희는 조선으로 남아있어. 우리는 한국으로 남아있을게 이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데 저도 동의하지만, 일단 두 체제로 살다가 때가 되면 봐서 통일하자는 것은 거의 통일 안 하자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하지만 탈북 난민 정 씨는 “조미든 북미든 다 같은 한반도의 말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헨리 송 씨는 ‘북미’나 ‘미북’으로 하지 않고 ‘조미’라고 한 것은 북한을 배려하려는 차원으로 보이지만, 최대 지원국이자 동맹인 미국에 대한 모욕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맹인 미국보다 북한 정권을 더 배려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성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일미 관계라고 말할 수 있냐며,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탈북 난민은 “한일 관계 개선과 일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국 대통령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할 수 있냐”며 너무 북한 정권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치범관리소 관련 행사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은 곧 주민들에게 지금처럼 살라는 얘기라며 북한 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씨]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이라고 했으면 그럼 북한에서도 김정은이가 대한민국이라고 해야겠죠.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까? 너무 끌려가는 것 같아요. 김정은이 지금 제일 먼저 조건으로 내세우는 게 뭡니까? 체제보장이잖아요. 그럼 체제보장이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까요? 고깃국에 쌀밥을 먹여주겠다는 예전부터 듣던 이야기구요. 그건 시행된 적도 없고. 김정은이 또 내세운 조건이 대북방송 전단 중단이잖아요. 그건 뭔가요? 북한 주민들 듣지도 보지도 말고 살라는 거잖아요. 그냥 그렇게 살도록 놔두라는 거죠. 근데 체제 보장되면 북한 주민들한테 어떤 혜택이 돌아갈까요?”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27일 ‘제국주의 사상문화는 침략과 지배의 수단’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외부 문화는 “통일단결을 파괴하고 내부혼란을 조성해 제도 전복, 정권 교체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상교양사업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나가는 게 중요하며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모기장을 든든히 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