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한국 서울역 대기실에 설치된 TV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 서울역 대기실에 설치된 TV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미국 내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된 데 대해 놀랄 일이 아니라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오디오] 미국 내 탈북자들 "미-북 간 ‘신뢰 구축’ 없는 정상회담 취소 놀랍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미-북 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대해 미국 내 탈북자사회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회담 개최에 대해 가졌던 의구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의구심의 동기와 배경에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습니다. 

택사스에 거주하는 물리학박사 조셉 한 씨는 애초부터 회담이 열리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녹취: 조셉 한] “저는…. 바라지 않았어요. 한다 해도 믿을 만한 게 없어요. 이야기가 되지 않을 거 같았어요. 원하는 게 다르고 하니까요. 해도 얻어질 결론은 없을 거 같았어요.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회담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한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기본적으로 북한과 대화가 통할 거라는 믿음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을 국정연설 현장과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의 치부를 건드려 온 장본인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문제를 대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사람이라고 한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한 박사는 회담 성과에 대한 의구심은 미 의회 내에도 만연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한] “국회에서도 여론이 많았거든요. 북한과 대화가 되겠는가. 시간 낭비다. 이미 해봤지 않는가. 트럼프가 시간 낭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있거든요. 회의적인 것이 많았어요. 그런 거 반영한 거 같아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오 국무장관을 북한으로 보냈지만 미국의 일방적 요구였지 대화를 위한 시도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한 박사는,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 상대로 신뢰하고 있지 않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익명을 요구한 탈북 남성은 회담 취소 소식에 우려했던 점이 현실이 됐다며, 미-북 간 신뢰 문제를 회담 결렬의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30대 탈북 남성] “오히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뢰 구축 과정이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돼 왔잖아요. 서로 간 신뢰 구축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만 했고, 이런 걸 보면서, 설사 회담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는가..”

영국 내 북한인권단체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6월 열릴 예정이었던 회담 자체가 시기상조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박지현] “회담 자체가 시기상조잖아요. 솔직히 기뻤어요. 체계적으로 3자 6자 회담을 올라가서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는데 취소됐다면 아쉽겠지만 불안했거든요. 정상이 만나는 주제로 핵 하고만 해서 불안했는데..”

박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북한이라는 나라와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구심이 확인됐고, 신뢰 구축 없이는 회담에서 나오는 어떤 내용도 무의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징검다리의 박 대표는 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의 조건이 체제보장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들이 절대 원하지 않는 북한정권 체제보장을 조건으로 한 회담 취소는 희소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의 30대 탈북 남성은 북한의 체제보장 수단이 북한 주민의 목숨과 맞바꾼 핵이라며, 이런 비정상국가의 지도자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으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또다른 익명의 탈북 남성은 북한이 중국과 접촉이 없었더라면 다른 이야기가 됐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비핵화를 목표로 한 미-북 회담 취소에 탈북자들이 놀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합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미국도 이를 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글로리아 김 씨입니다. 

[녹취:글로리아 김] “북한이 핵무기를 사람을 많이 죽여가면서까지 핵무기를 성공하는데.. 모든 것을 다 밀어넣고, 그렇게 해야만 김정은이 살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김정은이 비핵화 하다 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죠. 북한 사람들은 알아요. 그런데 그 미국은 또 북-미 회담에 전제가 비핵화 잖아요. 영원히 없애버리겠다고 했어요. 영원히 완전히. 말이 안되죠. 그게 전제면 김정은은 살 수가 없어요.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한다고 내놓고, 기본적인 건 감추고 보여주기 식.. 뻔한거죠.”

올 9월 미 국무부의 장학금으로 미국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과정을 앞둔 30대 탈북 남성 이성주 씨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핵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도 비핵화에 있어 무의미한 쇼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성주] “풍계리 폭파했잖아요. 가마솥이 있어요. 밥을 지으면 가마솥이 필요없어요. 상태가 좋던 나쁘던. 풍계리 폭파에 이벤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핵무기에 초덤을 맞춰야 해요. 한 두 달만 다른 갱도에서 시험해서 핵무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전 미국도 이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이해관계를 좁힐 수 없다고 판단해 회담을 취소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성주 씨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담 재고려 발언도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렇듯 미-북 간 신뢰 부재와 북한의 비핵화 불가능 등을 이유로 정상회담 취소가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입니다. 

그런만큼 탈북자들은 두 나라 간 신뢰관계 속에 진정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정상 간 회담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북 간 두 나라가 다른 자세로 회담 논의를 다시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징검다리 박지현 대표는 향후 회담이 다시 열리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방을 줄이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