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을 외국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배포 사진.
2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을 외국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배포 사진.

북한 정권이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위해 외국 언론을 초청한 뒤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프로파간다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미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다른 국제 언론 감시 전문가는 외신에 대한 북한 정권의 나쁜 관행을 막기 위해 기자들이 단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이 자본주의 언론의 약점을 활용해 프로파간다 장사를 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VOA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와 이를 취재하는 외신들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신 기자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한국 취재진의 입국을 거부하다 막판에 허용하는 등 자유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무례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뒤 ‘평양의 영어 선생님’ 책을 펴낸 수키 김 씨는 “북한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황송해하는 이상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수키 김] “들어가는 것도 제한됐고 몇 명 만이 선택돼 들어갔고 그러니까 너희는 감지덕지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런데 그게 할 때마다 먹히는 거죠.”

실제로 핵 실험장 폭파 취재를 위해 북한에 간 5개 나라 20여 명의 외국 취재진은 최근 황당한 경험들을 외부에 전했습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지난 22일 방송에서 언제 핵 실험장 폭파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취재진이 무엇을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북한 정권이 보여주기 원하는 것만 볼 수 있다는 것이고 감시원은 늘 옆에 붙어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오지에서 필수적인 위성 전화기와 핵실험장의 안전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가져간 방사선 측정기도 당국에 압수됐다고 밝혔습니다.

수키 김 씨는 이런 상황을 기자의 손과 발이 묶이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수키 김] “미디어가 해야 하는 것은 가서 정보를 찾아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들어가는 것만 해도 발전이다. 들어가는 것이 안 들어 가는 것보다는 낫다. 이거잖아요 항상. 그러니까 완벽하게 손발을 묶어놓는 것 같아요.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그리고 그것을 수긍하는 게 참 희한한 거고. 왜냐하면 불평하면 다시는 못 들어가니까. 너는 우리가 하라는 대로 말을 잘 들어야 하고.” 

실제로 지난 2016년 북한의 7차 당대회를 취재하던 영국 ‘BBC’ 취재진은 북한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다 추방됐습니다. 

당시 쫓겨난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자신들이 겪은 북한 정권의 과민한 통제는 역설적으로 북한 정권의 취약함과 불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국제 언론감시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엘 전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24일 VOA에 북한에는 국제적인 언론 기준이 없고 그것을 요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전 국장] “There is no international standard. So it’s harder for international community to tell…”

북한은 외국 언론을 정권 선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에 목적에 어긋나는 어떤 행동이나 질문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인 탈북민 장해성 씨는 24일 VOA에 외신을 초청해 외부 세계에 정권의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김정일 시대 때부터 있던 오랜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씨] “늘 하는 일이에요. 북한 외국언론을 그렇게 활용하는 것은 지난 기간에도 부지기수로 많았습니다. 내가 있을 때는 김정일이 집권했을 때부터 원래 내려오던 세습적인 전통이에요”

북한 내부에서는 외신이든 국내 언론이든 북한 정권이 요구하고 보여주는 것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장해성 씨] “북한이란 나라 자체가 완전히 어둠 속에 있는 나라니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발굴할까 하고 북한에 들어가는데 들어간다 해도 어쨌든 통제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외신 기자들은 북한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외부와 단절되는 체험을 하고 평양을 떠난 비행기가 베이징에 안착하면 자신도 모르게 환호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애나 파이필드 도쿄 특파원은 ‘트위터’에 지난 7차 당대회를 취재하러 평양에 갔는데 관련 소식은 오히려 밖에 있는 한국의 ‘연합뉴스’를 통해 봐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감시원들에게 따졌던 ‘로이터’와 ‘LA 타임스’ 신문 기자들은 마지막 행사에서 배제돼 취재를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이스마엘 전 국장은 이런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북한의 나쁜 관행을 막으려면 외신 기자들이 너무 경쟁하지 말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전 국장] “Solidary between journalists is also a solution. Local bureau also cannot report because they don’t want any trouble…”

외국 언론들이 자유 세계에서 경쟁하듯이 북한에서도 지국을 만들며 각자 활동하고 북한 당국과 마찰을 피하려다 보니 북한 정권의 행태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수키 김 씨는 이런 자본주의 언론의 약점을 북한 정권이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수키 김] “스토리가 되니까요. 이게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가장 약점이 아닐까요? 그래도 신비주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은 원하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도 그마저도 전하는 게 언론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니까 캐피털리즘의 약점을 굉장히 잘 이용하는 케이스 같아요. 솔직히 언론인들을 비난할 수는 없는데, 다만 이렇게까지 수긍하고 들어가서 외화를 뿌리고 이게 맞는 걸까? 도적적, 윤리적으로도 그렇고 이게 과연 저널리즘인가? 저널리즘은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이건 정치죠”

김 씨는 “자유 세계에서 진실을 찾아 전하는 게 언론의 임무인데 오히려 북한 정권의 입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대해 외국 언론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북한을 언론자유가 없는 세계 최악의 국가로 다시 지목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