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싱가포르 가판대에 진열된 신문에 미북 정상회담의 현지 개최 소식이 머리기사로 실렸다.
지난 11일 싱가포르 가판대에 진열된 신문에 미북 정상회담 현지 개최 소식이 머리기사로 실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회담을 전격 취소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이를 통보했다.

북한의 대미 외교 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로 미-북 정상회담이 결국 취소됐습니다. 회담 무산에 따른 양측의 상호 책임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북 관계는 회담 추진 이전 보다 더욱 위험한 긴장 상태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가 결국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사태를 빚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 부상의 담화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을 이유로 들어, 현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선희 부상의 담화가 회담 취소를 직접적으로 밝힌 건 아니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얼뜨기’라는 등으로 강하게 비난했고, 또 미국에 대한 핵 위협에 대해서도 경고했습니다. 최 부상은 펜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리비아의 전철’ ‘군사 옵션’ 등을 거론한 데 맞서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핵 위협을 거론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 이유로 이 위협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앞서 김계관 부상의 담화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상황을 훨씬 더 심각하게 본 것이군요?

기자) 네, 김 부상도 그랬지만 이번 최선희 부상의 담화도 외무성 등 공식 기구가 아닌 개인 이름으로 발표한 건 같습니다. 하지만 최 부상은 이번 정상회담의 실무를 담당한 대미 외교 책임자란 점이 차이가 있고요,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위협적 경고를 담고 있는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진행자) 최 부상의 담화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혀 오지 않았나요?

기자) 네, 첫 고비는 지난 16일 김계관 부상의 담화 때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담화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습니다. 김 부상의 담화는 미국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선 핵 포기, 후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었습니다. 이 담화 이후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개인 이름의 담화를 낸 점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거론하지 않는 `선별적 공격’을 가한 건,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란 조건을 달긴 했지만, 정상회담 재고려 문제를 최고수뇌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한 건, 김계관 부상의 담화 보다는 훨씬 강한 표현이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또다시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태롭게 한 걸까요?

기자) 기본적으로는 `리비아의 전철’을 언급한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최고지도자의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번 담화가 그렇잖아도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에 나온 점입니다. 사실 펜스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는 사흘 전에 이뤄졌는데, 곧바로 대응하지 않고 미-한 정상회담 직후에 담화를 낸 점이 주목됩니다.미국과의 의제 협상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미-북 양측 사이에 회담 무산을 놓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이 벌어질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무의미해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