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미-북 정상회담은 잘해야 미래의 비핵화를 언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내다봤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1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성공’에 집착해 그 기준을 낮출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히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우려하면서 미국의 목표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을 막는 정도에 두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한 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미-북 정상회담 역시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과거 북한 문제를 다루며 이런 상황을 겪어봤던 저 같은 사람들은 거의 놀라지 않았습니다. 지난 48 시간 동안 북한이 여러 불만과 우려 사항, 그리고 자신들에 대한 이른바 위협들에 대한 성명들을 발표한 건데요. 이는 매우 일반적인 일입니다. 저는 북한이 오는 미-북 정상회담의 주제를 바꾸려고 하며 비핵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고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군사훈련을 트집잡는 게 효과적입니다. 군사훈련은 오래 전에 발표된 일이기 때문에 북한이 놀랐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저는 북한이 훈련 내용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B-52 폭격기 등) 특정 훈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있을 훈련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건데요. 북한은 정상회담에 앞서 이런 전술을 펼치고 있고 미국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어떤 형태의 양보라도 하게 하려면 말이죠. 

기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을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열리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담을 이끌도록 국면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거죠. 북한은 회담을 갖고 싶어합니다. 최근 발언들을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담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회담이 열린다면 실현 가능한 목표가 무엇일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가장 잘해야, 미래에나 이뤄질 비핵화를 거론하는 애매하고 모호한 합의를 하는데 그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몇 가지 구체적 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다시 영변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들이 될 수 있겠죠.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명확한 의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북한은 끝까지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말한 것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얻을 수 있는 전부일 것입니다. 물론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말이죠. 

기자)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를 이뤄내면 성공이라고 생각할까요? 

리비어 전부차관보) 미국인들은 회담이 열린다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를 통해 대단한 결과를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말이죠. 일반 미국인들은 무엇을 성공으로 볼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기준을 매우 낮은데 둘 수도 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것에 말이죠. 저는 이런 부분을 우려합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실험과 전진 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받아와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우려됩니다. 이는 만족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 역시 전혀 아닙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목표는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역량을 없애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이 점을 꽤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탄도미사일 역량을 제거하는 것은 미국이 달성하려는 여러 목표 중 하나가 돼야지 이번 회담의 유일한 목표가 돼서는 안됩니다. 폼페오 장관은 벌써 세 번 넘게 회담의 목표가 이런 미사일 역량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저는 그런 점이 불편합니다. 위협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위협의 전부는 아닙니다. 미군 기지들에 대한 위협, 그리고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위협도 있습니다. 미국의 국무장관이나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 제거를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옳지 않다고 봅니다. 목표는 더 큰 것이 돼야 합니다. 

기자) 이에 반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당시 선언이 비핵화를 위한 하나의 로드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1991년부터 1992년 사이 이뤄진 비핵화 선언들은 비핵화에 대한 합의 중 가장 흔치 않은 합의였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선언에는 북한이 핵 물질인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생산하는 역량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재처리 기술과 우라늄 농축 역시 다뤄진 건데요. 볼튼 보좌관이 이 선언을 언급한 이유는 미국이 1992년 선언과 같이 전체 핵무기 개발 역량을 포괄적으로 다룰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기자) 하지만 언급하셨다시피 달성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핵심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명확하고 포괄적인 합의를 이루는 게 이번 회담의 목적이라고 고집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최대한 빠르게 비핵화를 한다는 합의를 말이죠. 미국은 미국과 미군 기지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동맹들에 가하는 위협들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미국의 목표가 여기에 있다는 점을 북한이 명확하게 알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리비아는 국가가 파괴됐었다며 리비아 모델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리비아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이 무엇을 시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리비아 모델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매우 빠른 시간 안에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역량을 제거한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핵 역량이 제거된 뒤 정권이 무너진 사례로 받아들이죠. 리비아의 정권 붕괴는 핵 역량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역량이 제거된 뒤 8년이 지나서 일어난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많은 리비아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무아마르 가다피를 끌어내린 건 리비아 국민들이지 미국이 아닙니다 리비아 모델이 언급되는 이유는 이해가 됩니다. 빠른 시간 안에 핵 역량을 제거하고 이들을 미국으로 옮기는 점 때문인데요. 하지만 저는 이 모델을 언급하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거나 실패한다면 어떤 일이 전개될까요?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몇 달 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회담이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최근 48시간동안 북한의 발표들을 고려해본다면 말이죠. 회담이 실패한다면 미국이 제재와 다른 조치들을 강화하는 게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전혀 최대 압박이 아니며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진정한 최대 압박을 매우 빠르게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을 빠르게 설득시키고 몇 개월 안에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은 북한의 ‘번영’이라는 말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이 매우 부유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적인 방법으로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리비어 전부차관보) 우선 미국 정부가 많은 돈을 직접 투자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미국은 투자와 자금 유입, 무역 등에 대한 제한 조치들을 대다수 풀 수 있을 겁니다. 미국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들도 투자를 하는 거죠. 하지만 미국은 이런 메시지를 과거에도 전달했었습니다. 1998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제가 이런 메시지를 직접 작성했던 게 기억납니다. 북한이 바라던 각종 보장들에 대해서도 저희는 논의했습니다. 이런 보장들은 과거 북한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을까요? 지켜봐야 할 겁니다. 

기자) 북한에 일종의 특별지구를 만들고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직접 관리해 민주주의나 시장경제를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매우 훌륭한 일이 되겠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말을 요약하면 “북한 사람들은 한국과 마찬가지인 한국 사람들이다. 38선 이북에 있는 사람들이 38선 이남 사람들이 이뤄낸 것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좋은 동기부여와 시스템만 갖춰지면 한국과 같이 산업화 되고 생산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로부터 미-북 회담의 전망과 변수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