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지난 14일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한 한국 기자들의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대남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하려는 한국 측 기자단의 명단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18일 'VOA'에 “팩스로 한국 기자들의 명단을 보냈지만 반송됐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3일부터 25일 사이 진행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미국과 한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 기자들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한국은 2개 언론사 8명의 기자를 선정해 이날 북한에 통보했는데, 북한이 팩스 접수를 거부한 겁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측의 거부가 한국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핵실험장 폐기 행사 자체를 취소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었습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글쎄 뭐 그와 관련해서 특별한 동향은 없고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차질 없이 진행이 되기를 바라고, 정부는 오늘 북측에 방북 기자단 명단을 전달하고 필요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강경 발언에 이어 한국 기자들의 명단 접수까지 거부하면서 올해 초부터 급진전된 남북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주부터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여러 중요한 일정들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대남 압박이 관련 일정에 차질을 불러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습니다.

리선권 북한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남한 정부와 마주앉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북남 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한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리 위원장은 미-한 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의 최근 국회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면서 "북남관계 개선 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 도가 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전날인 16일에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며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18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면서 향후 미-북 관계에 대한 볼튼 보좌관의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의 담화에 대한 논평 요구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남북 정상 간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자 하는 남과 북의 의지와 입장은 같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 나간다는 남북 모두 입장 변화는 없다고 봅니다.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멈추거나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한국 청와대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에게 “그냥 지켜보겠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런 가운데 22일 열리는 미국과 한국의 정상회담이 북한의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21일과 22일 양일간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며 “22일 오전 (문 대통령이) 미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 담당자들을 접견하고, 정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한 뒤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배석자가 없는 단독회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모든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심도 있는 대화가 오고 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는 경우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비공개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미-한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파악한 북한의 입장과 태도를 충분히 전달하고, 반대로 북한에도 미국의 입장과 견해를 전해 양측의 입장 차이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