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 작성하려고 하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이 보조를 하고 있다.
지난달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 작성하려고 하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이 보조를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면서 북한의 외교안보 라인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어떤 인물들이 북한의 외교전략을 세우고 또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참석할지, 최원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중국 다롄에서 지난 7-8일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두드러진 인물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었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은 8일 해변가를 산책한 데 이어 야외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대화하는 자리 바로 옆에 앉았습니다. 북-중 정상의 가장 은밀한 대화에 북한 수행원 중 유일하게 배석한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김여정은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지만 이번 동계올림픽, 정상회담에서 역할을 보면 비서실장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지난 2월에는 김 위원장의특사 자격으로 한국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김여정입니다. 

[녹취: 김여정] ”대통령님께서 마음 많이 써주셔서 불편함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여정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화동들이 건넨 꽃다발을 챙기는 것은 물론 회담에도 배석하는 등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서 회담 전 과정을 챙겼습니다.

올해 31살인 김여정은 1990년대 말 오빠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 당 부부장에 이어 2016년에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볼 때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The picture strongly suggest that Kim jung-un trust her.."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현재 핵 문제를 비롯해 대남 관계와 대미 관계를 총괄하는 인물입니다. 김영철 부장은 지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 배석한 데 이어 7일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도 배석했습니다.

김영철 부장이 특히 주목되는 건 그가 미국과의 물밑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 부장은 지난 3월 말 마이크 폼페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을 비밀리에 평양으로 불러들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게 했습니다. 

이어 지난 9일 폼페오 국무장관이 또다시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환영오찬을 베풀고 폼페오 장관과 핵 문제와 미-북 정상회담 문제를 놓고 장시간 논의했습니다.

이밖에도 김영철 부장은 한국의 서훈 국정원장, 미국의 폼페오 국무장관을 연결하는 남-북-미 3각 채널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강인덕 전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삼각채널의 북측 책임자가 김영철인데, 그건 그동안 남북관계, 6자회담 모두 공작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김영철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능란하겠죠.”

지난 2006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김영철을 상대했던 한국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영철에 대해 ‘권모술수가 능한 사람’이라고 평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김영철하고 참 많은 대화를 했는데, 김영철은 모사꾼이에요. 권모술수가 능하고 권위적이고,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청을 높이다가 구걸을 하다시피 하고, 변화무쌍하게 협상을 하는 인물이에요.”
한국에서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공격의 배후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2010년 3월 잠수함을 동원해 서해 백령도에서 천안함을 공격했는데,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이 이를 주도했다는 겁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 배석한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눈여겨 볼 인물입니다. 북한은 당 우위 국가로 노동당이 모든 것을 지휘, 통제하는 체제인데, 리수용은 노동당에서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막후 실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19년 만에 외교위원회를 복원하면서 리수용을 외교위원장으로 앉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츼: 중방]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으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대의원...."

리수용은 김정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스위스주재 북한대사로 있으면서 김 위원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해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당시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리용호 북한 외무상] “트럼프가 바로 이 연탁에서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최고존엄을 감히 건드리고 위협하는 망발과 폭언을 늘어놨기 때문에 나도 같은 말투로 그에 대응하는 것이 응당하다고 봅니다.”

과거 외교 무대에서 리용호를 만나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리용호 외무상이 핵 문제에 밝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며, 미-북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Lee Yong-ho has tremendous experience.."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상도 대미 외교의 최일선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최선희 부상은 최영림 전 북한 총리의 딸로 알려졌습니다.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최 부상은 베이징 6자회담 통역으로 외교무대에 데뷔해 20년 가깝게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씨름해 왔습니다. 최선희 부상이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최선희]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화의 전제가 바로 서있어야 되고…”

북한 핵 문제를 담당해온 강석주 비서가 2016년에 사망하고 김계관 부상도 사실상 은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선희 부상이 미-북 정상회담에 이은 실무협상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난 외교라인 외에도 노동당과 서기실 등에 공개되지 않은 실무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노동당 국제부와 김정은 위원장을 옆에서 보좌하는 실무진이 미-북 정상회담 전략과 후속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겁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