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에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인사한 후 함께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는 언제쯤 북으로 가 볼 수 있겠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북측으로 가보자고 회답한 뒤 나온 돌발행동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손을 잡고 판문점 남북 경계선을 넘고 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으로 대대적인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돈의 가치가 남북 관계를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사람의 통합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독일 통일 시기에 현지에 1년 동안 머물며 시행착오를 연구했었던 오공단 미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요즘 남북관계 개선을 그저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북한 정권의 본질이 아직 변했다는 신호가 없는데 한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특히 돈의 가치로 관계개선의 손익계산을 따지는 게 매우 불편하다는 겁니다. 

[녹취: 오공단 책임연구원] “Everybody is talking about only money. Money is important, but 머니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Mentality and readiness…”

한국에서 요즘 남북관계를 얘기할 때 모두 돈에 관해서만 얘기하지만, 관계 개선에서 돈보다 중요한 게 정신자세와 준비란 겁니다.

실제로 한국사회 각계각층에서는 4·27 판문점 선언 뒤 남북 경제협력이 가져올 경제 성장의 가치를 계산하며 앞다퉈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하면 지정학적 위험이 낮아져 외부의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해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인들의 마음과 상처, 살아온 과정을 이해하는 국민적인 노력이 경제 협력과 병행되지 않으면 통일은 종이쪽지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오공단 책임연구원] “(동유럽 공산국가의) 전환기에서 제가 느낀 게 한 번 그렇게 깊숙이 공산화되고 독재 밑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은 일단 머리와 정신력이 임시로 병들어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들 자신이 아니라 사회 때문에. 비밀경찰에 쫓기고. 이런 나라에서 살아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어요. 내 것을 챙겨먹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존본능은 굉장히 강해졌잖아요.”

많은 서독인이 열린 마음으로 동독인들을 배려하며 촘촘하게 준비했던 자세를 한국인들이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동유럽 공산국가였던 루마니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공부했던 그레그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국이 북한인들의 권리보다 경제적 가치로 접근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식민지 백성으로 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우리는 기술이 많고 돈이 많고 물론 대한민국은 선진국입니다. 완전 경제 강대국이지만, 우리가 돈이 많고 기술이 있고 경영도 잘하고 거기 가서 노동력이 싸니까 무턱대고 인권도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완전히 북한 주민들을 식민지에서 사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남북한 화해과정이 좋은 것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다른 이슈들은 거론하지 않고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북한 정권의 노동력 착취와 탄압이 심각한 데 한국인들이 북한 주민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도덕적으로도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여러 탈북민들도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대학원에서 통일관련 인문학을 공부하는 탈북민 신지성 씨는 VOA에 한국 정부의 통일 교육이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신지성 씨] “통일 교육의 필요성과 이익에 대해 제일 처음에 말하는 게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한국의 기술과 돈이 결합하면 세계 최고의 경제 강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기본적인 통일 교육의 베이스에요. 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의 통일교육 자체가 사람과 사람의 교류로 포커스를 맞춰 가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모든 논리를 경제적 논리를 우선으로 보고 있다는 거예요”

신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교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천민자본주의 사고와 한국 내 3만 명이 넘는 탈북민들을 무시하는 기류가 남북교류에 흘러가면,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지성 씨] “탈북민을 어떻게 대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통일 상황에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가 눈에 훤합니다. 천민자본주의적 사고로 북한 주민들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통일이 안 되는 것보다도 못한 상황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북한 사람들이 돈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없어요. 통일이 되면 갑이 아니라 을이 됩니다. 그건 누구를 위한 통일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통일된 이후는 이전보다 더 비참해질 수 있어요.”

이 때문에 한국 내 여러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마음을 열고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남북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북한 영어 교원 출신으로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한진희 씨는 앞서 VOA에 남북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녹취: 한진희 씨] “이질감을 해소하고 그러니까 같은 민족이지만, 서로가 너무 다르잖아요. 다름을 인정해주라. 예를 들어 통일이 되어서 북한 교사들과 같이 교사 생활을 할 때 영어를 좀 모른다고, 컴퓨터로 문서 작성을 좀 할 줄 모른다고 그런 나라에서 살았으니까 모른다고 하시지 마시고 비난을 할 시간이면 좀 더 도와주시고 케어를 해 주시고 따뜻하게 품어주시면 저희 북한 선생님들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할 것입니다. 같이 아우르고 어울리면서 한민족의 통일된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기업들이 투자할 때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중시하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와 사회가 투명하지 않고 이를 감시할 국민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불확실성 때문에 대개 투자를 꺼린다는 겁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런 국제 환경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도 경제 가치를 따지기 전에 북한 주민들의 노동권 보호 등 인권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남북교류를 통해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탄압과 억압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그 생각은 하나도 안 하고 그냥 돈을 벌기 위해 북한 정권을 지원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과정이 되겠죠.”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