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 통일부 장관들. 왼쪽부터 임동원 전 장관, 정동영 현 국회의원, 강인덕 전 장관. (Reuters/Ben Weller, VOA)
한국의 전 통일부 장관들. 왼쪽부터 임동원 전 장관, 정동영 현 국회의원, 강인덕 전 장관. (Reuters/Ben Weller, VOA)

전직 한국 통일부 장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엇갈린 평가를 내놨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조치가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또 과도한 축제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이 '미북 대화'로 연결되는 길목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임 전 장관] “주고받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하는 것이지, 남한이 줄 게 없잖아요? 관계 정상화, 적대관계 해소 등은 미국과 해결해야 될 문제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데 합의하면 (그건) 물꼬를 터 준 것이죠.”

임 전 장관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남과 북이 아닌 미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며,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난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관점으로 볼 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했던 임 전 장관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남북 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초청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측 참석자들과 만나기도 했습니다. 

임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의 결단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이런 분위기가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길 희망했습니다. 

[녹취: 임 전 장관] “상당히 전향적이고, 젊은 사람 아닙니까? 그리고 서방 세계에서 7년인가 8년인가 살았던 사람이라 서방세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 아니겠어요? 그래서 상당히 개방적이고, 결단력이 있는 지도자라고 느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가 없죠.”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동영 현 국회의원도 이날 'VOA'에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비핵화 수준이 완전한 비핵화”라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와 '핵 없는 한반도'의 개념을 정리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핵 없는 한반도'는 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명시된 대로 한반도 내 핵무기 시험과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 재처리 시설을 두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며,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전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의 의미가 모호한 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녹취: 강 전 장관] “지금 가장 문제되는 핵 문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완전한 폐기 문제를 얘기했지만, 그것이 뭘 뜻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비핵화 문제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자꾸 혼동됐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문제된다고 생각해요.”

강 전 장관은 정상회담의 형식이 나름대로 잘 갖춰졌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내용에 있어선 신중을 기해야만 할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남은 문제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서 명백히 확인돼야 한다며, 특히 “비핵화가 어떻게 실현될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도 상당 부분 무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한국 내 평화 분위기에 있어서도 다소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강 전 장관] “지금 아무것도 해결 안 됐는데 평화 분위기만 확산이 됐어요. 평화는 말로 실현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협정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이건 과거 뮌헨 회담에서 히틀러에게 속았던 체임벌린(전 영국 총리)이 대표적인 예지만, 협정 하나로 평화가 온 것과 같은… 판문점 선언이 마치 평화를 일으킨 것 같은 이런 착각을 지금 일으키고 있단 말이죠. 평화를 유지하려면 강력한 안전보장이 필요하고, 한미 동맹이 필요한데 이런 문제가 소홀히 되겠죠? 대단히 위험스러운 일이죠.”

또 “보수파의 주장을 단순히 전쟁을 하겠다거나, 반 평화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를 주의해야 한다”며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을 단순히 평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폄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류길재 한국 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했던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이 전반적으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류 전 장관] “남북 간의 군사적인 긴장감이 고조가 됐었고, 특히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얘기까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앞으로 가꿔나가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폐기는 물론 경제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남북 연락사무소 등 합의 내용을 잘 실천한다면, 단순히 한반도의 안정을 넘어 통일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향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류 전 장관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북한 내부 사정,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정세 등 앞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류 전 장관] “남북 관계라고 하는 것은 분단 73년이 됐는데, 분단 73년은 단순히 숫자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분단구조라는 게 남북 두 사회, 또 한반도 전체, 동북아 전체에 깊이 각인돼 있다는 걸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단구조를 드러내는 것이, 다른 어떤 평화로운 질서, 혹은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류 전 장관은 “축제 분위기에 도취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며, 좀 더 침착하고 신중하게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고, 합의된 내용도 현실성 있는 합의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 문제 역시 미북 정상회담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 다소 선언적으로 합의한 남북 정상의 비핵화 관련 내용을 '잘했다, 못했다'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