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탈북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탈북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했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던 여러 탈북민이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미북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부각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판문점은 북한이 거짓으로 선전하는 조국해방전쟁의 상징적 장소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 오면 미국이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고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던 탈북민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미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것에 반대합니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던 여러 탈북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북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평화의집/자유의집)이 어떠냐고 물은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백악관 면담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국정 연설에도 초청돼 주목을 받았던 지성호 나우(NAUH) 대표는 북한 정권의 선전전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판문점 개최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선전용으로 보기엔 북한 쪽에서 굉장히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겠죠. 그쪽은 자국민들한테는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보도를 하고 진실이 그대로 전달되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결과적으로 판문점에서 최고지도자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홍보를 할 것이고. 아마 북한은 나름대로 홍보방법까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판문점보다는 제주도, 아시아의 제3국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미 대통령이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장소에 와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평화보다 수령의 위대함을 선전하기에 더 적합할 것이란 겁니다.

북한 대학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쳤던 현인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은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담이 “미국의 백기 투항”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이 중국에 훈수를 두며 미국의 백기 투항으로 선전하도록 조언한 것을 주민들에게 자랑 삼아 가르쳐왔다는 겁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위원] “중국에서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복잡했다. 말하자면 사회주의가 미국과 관계를 맺는 게 투항이다. 이런 어조가 있어서. 그걸 김일성이 멋지게 답을 해줬다. 흰 기를 들고, 백기를 들고 항복하러 오는 거다. 이렇게 해줘서 중국 내 여론을 수습해줬다. 중국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에 트럼프가 평양으로 오는 경우에는 북한에 항복해서 오는 거다. 이런 식의 선전이 먹히는 거죠.”

장소가 북한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평양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판문점도 상황에 따라 그런 선전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민 O 씨도 판문점은 북한이 거짓 선전하는 조국해방전쟁승리의 상징적 장소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북한의 내부결속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O씨] “판문점에서 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판문점은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6·25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전하는 곳이에요. 근데 트럼프 대통령이 가면 선전 공작에 걸립니다.”

북한 정권은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선전할 것이기 때문에 내부결속 차원에서 이만한 행사가 없다고 여길 것이란 겁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6·25 한국전쟁을 일으키고도 미국이 침략했다고 거짓 교육하고 있으며, 7·27 정전기념일은 북한이 승리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로 가르치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O 씨는 다양한 뉴스를 접하는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북한은 관영방송을 통해 선전한 뒤 방송 차량이 거리와 골목을 누비며 끊임없이 선전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세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면 이런 요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O 씨] “진짜 탈북자들의 바람, 북한 주민들의 바람은 노예에서 좀 해방시켜달라. 미국은 노예를 해방시킨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동서독 통일도 결정적 역할을 많이 했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간다면 김정은! 저 장벽을 네 손으로 허물고 나오라. 국제사회로! 그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주겠다 이렇게 선포하셨으면 좋겠어요”

북한 15호 요덕관리소 출신인 정광일 ‘노체인’ 대표도 “우리가 이겼다는 것을 북한 정권이 판문점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정 대표는 특히 북한 ‘노동신문’이 29일 미국식 민주주의를 비난한 것은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민들을 결속하는 한편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신들의 형편을 주민들이 비교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북한은) 인민 대중이 투표를 해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돼 국민을 위해 어떻게 일할 수 있는가? 이게 아니고 수령의 종신제를 요구하는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던 또 다른 탈북민 G 씨는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북한 정권의 책임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문점 회담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문제를 제3국에서 협상하는 것보다 한반도에서 직접 하는 게 효과를 극대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도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겁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던 탈북민 8명 가운데 VOA와 통화한 5명은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광일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역설적으로 가치를 북한에 팔아 평화를 사고 북한 체제를 보장한 게 판문점 선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한국의 보수는 안보장사를 했고 한국의 진보라는 사람들은 평화 장사를 했습니다. 우리 탈북민과 북한 주민은 그사이에 낀 아무것도 아니에요. 북한 주민도 알 권리가 있어요. 판문점 선언에 왜 대북 전단을 꼭 방해하고. 자유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은 꼭 있잖아요. 속된말로 하면 민주주의를 팔아서 평화를 사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지성호 대표는 누구나 종전과 평화를 바란다며, 그러나 북한 정권이 세습 독재정권,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인 인권과 법치가 없다는 것을 볼 때 판문점 선언에 의구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인애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콤플렉스를 풀어준 게 북중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위원] "내가 세계에서 지금 완전히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있구나. 이게 제일 콤플렉스였는데. 중국에서 아주 극진하게 대접해 줬다고 노동신문이 완전히 초점을 맞추고. 그게 김정은의 마음이지요. 근데 남쪽에서도 자기를 극진하게 대접해줬어요. 북한에서는 항상 자기네 수령 김정은 동지를 남쪽 인민들도 우러러 받든다고 가르치고 선전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갔는데 극진히 대접해 줬어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는 바라던 겁니다. 남쪽에서도 나를 이렇게 존중해 준다. 내가 조선사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해 준다. 이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은 세계적인 선전·선동의 대표선수들이라며 많은 한국인이 “거대한 쇼”와 “평화의 환상”에 사로잡혀 북한 정권의 실체를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이현서 씨는 그러나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올리며 “너무 감격적인 순간”이라고 말해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탈북민 O 씨는 탈북민이라서 무조건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한국인들이 누리는 자유의 일부라도 누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김정은 정권의 진정성을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O씨] “인민들이 제대로 여행도 다니고. 해외여행은 아니더라도. 자기 생계를 장사활동을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자유도 주고. 자기가 일한만큼 보수도 가져가는, 원초적인 인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고 그리고 나서 국제사회에 나오는 게 수순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