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남북정상 만남.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은 지난 2007년 10월 2일 평양에서 만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11년 만의 남북정상 만남.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은 지난 2007년 10월 2일 평양에서 만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판문점 선언은 옛 남북 합의를 재확인한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지난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 선언과 강조 내용과 순서도 매우 비슷해 실질적인 진전보다 상징성을 강조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과거 남북이 합의한 선언과 판문점 선언을 비교해 봤습니다.

“남과 북은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7년 합의한 10·4 남북정상선언 제1항의 문구입니다.

이 선언은 지난 27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어투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판문점 선언 발표입니다.

[녹취: 윤영찬]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담 뒤 공동발표에서 “민족”(동족)이란 단어를 무려 10번이나 언급하며 남북이 “한 핏줄”임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단합하여 화목하게 살아야 할 한 핏줄을 이은 한민족입니다”

선언의 제목만 빼면 판문점 선언과 10·4 선언은 ‘판박이’로 불릴 정도로 비슷한 게 많습니다.
 
선언문 순서와 분량이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과 달리 남북관계-평화구축-비핵화 순으로 된 게 대표적입니다.

또 “군사적 긴장 상태의 완화”, “전쟁위험 해소”, “적대행위 전면 금지를 강조한 것도 10·4 선언에서 언급한 “군사적 적대관계의 종식”,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을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발표 발언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이제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10·4 선언에서 논란이 됐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관련 내용도 다시 담겼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남북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할 것입니다.”

서해 평화 수역 문제는 당시 북한 정권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시도로 해석돼 한국 국방부도 반대하는 등 논란이 됐었습니다.

“한반도 종전 선언”과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란 10·4 선언의 표현도 미국과 중국이 들어가며 구체화했습니다. 다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입니다. 

[녹취: 윤영찬 수석]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의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또 북한의 핵이 아닌 한반도 핵 문제로 범위를 넓히고 미국이 고수하는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언급이 없는 것도 10·4 선언과 판문점 선언이 같습니다.

판문점 선언이 실질적인 변화보다 기존의 남북 합의를 재확인한 상징적 행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조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한반도 비핵화란 공동 목표는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당시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과 제조, 생산, 접수, 보유에서부터 사용과 사찰에 이르기까지 6개 항에 걸쳐 매우 자세한 합의가 담겨 있습니다. 당시 선언을 앞두고 미-북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노태우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녹취: 노태우 대통령] “북한의 핵사찰 문제에 우리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또 이것이 국제사회와 어깨를 협력을 같이해서 목적을 달성, 반드시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을 같이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다시 과거의 합의 이행을 재확인한 것은 성과로 평가되지만, 약속과 선언이 그대로 지켜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북한 정권이 비핵화 방안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고, 과거 국지 도발 같은 적대 행위 역시 대부분 북한 정권이 일방적으로 자행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의 정전협정을 위반한 사례가 43만 건, 이 가운데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잠수함 침투 등 대규모 침투와 국지도발이 3천 건에 달한다고 밝혔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