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지난 1일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이 'VOA NOW' 에 출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남북정상회담은 핵 문제 진전 의지를 미국에 보여주려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활용됐다고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이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전술을 바꿔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이지만, 공동 선언문에 담긴 ‘한반도비핵화’ 목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구체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테리 연구원을 백성원 기자가 27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이행’을 강조하는 등 회담에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떤 의도로 보시는지요? 

수미 테리 연구원) 김정은이 전술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감행했던 모든 도발에서 이제는 협상 단계로 넘어가려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고 싶은 것이자 협상을 하고 싶은 겁니다. 평창올림픽 참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한 서곡입니다. 김정은의 핵무기 포기 의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말이죠.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교량 역할 정도로만 보시는 건가요? 

수미 테리 연구원) 김 위원장으로선 문 대통령과 “좋은” 정상회담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이 김정은의 실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번 회담을 매우 긴밀히 주시했을 테니까요. 따라서 김정은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그가 진지하고 사안을 진전시킬 의지가 있으며 “다른 사람”이 됐는지 여부를 보여줄 수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기 전 매우 중요한 단계인 거죠. 아울러 김정은으로서도 트럼프와 만나기 전에 ‘아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는 게 유리합니다.

기자) 공동선언문에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는 선언이 담겨있습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수미 테리 연구원) 과거에 이미 봤던 장면이죠. 남북한은 1972년, 1992년, 2002년, 2007년, 2018년에 걸쳐 다섯 차례의 고위급 공동선언문을 내놨습니다. 이번에 나온 합의는 전에 나온 합의들의 주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외세의 영향 없이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성취하자는 열망”입니다. 신뢰를 구축하고 상호 오해를 줄여나가기 위한 양식으로서 말이죠. 여기에 새로운 점은 보이진 않습니다. 

기자) 공동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포함됐습니다만 남과 북이 모두 주어로 돼 있는데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걸 목표로 제시했는데, 북한의 비핵화와는 의미상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요?

수미 테리 연구원) 북한이 한반도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 역시 새로운 건 아닙니다. 김정일은 이를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불렀었죠. 그리고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비핵화는 궁극적으론 미-한 동맹의 파기와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 철폐를 의미합니다. 저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지를 명시한 어떤 구체적인 성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한반도비핵화’라는 표현이 쓰인 건 우려스럽습니다. 

기자) 북한이 한국을 핵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 정도 언급도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요? 

수미 테리 연구원) 현 시점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기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은 만큼 그 정도면 충분한 측면도 있습니다. 우호적이면서 (비핵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할까요? 남북정상회담에서 제가 예상했던 바로 그 수준입니다. 

기자) 그 정도 수준의 비핵화 언급이 미-북 정상회담에선 훨씬 구체적인 약속으로 진전될까요? 

수미 테리 연구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서도 원칙적으로 일반적인 성명이나 합의를 시도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미국의 외교안보팀은 그 이상을 요구할 겁니다. 북한으로부터 보다 구체적인 용어가 나오길 원할 거란 얘깁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으려면 김정은은 그런 준비를 해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엊그제 비핵화의 의미는 아주 간단하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여기에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수미 테리 연구원) 물론 동의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전에도 동의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또 하나의 합의를 도출해낼 것으로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가 이번엔 진지하냐는 겁니다. 과거의 합의는 모두 검증 문제로 파기됐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북 회담에서도 합의는 나오겠지만 북한이 진정으로 검증에 응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여기에 매우 회의적입니다. 

기자) 한국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울러 미국은 어떤 원칙을 갖고 미-북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수미 테리 연구원) 한국은 원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그들이 취하는 모든 조치와 관련해 미국과 같은 페이지에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전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국은 폼페오 국무장관과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만큼 김정은이 만들 모든 종류의 시나리오와 제안에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그가 할 어떤 일도 무방비 상태로 맞아선 안 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수미 테리 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과 공동 선언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