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복 신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주장은 과거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이동복 신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말했습니다.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이 나오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기부장 특보 등을 지내며 1970년대부터 약 20년 간 북한과의 협상에 나섰던 이 연구위원을 함지하 서울 특파원이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과거 북한과의 대화에 많이 참여하셨는데요.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요?

이동복 연구위원) 내 생각에는 하나도 다를 게 없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정책적 지향이나 정책적 자세가 지난 70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같이 변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고 하는 남북대화는 말이 남북대화지, 대화가 아닙니다. 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일전선의 일종의 표현입니다. 과거 30~40년에 가까운 남북대화를 했는데, 남북대화는 내용 면에선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했어요. 북한의 입장이 대화를 대화로써 하지 않고 통일전선 공작의 일환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대화라는 것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되면서 현안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거에요.

기자) 그래도 예전에 남북대화에 참여하실 때와 비교해서, 이번엔 정상회담으로 열린다는 차이점이 있는데요?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동복 연구위원) 지금은 조금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핵 문제가 생겼단 말이에요. 핵 문제는 남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고, 'NPT'라고 하는 전세계적인 핵확산 금지 체제라는 차원에서 일어난 문제여서 남북한이 주 당사자가 아니고, UN과 북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의 변화가 있고, 더군다나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말이 성사가 안 되는데, 다만 미국과 북한이 직접 이 문제를 일단 대화를 해 봐야 할 텐데, 그게 잘 맞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거에요.

기자) 최근 북-중 관계에 변화가 감지되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동복 연구위원) 3월26일 김정은이가 중국에 가잖아요? 시진핑 주석을 만났는데 여기서 뜻밖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어요. 시진핑이 김정은을 환대했을 뿐 아니라, 과거 지난 10년 간 중국이 억제하던 일을 몇 가지 했어요. 한 가지는 원래 중국과 북한이 1960년 상호방위협정이 있어요. 근데 중국이 그 조약은 사문화됐다, 구애받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어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얘기를 했고, 그리고 실제로 중국 학자들이나 언론계에서도 여러 차례 얘기했어요. 그런데 이걸 완전히 복원했어요. 두 번째로는 이번에 김정은과 만나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이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접근'을 (주장해서) 북한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들어줬다는 말이에요. 앞으로 북한과 한국,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하는 데 성패를 좌우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아요. 이게 금년 들어서 생긴 변화이고, 정상외교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다루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기자) 한국에서도 점진적인 접근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동복 연구위원)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일관되게 미국과 함께 소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지지했었죠.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가지 정치적 성향에 논란은 있지만 최근, 작년 5월부터 최소 작년 말까지는 'CVID'를 적극 지지하고, 'CVID'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한-미 공조를 얘기해 왔어요. 근데 이 분이 금년 들어와서 분명히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바꾸고 있죠. 점진적이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단 말이죠. 이게 한-미 간에 굉장히 이슈가 돼 있고, 될 겁니다. 앞으로 암세포처럼 자랄 것 같은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나 아무런 발언권이 없어요. 미국과 북한이 얘기를 하는데 괜히 노래 부르는 데 추임하는 역할밖엔 안 되죠. 그래서 중요하진 않은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입장 변화가 한-미 동맹에 미치는 영향, 이걸 주목해야 할 문제가 되고 있죠. 

기자) 이런 한국의 자세가 미-북 대화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요?

이동복 연구위원) 평양에서 김정은이 정의용 실장 일행에게 이야기한 것 가운데, 트럼프 팀에게 정 실장이 말한 건 그 말의 조건은 빼고 본문만 전한 게 문제가 됩니다.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핵무기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에 와서 이야기할 때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 전에 조건이 다 나와 있거든요. 비핵화라는 것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이 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 또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가신 수령님의 유훈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게 문제가 있어요.

기자) 어떤 문제죠?

이동복 연구위원)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것을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 즉 'Nuclear Free Zone of the Korean Peninsula'라는 표현으로 전통적으로 써 왔어요. 1992년 내가 나가던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핵 문제가 터져 나왔기 때문에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문건을 내놓았어요. 조선반도 비핵화지대에 대한 남북공동선언이라는 걸 내놨어요. 그래서 우리가 미국과 상의를 해서, 미국 측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별도의 합의안을 내자고 해서, 두 합의안이 맞붙었었어요. 두 안은 내용이 아주 달라요. 비핵화는 핵을 안 가지고 있는 쪽이 핵을 갖지 않는 것이 비핵화이고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컨셉이죠. '비핵지대화'는 핵을 가지고 있는 쪽이 특정한 지역을 지정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도입하지 않고, 생산하지 않는 게 비핵지대화에요. 이 두 개가 붙었는데, 그 때 제가 (당시 협상에 나온) 김영철과 굉장히 싸웠어요. 7시간 동안 회의를 하면서 '남쪽에 핵이 없는 것은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인증을 했는데, 그걸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동격화 시키는 게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날 오후 7시가 돼서 우리가 내 놓았던 안에 단어 하나를 첨가시켜서 합의를 했어요.

기자) 북한이 여전히 비핵지대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동복 연구위원) 지금은 방법이 조금 달라졌어요. 북한이 뭘 이야기하냐 하면 '북한의 핵 문제를 논의하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하나는 북한이 핵을 갖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원인을 해소시키는 걸 먼저 해야 하는데, 북한이 왜 핵을 먼저 가졌나? 미국이 핵으로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니까 이에 대한 자위용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우리를 핵을 갖게 만든 미국의 핵 문제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억지죠. 또 하나는 '북한은 이미 핵을 가졌다. 우리 핵 문제를 논의하려면 (핵 보유국) 9개 나라가 모여서 논의하자' 이렇게 나오는 거에요. 완전히 비핵지대화 차원에서만 논의에 응하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에요. 그 입장은 금년 남북정상 회담이 열리고,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에서 여전히 견지되고 있죠.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고,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서 나온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도 그걸 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를 지켜보고 있죠.

기자) 이 문제가 해결돼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동복 연구위원) 이번에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트럼프를 만나서 자기가 약속한 비핵화 의지를 행동에 옮기는 문제를 이야기하겠다고 하면 트럼프가 만날 가능성이 있죠. 그렇지 않고 그 문제는 시진핑 주석과 합의를 했다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접근 차원에서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 미-북 정상회담은 날아가는 거죠.

기자) 말씀을 들어보니까 북 핵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요. 조언을 하신다면요?

이동복 연구위원) 논리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과거 작년 이전에는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먼 산에 불처럼 봤단 말이에요. 미국이 직접 위협을 느끼는 게 없이 국제적 체제 차원에서 혹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느긋한 입장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는 말이에요. 작년 11월, 이번에 국무장관이 된 폼페오 CIA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를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 으로 미국을 직접 공격하는 것을 예방적 차원에서 저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3개월 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3개월은 금년 2월로 지나갔잖아요. 그렇다면 미국의 정부 판단이 옳다면 미국은 어느 순간에든지 김정은이 버튼만 누르면 수소폭탄을 얻어 맞게 생겼어요. 미국은 과거에 진주만을 당한 경험이 있고, 9.11을 당한 경험이 있죠. 또 지난 40년 간 북한에게 시달릴 만큼 시달렸단 말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이번에 열리는 회담마저도 해결의 창구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되느냐, 그건 논리적인 귀결이 나온다고 봐요. 

기자) 군사적 선택지를 이야기 하시는 거죠?

이동복 연구위원) 밀리터리 옵션이 대두될 수밖에 없죠. 또 이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매티스 국방장관이 여러 밀리터리 옵션을 개발했고, 그 옵션을 가지고 여러 차례 워게임을 해 가면서 이를 다듬어 왔죠. 미-북 정상회담이 좌절되거나 파국에 이르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봐요.

기자) 가장 좋은 해법은 뭘까요?

이동복 연구위원) 북한이 스스로 시스템 체인지를 하는 거죠. 중국의 권고를 들어서 개혁개방을 받아들여서 북한사회를 개방하고, 국제사회와의 신뢰관계를 어떻게든지 구축해야죠. 그러면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죠. 그거 아니면 얻어 맞는 것이다, 그렇게 봐요. 북한이 지금 절처봉생의 위기에 놓여 있어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으로의 전략을 건의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면 다른 말 하지 말고, '너 죽을래, 살래? 이것만 가지고 이야기하라'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답만 듣고, 끝났다' 그렇게 권유하는 분들도 있어요.

기자) 그런 의견에 동의하세요?

이동복 연구위원) 나는 동의해요. 그렇게 해야 된다고 봐요. 미국이 정확하게 행사하기만 하면 미국만이 카드를 가지고 있죠. 북한의 생명줄을 미국이 가지고 있으니까. 생명줄 이상의 카드가 있어요. 그동안은 미국은 미국 자체의 약점이 있어요. 민주주의라는 약점이 있고, 전문가들과 정치적인 게 있다 보니까 역대 대통령들이 잘못 한 거에요.
 
기자) 끝으로 북한과 이룬 협상이 뒤집히거나, 합의가 깨진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이런 우려는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동복 연구위원) 북한과의 합의가 뒤집힌 게 아니라, 북한과 이룩한 합의는 합의 시점에 존재가 소실된 합의가 자꾸 생산된 거에요. 이게 북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과거 스탈린주의 체제를 고수하던 공산주의권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협상인데요. 원칙적 합의를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원칙적인 합의를 보면 합의를 본 뒤에 이행 단계에 가면 해석을 달리 들고 나와서, 하나의 합의가 여러 개가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처방은 뭐냐, 반드시 구체성을 가진 용어로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공산주의자들과의 합의는 이를 지킬 수 없어요.

지금까지 이동복 연구위원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