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가수들이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가수들이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다.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대해 미국에 사는 탈북 난민들은 “슬프고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한국 정부와 언론이 남북관계 개선이란 목적을 위해 독재 체제를 미화하고 있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탈북 난민은 전쟁을 막고 다음 세대에 남북이 한민족이란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공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30~40대 초반의 탈북 난민들이 한국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한국 예술단의 공연 ‘봄이 온다.’

11팀의 한국 가수들이 26곡을 부른 이 공연은 사흘 뒤 한국 전역에 녹화 방송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에서 이 공연을 본 사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를 비롯해 동평양대극장 객석에 앉은 관객 1천 500여 명뿐입니다. 

북한 매체가 공연을 방송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서 행사 소식을 접했습니다. 

오히려 북한보다 한국에서 열기가 더 뜨겁다는 지적입니다. 많은 언론은 예술단 공연에 대해 “뜨거운 환호와 박수”, “가슴 벅찬 공연”이었다며 대대적으로 전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한 어린 여가수가 “너무너무 영광이었다”고 말한 것을 놓고 여론은 시끌벅적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214명의 탈북 난민들은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미 서부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폴 씨는 감격이 아니라 “슬펐다”고 말합니다. 

[녹취: 폴 씨] “참 마음이 아파요. 남한 국민들은 솔직히 피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 사람들 그러니까 1~10%가 좋아서 지금 평화를? 물론 평화를 바라죠. 근데 북한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참 먹을 게 부족하고 하루빨리 통일이 되길 바라고 사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약자는 항상 묻히고 강자가 살고. 이게 누구를 위한 평화인지 모르겠어요. 자유를 위한 자유가 아니라 민주를 위한 민주평화가 아니라 서로 자기 이익을 위한 평화가 되고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마음이 아픈 거죠.”

폴 씨는 “북한의 일반 군중이 볼 수 없는 공연이라면 쇼에 불과하다”며 “왜 독재정권의 사기에 계속 넘어가는지 답답하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미 동부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데보라 씨는 공연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싱숭생숭하죠. 그리고 혼란스러워요 솔직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잘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연을 보니까) 가족 생각이 나고. 마음을 막 들쑤셔 놓고 그러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객석을 메운 북한 고위층들을 보며 마음이 “씁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씁쓸하죠. 그 게 북한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걸 저희가 아니까. 거기 앉아서 보는 관객들은 누가 봐도 평양의 특권층들이 확실하고요. 기름이 번지레하고 다 뽑혀서 온, 김정은 옆에서 일하는 중앙당 사람들이란 게 딱 봐도 뻔하거든요. 그래서 씁쓸하죠. 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거고. 실제로 거기서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한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한 주민들이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를 관람하고 있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한 주민들이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를 관람하고 있다.

​​미 동부에 사는 케일럽 씨는 “남북이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질감을 해소한다는 목적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원칙이나 과정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일럽 씨] “목적 자체가 좋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접근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쉬운 길로 가느냐 아니면 원칙을 지키면서 오래 걸리는 길로 가느냐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문화교류가 정말 국민과 국민 사이의 교류가 아닌 북한의 특권층과 남측의 현 정권에 동조하는 문화예술인들로 꾸려졌다는 것을 볼 때 진정으로 국민들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 정권이 공연을 허용한 목적이 정권 유지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보이려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케일럽 씨는 다만 과거 북한을 방문한 한국 태권도 시범단의 염색한 머리를 보며 자신과 친구들이 충격을 받았던 경험을 볼 때 북한 젊은이들이 한국에 더 관심을 갖는데 이번 공연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 남부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신 모 씨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며 공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 씨] “성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게 제 주변의 어떤 사람들은 정치적 쇼다 뭐다 그러는데 어쨌든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에서 투 트랙을 쓰잖아요. 유엔인권결의안과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게 어떻게 하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고, 북한 쪽에서는 대화를 하는 판국에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와 유엔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대화를 계속하거든요. 코너에 몰리면서도 손을 내미는 수법들을 사용하면서 어떻게 하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엿보이는 가운데 나타난 성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 씨는 “한 번의 전쟁보다 백 번의 양보가 더 낫다는 말도 있다”며 북한을 계속 구석으로 몰기보다는 이런 교류를 통해 평화를 모색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는 낫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매체들이 공연을 자세히 보도한 것도 성과라며 북한 정권이 이를 김정은의 우상화에 활용하겠지만, 주민들에게 미치는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동부에서 주부이자 자영업자로 활동 중인 현 모 씨도 다음 세대에게 남북이 한민족이란 것을 알려주는 차원에서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현 씨] “한민족이고 한 나라인데 우리 2세들한테 우리가 한 민족이라고 한 나라라는 것을 깨우치고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정치를 떠나서 통일은 둘째치고 왕래 같은 것은 한민족이니까 더 오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러 탈북 난민들은 세상이 다 아는 3대 독재 세습을 미화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한 것을 “영광”이라고 말하는 가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언론과 한국 정부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케일럽 씨는 특히 한국 정부와 언론, 국민 여론이 정권에 따라 쉽게 바뀌는 것을 보며 매우 혼란스럽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일럽 씨] “어떻게 사람이 몇 달 만에 국민의 정서나 인식이 180도 확 달라질 수 있을까? 이것은 완전히 국민의 의식이 너무 낮지 않으면, 아니면 완전히 조작된 것이 아니면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북한 정권이 더 좋은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도 아닌데 표면적이긴 하지만 드러나는 정부와 국민들의 의견이 이렇게 확 달라질 수 있는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우리가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종국에는 북한이나 다른 이해 관계국에 의해서 역이용당하지 않겠나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데보라 씨도 “한국 사람들이 너무 순진해 보인다"며 "수령을 미화하는 남한 방송의 보도에 김정은은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화려한 공연 뒤에 가려진 북한 주민들의 오랜 아픔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