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전직 고위관리들이 잇달아 미-북 정상회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준비할 시간과 전문 인력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거나 회담을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다음 달에 열릴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오는 10일 출간될 새 저서 ‘파시즘’과 관련해 3일 미 공영방송인 ‘NPR’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할 시간과 전문 인력의 부족, 하루걸러 방향이 바뀌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지적하며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잠재적인 핵 능력을 단념시키고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여러 달과 몇 년에 걸쳐 노력을 반복하며 협상에 임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에 미 대표부가 없기 때문에 정보 시스템과 우방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준비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고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 등 상대에 혐오스러운 말을 하다가 갑자기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며, 이런 상황이 자신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스스로 준비를 아주 잘 해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에 미 대사가 없고,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사임했다며 외교적 대화가 없는 상황은 거듭 위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00년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으며 지금까지도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난 미 최고위급 관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리언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 전 국방부 장관도 3일 미 ‘CNBC’ 방송 기고에서 불안정과 시간 부족이 미-북 정상회담에 필요한 토대를 다지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파네타 전 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에는 핵과 미사일 시험 동결, 핵무기 연료 생산과 핵무기 배치 중단, 핵 시설 사찰 등 검증 과정의 확립, 이에 대한 대가로 군사력 감축 등 재조정과 경제 원조, 영구적인 평화협정 체결 등 복잡한 사안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트위터’만 날리며 이런 복잡한 사안에 대한 완전한 준비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정상회담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할애하는 데 인내심이 없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라고 파네타 전 장관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 긴밀히 협력하는 포괄적이고 잘 짜인 전략 없이 직감을 더한 자신의 성격적 강점만으로도 충분히 승리할 것으로 믿으며 회담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재앙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주요 국가 안보 인사 교체와 일부 고위 관리의 상원 인준을 거치는 시간 소요 등을 볼 때 정상회담 같은 고위급 회담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장(CIA)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파네타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앙을 피할 방안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장래 협상에서 검토할 사안을 큰 틀에서 합의하고 세부 사안을 논의할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는 선에서 김정은과 사진을 찍는 기회로 이번 정상회담을 제한하거나 협상 대표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합의할 수 있는 요소와 조건이 있음을 확인할 때까지 어떤 정상회담도 연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파네타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진지한 준비, 신중한 계획, 동맹과 폭넓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전직관리들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아무 대가 없이 너무 쉽게 동의했을 뿐 아니라 시간을 촉박하게 잡아 준비할 시간과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과 일부 전직 관리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전임 행정부가 1992년부터 북한과 (정상이 아닌) 실무급 대화를 해서 진전된 게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란 독재체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뿐이기 때문에 (그를 만나는 게) 이치에 맞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앞서 ‘VOA’에 행정부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의 북한 담당 부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규모가 크고 북한과 과거 협상했던 관리들도 여전히 많으며 마크 램버트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 등 훌륭한 외교관들이 있다는 겁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주 브리핑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다른 정부 기관, 부처가 긴밀히 협력해 정상회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