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유엔 안보리에서 더욱 강화된 대북제재를 담은 결의를 채택했다.
지난해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결의안 표결을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고, 일부 나라들이 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례 등 국제사회가 우려할 만한 내용들이 다양하게 소개됐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함께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올해 보고서는 예년과 비교해서 페이지 수가 크게 늘어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충실해진 내용 때문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보고서에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를 여러 분야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많은 게 특징이고요. 또 과거와 달리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결론에 이른 경우도 상당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2014년까지만 해도 약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내다가 2015년부터 300페이지 안팎으로 분량을 늘렸습니다. 올해 보고서 역시 292페이지로 양에 있어선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 보고서들이 전년도의 내용을 다시 언급하거나, 이미 언론 등이 언급한 의혹을 훑고 지나가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또 안보리는 지난해부터 전문가패널이 ‘중간보고서’를 내도록 했는데요. 불과 6개월여 만에 나온 보고서에 새로운 내용이 충실하게 담겼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합니다. 

진행자) 그렇게 된 배경이 뭘까요?

기자) 아무래도 전문가패널의 권한이 강화되고, 예산도 늘어난 데 따른 결과가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지난 2016년 12월에 채택된 결의 2321호는 전문가패널의 “제재 위반과 회피 활동 분석 능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행정과 분석 지원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요청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위성사진 분석 서비스 구매와 관련 무역과 국제 안보 데이터, 정보원 접근을 위한 추가 예산 배정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각국의 제재 이행 분위기가 높아진 점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의 권한이 강화됐다고 해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위반 사례들을 확인하기 위해선 각 유엔 회원국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올해 소개된 내용 중에는 ‘유엔 회원국이 정보를 전달했다’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제보 등을 토대로 충실한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진행자) 그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주목되는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기자) 이번 이행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북한 무기의 ‘확산’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입니다. 시리아가 대표적인데요. 북한이 시리아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화학 무기 개발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적 협력 정황은 과거에도 담겼던 사안 아닌가요? 

기자) 그러나 이번처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언급된 건 사실상 처음입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적 협력 정황을 총 6페이지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자들의 잦은 시리아 방문’이 눈에 띄는 데요. 전문가패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자들이 시리아를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직접적으로 스커드 D 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전달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유엔의 제재 대상인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나 청송연합회사 등이 연루됐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내산성 타일. 시리아로 향하던 것으로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가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내산성 타일. 시리아로 향하던 것으로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가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행자) 시리아는 자국민에게 화학 공격을 한다는 의혹으로 국제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나라인데요?

기자) 맞습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화학무기를 실은 공군기들이 출격했던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의 한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9발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패널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이 화학무기 개발에도 일부 관여한 정황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40건이 넘는 화물을 시리아로 보냈는데, 이 안에 들어있던 화물이 내산성 타일, 즉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산성 타일은 화학공장의 내장재로 쓰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시리아와 북한의 관계는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축전을 서로 빼놓지 않고 보낼 정도로 관계가 남다릅니다. 여기에 지난 2007년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핵 시설을 선제 타격한 적이 있는데요. 이 핵 시설을 지원한 게 북한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북한의 금수품과 관련한 내용도 이번 보고서가 중점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그 중에서도 북한의 대표 수출품이었지만, 현재는 전면 금지된 석탄이 눈에 띕니다. 전문가패널은 수출이 일부 가능했던 지난해 1월부터 8월 사이 중국과 말레이시아, 러시아, 베트남의 북한산 석탄 수입 30건을 특정해 조사했는데요. 이중 말레이시아에 수입된 단 1건만이 제대로 보고가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북한산 석탄을 다른 나라 석탄으로 기재한 위조 서류를 이용해 북한산 석탄임에도 이를 속인 겁니다. 따라서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 수출량에 대한 제대로 된 산출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북한산 석탄에 대한 상한선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석탄’을 문제 삼았는데요.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수출에서도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보고된 석탄의 총액을 계산해 보니 약 4억1천355만 달러였는데, 이는 상한선 4억 달러를 초과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북한산 석탄이 다른 나라 석탄으로 둔갑한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러시아 극동의 포시에트 항을 출발한 피지 선적의 ‘지근 7’ 호의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이 선박은 지난해 4월9일 한국 포항 인근 앞바다에서 사라졌는데, 이후 4월12일 같은 자리에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이 배는 원산으로 들어가 석탄을 싣고 나온 겁니다. 이런 장면은 위성사진에 고스란히 담겼고요. 이후 이 배는 4월14일 러시아 나홋카 항에 입항을 했고, 배의 이름과 선적을 바꿉니다. 그리곤 5월19일 적재하고 있던 석탄을 내렸습니다. 

유엔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지근 7호의 행적. 지난해 4월 9일 한국 포항 앞바다에서 사라졌다 원산항에서 석탄을 실은 지근 7호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뒤 4월1 4일 러시아 나홋카항에 입항했다. 이 선박은 이후 이름과 선적을 바꾼 뒤 적재하고 있던 석탄을 내린 것으로 ...
유엔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지근 7호의 행적. 지난해 4월 9일 한국 포항 앞바다에서 사라졌다 원산항에서 석탄을 실은 지근 7호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뒤 4월1 4일 러시아 나홋카항에 입항했다. 이 선박은 이후 이름과 선적을 바꾼 뒤 적재하고 있던 석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진행자) 원산에서 석탄을 실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라졌던 자리로 돌아와 다시 운항을 재개했고, 또 러시아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머물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패널은 석탄을 수입하는 유엔 회원국들이 선박이 제공하는 문서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선박이 실제 증명서류에 명시된 항구에서 석탄을 적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사치품도 여전히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고요?

기자) 인도에서 다이아몬드 50만 달러어치를 구매했다는 내용이 이번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또 유럽 등지에서 각종 와인과 화장품 등 고가의 물품들이 유입됐는데, 이를 막진 못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위반 사례들이 나온다는 건 대북제재에 구멍이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위반 사례가 많다는 건 그만큼 각국의 이행과 단속 노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이번에 적발된 사례들을 북한의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던 것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해야만 가능해졌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석탄 수출의 경우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북한 항구에서 실어 중국 항구에 갖다 놓기만 하면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국제사회 감시망을 피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것은 물론 최종 항구에 도착해서도 선박의 이름과 선적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진행자)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과 맞댄 상태에서 유류제품을 옮기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공해상에서 배를 맞대 유류를 옮기는 건 비정상적인 방법입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항구에서 싣던 제품을 바다 한 가운데에서, 다른 나라의 눈을 피해서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전문가패널의 역할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기자) 네. 전문가패널은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가 잘 이행되는지, 또 위반 사항은 없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동시에 제재 위반이나 회피를 줄이기 위해 안보리에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올해 보고서에는 특정 인물과 기관을 제재하고, 북한 외교관이 상주한 나라들에 추가 은행 계좌 개설을 금지하라고 권고하는 등의 구체적인 제안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혹시 전문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진 않을까요? 아무래도 중국 출신 전문가는 자국의 위반 사례를 보고서에 넣는 걸 달갑게 받아들일 것 같진 않은데요?

기자)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VOA’에 전문가패널이 출신국가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임명돼 활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각 나라들이 자국 출신 전문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뉴콤 전 분석관은 혹시라도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이의가 있는 경우 ‘각주’를 이용해 추가 의견을 넣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올해 연례보고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