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

전직 주한 미국 대사들의 의견을 차례로 들어보는 특집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부임한 토마스 허바드 전 대사를 연결해봤습니다. 허바드 대사는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 만남을 갖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김정은의 요구사항을 확실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군비태세를 약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정상간 만남이 먼저 성사된 데 대해서는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는 '점프 스타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허바드 대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먼저 5월 안에 열릴 것을 보이는 미-북 정상회담 소식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로 각을 세우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게 될 텐데, 어떻게 보십니까?

허바드 전 대사)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이 대화하기를 상당히 고대한 것으로 압니다. 이번 소식이 전해지고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과의 만남을 결정해준 데 대해 고마워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그 동안 빠른 속도로, 마치 큰 충돌이 일어날 것 같았던 미-북 관계가 긴장을 좀 완화한 부분은 좋은 일입니다. 
동시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 접어든 것이죠.

기자) 말씀 하신 것처럼 이런 중요한 시점에 국무장관이 교체됐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국장이 새롭게 국무장관에 내정됐는데요. 미-북 회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허바드 전 대사) 그 동안 폼페오 내정자가 CIA 국장으로서 한 발언이나 성명을 보면 그가 상당한 강경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폼페오 국장은 북한과 미-북 대화가 열리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또 대통령과 성향이 비슷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북한과의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대통령을 잘 대표할 수 있으니까요. 또 틸러슨이 국무부의 수장이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를 겁니다. 이전에 국무부는 안타깝게도 북한 문제에 있어 늘 뒤로 빠져 있었습니다. 백악관이 주도했죠.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신임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누구든 알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국무부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된 겁니다. 앞으로의 숙제는 폼페오 내정자가 국무부 내에 있는 북한 전문가들과 팀을 잘 꾸려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상들이 먼저 만나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인데요.

허바드 전 대사) 그래서 중요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마주 앉기에 앞서 최대한 모든 외교적 옵션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전 협상들과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하지만 오히려 두 정상이 만나 협상의 문을 여는 ‘점프 스타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회담 준비를 아주 충실히 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신속히 폼페오 내정자를 인준하고, 또 폼페오는 국무부, 백악관과 힘을 합해 ‘전문 협상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김정은은 ‘체제 안정’이 보장되면 핵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대화 제의를 해오지 않았습니까? 미국은 그래서 이 제의를 받아 드렸는데, 아직 북한으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은 없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은 북한이라서 과연 대화가 잘 진행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허바드 전 대사) 맞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없죠. 우리는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도, 또 비핵화를 위해 사실상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어떤 약속도 받은 건 없습니다. 당연히 김정은은 무언가 요구해 올 텐데, 그 또한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대화의 장으로 나가 김정은이 정확히 뭘 요구할 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처럼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군비태세를 약화해서도, 또 미-한 공조에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미-한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인데, 주한미국대사직은 1년 넘게 여전히 공석입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없으십니까? 대리대사이기 때문에 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든지 말이죠.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건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허바드 대사) 서울에 미국 대사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유감입니다. 다행히 마크 내퍼 대리 대사가 맡은 책임을 아주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 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의 만남을 앞두고 하루 빨리 대사가 임명돼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대사가 없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동맹으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최근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에게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줬습니다. 미국 대사가 한시적으로 공석이어도 동맹국으로서 이뤄낸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내퍼 대리대사는 필요한 모든 일은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말레이시아와 일본에서 수년 동안 대리대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요. 주재국 고위급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만났었습니다.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은 모두 할 수 있는데, 다만 미국 대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을 때와 비교해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영향력이 떨어질 수는 있습니다. 

기자) 차기 주한미국대사로는 어떤 인물이 내정될까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가 낙마한 이후 몇몇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허바드 전 대사) 사실 공화당이고, 북한 문제에 능통하고, 대북 정책에 있어 강경파(hardliner)인 빅터 차가 대사 하마평에 오를 때 상당히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낙마하는 걸 보니 그도 아니었나 봅니다. 제가 볼 때 주한미국대사는 저와 같은 외교 관리 출신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모든 면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적인 시각을 함께 하는 사람이 지명될 것으로 봅니다. 

기자) 군 출신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나요? 

허바드 전 대사)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로부터, 추진 논의가 활발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과 주한미국대사 공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