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소재한 중앙 정보국(CIA)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소재한 중앙 정보국(CIA)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역할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에게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도록 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 중앙정보국이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다는 건가요?

기자)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없습니다. 다만, 최근 미-북 간 사태 진전과 관련한 언론보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 보면, 중앙정보국의 물밑 활동을 추측하게 하는 사례가 나타납니다. 

진행자) 최근에 어떤 언론보도가 있었나요?

기자) 우선 지난달 20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보도입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이던 3월10일, 북한의 김여정 특사와 만나기로 예정했었다는 내용입니다. 신문은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북한 측이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을 원한다는 CIA의 보고에 따라 이 회동이 준비됐다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보도는 `뉴욕타임스’ 에 실렸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특사단과 만나기에 앞서 정보당국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미리 보고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CIA가 북한 측으로부터 직접 이런 정보를 입수한 건가요?

기자) 그 부분은 확실치 않습니다. 북한 측과의 직접 접촉에서 나왔거나, 아니면 한국 정보당국으로부터 전달 받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CIA가 최근의 미-북 간 돌파구 마련에 개입한 것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이번에 국무장관에 내정된 폼페오 CI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일 정보 브리핑에 북한 문제가 항상 포함돼 있다고 밝혔었지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폼페오 국장의 브리핑은 단순히 북한에 관한 정보 보고에 그치지 않고, 북한과의 접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달 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주요 현안 논의에서 배제해 왔다는 언론보도에 비춰볼 때, 대북 문제에서 CIA가 역할을 했을 개연성은 더욱 큽니다. 

진행자) 사실 근래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발언한 걸 보면, 마치 만남을 예견한 것 같은 대목이 있었지요?

기자) 가장 가까운 사례는 지난 3일 발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은과의 직접대화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며칠 전 북한 측이 전화를 걸어와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이에 ‘우리도 대화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 측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발언에 대해 한국 측과 전화통화를 한 것을 잘못 말한 것이라는 해명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언급한 게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지요?

기자) 네, 멀리는 지난해 11월 첫 아시아 순방 중 트위터에 올린 글이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친구가 되기 위해 정말 애쓰고 있다”며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올 1월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치면서 “김정은은 내가 미적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과 전화통화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월11일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런 발언들이 미 CIA가 관여한 북한과의 접촉을 토대로 나왔다는 건가요?

기자) 현재로서는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근거도 없이 막연한 기대나 바람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CIA가 한국 국정원과의 협력 아래 북한 측과 물밑접촉을 벌여온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서훈 한국 국정원장이 이달 초 말고도 몇 차례 비밀리에 워싱턴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즉흥적으로 결정한 게 전혀 아닐 수 있겠네요?

기자) 네, CIA의 물밑 활동의 결실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오 국장을 국무장관에 내정하기 전에 이미 그에게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도록 지시했다는 `CNN’ 방송의 보도가 주목됩니다. CIA 수장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폼페오 국장에게 국무장관으로서 회담 준비를 총괄하도록 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한반도 주요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