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미국의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 국무장관이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 CIA 국장으로 교체된 것이 미-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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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오디오] 한국 전문가들, 틸러슨 교체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한국 내 전문가들은 폼페오 CIA 국장의 국무장관 내정이 미-북 정상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고 그동안 서훈 국정원장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교류해 온 점 등이 회담 성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입니다.

[녹취: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폼페오 국장이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도 잘 맞는다고 알려져 있고, 이런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서 Top 다운 방식의 미-북 대화가 진행되면서, 주요한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타결하고, 그 뒤에 작은 문제는 후속 조치로 논의하는 과정이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 인사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져 짧은 시간 내 폼페오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치고 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번 인사가 북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태우 전 원장] “그동안 폼페오는 대북 강경론을 부르짖은 공직자인데요, 이번에 북한이 한 번 더 기만하거나, 시간벌기로 나오면, 한마디로 국물도 없다 군사 행동도 가능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협상하겠다 그런 의도 아닐까요?”

틸러슨 장관이 물러나고 강경파로 꼽히는 폼페오 내정자가 전면에 나서면서 북한이 예전처럼 `이중전략’이나 `시간벌기’ 기만술을 택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무장관 교체가 미-북 정상회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과거 미-북 회담은 Bottom up 운영을 했어요. 실무자들이 접촉해서 안을 만들고 했는데, 이거는 미-북 간에 처음 있는 정상회담이고 결정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했고, 그래서 국무장관 교체가 미-북 정상회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아요. 결정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할 것이고, 국무장관이 실무자가 아니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을 강조해 온 폼페오 국장의 기용이 압박 전술 차원에서 북한에 겁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이번 결정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문성묵]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미-북 정상회담에 결정적인 영향은 아닐 거에요. 왜냐면 가장 큰 영향은 김정은이 진정성을 가지느냐 안 가지느냐는 것이 결정적인 거죠. 폼페오 국장이 함으로써, 좀 더 강한 입장으로 북한에 협상을 요구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태우 전 원장도 북한이 그동안 원론에서 합의하고 각론에서 뒤집는 전술을 보여왔다며, 협상 시작부터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원칙에 따른 비핵화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이 필요 없다’고 조건을 내건 것과 관련해,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평화협정’이나 ‘주한미군 철수’, ‘미-한 동맹 해체’ 등을 요구한다면 협상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북한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한국과 핵 공유 전략으로 나갈 수 있다는 등의 대안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태우 전 원장] “북한과 협상할 때는 협상이 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있으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겁주는 게임을 더 못하도록 한국과 핵 공유 전략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을 만들어서 비대칭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 (전술핵 재배치, 한국 핵 개발 허용 등) 이런 것을 북한에 내비쳐야 한다. 핵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대안을 보여줄 필요가 있죠.”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미-북 정상회담이 충분한 사전 논의가 아닌 대통령이 주도하는 탑 다운 방식으로 전개될 경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상황이 급진전 될 수 있지만, 막상 다른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면 한반도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이전에 실무접촉을 통해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이 원하는 건 `미-북 관계 정상화’라며 이를 위해 핵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6자회담 2.13합의를 사례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세현 전 장관] “CVID를 전제로 한 소위 핵 폐기, 검증 프로세스는 이미 2007년 6자회담에서 2.13 합의를 만들어놨어요. 이를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새로 머리를 짜서 할 필요가 없어요. 2.13 합의에 다 들어간 대로 핵 활동 중단하고 여러 가지 시설 폐기하고, 핵 물질 신고하고 마지막으로 핵무기의 신고 및 폐기, 이 과정이 어려울 것입니다.”

정 전 장관은 핵무기 신고와 폐기 과정에서 북한이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해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북 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