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고위급 대표단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고위급 대표단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북한 함경북도에서 이번 달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사실을 저희 ‘VOA’가 위성 사진을 분석해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만, 북한 언론은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수장을 맡고 있는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통제와 검열 때문이란 지적인데요.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정권의 이런 선전 공세가 예전처럼 나라 안팎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2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평양시 전체 면적에 달하는 1천100 제곱킬로미터를 태운 이 산불 소식은 언론과 시민들의 휴대폰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미국인들의 안방에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지난 11월 한국 경상북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주민들은 피해 현장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속속 올렸습니다.

이후 언론들은 지역 주민들과 당국자를 인터뷰하며 현장 곳곳에서 피해 상황을 자세히 국민들에게 전했습니다. 

이런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은 피해 규모와 원인뿐 아니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따져 책임 추궁까지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런 자연재해나 대규모 사고 소식을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는 사례들은 거의 없습니다.

사고 규모가 워낙 커서 평양 시민들의 민심 동요를 의식해 당국자가 뒤늦게 사과한 것으로 풀이됐던 4년 전 평양 평천구역 아파트 붕괴 사고를 제외하면 마땅한 사례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 2014년 5월 평양시 평천구역의 살림집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014년 5월 평양시 평천구역의 살림집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달에 함경북도 경원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3주 가까이 계속됐지만, 북한 매체들은 지금까지 모두 침묵하고 있습니다.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선전 우상화,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는 보도가 1면을 계속 채우고 있습니다. 

톰 말리노스키 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앞서 ‘VOA’에 북한의 김씨 정권은 수령의 신격화와 숭배를 위해 국민의 기본 권리인 정보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말리노스키 전 차관보]

북한의 독재 정권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철저한 정보 통제를 통해 주민들과 외부세계를 단절시켰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26일 미 언론(The Hill) 기고를 통해 북한 정권이 이런 선전 전략을 국내뿐 아니라 나라 밖에도 도발 보완제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72년 미국이 베트남 전쟁으로 수세에 몰리자 미국 주류 언론의 기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평화 공세를 폈다는 겁니다. 

게다가 베트남 전쟁이 부당한 전쟁이란 인식이 퍼지고 미국에서 반전 시위가 속도를 내자 김일성은 영국 언론들에 비싼 광고비를 지급하고 전면광고까지 내면서 미국은 침략자로, 북한은 작은 나라로 평화 지킴이란 선전 공세를 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북한 정권이 과거 남북정상회담 명목으로 김대중 정부로부터 5억 달러를 챙기고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워싱턴에 보내 유화적 공세를 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에 이런 공격적 혹은 방어적 선전 공세는 도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보완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이런 전통적인 평화 공세를 폈지만, 과거와 달리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NBC’방송이 28일 북한이 평창올림픽에서 프로파간다-선전에만 관심이 있었는지를 묻는 웹사이트 설문 결과 이날 오후까지 응답한 1천 300명 가운데 그렇다는 응답이 60%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 2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고위 관리들이 탈북민들을 만나고 북한 수뇌부의 실체를 강조한 게 이런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president or vice president Pence simply…”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한국을 방문해 외신의 주목을 받자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장(CIA)은 지난 14일 청문회에서 김여정의 직책을 기억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국장] “The American people should all remember that Kim Yo Jong is the head of the agitation and propaganda department…” 

“미국인들은 김여정이 북한 선전선동부의 수장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김여정은 일반적인 젊은 여성이나 전통적인 공주가 아니라 미 재무부가 인권 유린과 검열로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올린 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주요 직책은 “북한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발언과 정보의 자유 권리를 계속 허용하지 않게 해 그녀 가족이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반인도적 범죄를 영구적으로 지속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웹사이트에서 북한의 선전선동부는 조선노동당의 영도적 역할 수행을 위한 사상 생활 지도를 담당하는 부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모든 교양과 신문, 출판 등의 분야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게 선전선동부의 핵심 역할이란 겁니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지난 2008년 해제한 기밀 자료를 보면 북한 정권은 지난 1947년에 이미 선전부를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외세를 비판하고 태양 민족-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지금과 달리 당시 북한 선전부는 소련을 두둔하며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운동을 막는 게 선전부의 핵심 목표”라고 CIA는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 군대는 1947년에 선전을 통해 소련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고 1948년에 이를 세계에 보여줄 것”, “승리는 이제 우리 편에 있다”는 선전을 했지만, 소련 군대는 오히려 북한에 이런 선전을 중단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소련은 당시 북한의 주장과 달리 1949년 8월에 첫 핵실험에 성공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북한이 옛 소련처럼 핵무기를 사실상 개발했고 선전선동부는 김일성의 손녀인 김여정이 맡아 계속 북한 주민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통제하고 검열하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고위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접해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외부 세계가 진실된 정보를 주민들에게 더 많이 보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해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과 미래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The important thing to do for next step of information…”

북한에 정보의 휘발유를 확산시켜 주민들이 불을 붙이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앨러스테어 모건 평양 주재 영국 대사는 지난 2016년 세계 인권을 날을 맞아 북한 내 정보 통제의 심각성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녹취: 앨러스테어 대사] “The regime seeks to restrict any access for the citizens of North Korea…”

모건 대사는 지금도 평양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외부 정보를 듣고 탈북한 뒤 현재 한국에서 컴퓨터 풍자만화인 웹툰으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성국 씨는 외부 정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합니다.

[녹취: 최성국 씨] “북한 주민들한테 몰랐던 세상도 알려줬고 본인이 자기한테 어떤 힘이 있는지도 몰랐던 그런 힘을 가르쳐 준 정보가 된 겁니다. 재미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였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그런 훌륭한 교과서가 됐던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이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맘껏 누리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발언했던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입니다.

[녹취: 리경훈 부장] “공화국 헌법 제 67조에는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민들은 법의 보호 속에 자기 의사를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하여 자유롭게 표시하고 있으며 저작 및 문학 예술 활동도 맘껏 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그러나 과거 발표했던 ‘통제된 사회, 단절된 삶’이란 제목의 북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이 세계인권선언 19조가 보장하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는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가질 자유를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모든 수단을 통해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이를 받고 전할 자유를 포함한다고 세계인권선언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