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청와대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VOA는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을 보내 드립니다. 오늘은 ‘비핵화에 달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비핵화’와 미-북 대화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닌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에 보내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의겸] ”김여정 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시 김의겸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의겸]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는 뜻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할 정도로 정상회담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건 조성’을 거론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는 과거 1, 2차 정상회담과 달리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긴장되고 복잡해졌음을 의미한다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1, 2차 정상회담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고요, 북한이 요청한 최초의 정상회담이고, 이번 경우는 북 핵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했고, 대북 제재로 사면초가에 처한 김정은 정권이 출구전략으로..”

실제로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1차 남북정상회담은 핵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로 북한 핵이 동결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또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2차 정상회담도 핵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담은 2.13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1, 2차 정상회담 때와는 180도 다른 상황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후 4 차례의 핵실험과 41 차례에 걸쳐 6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데 이어 올 1월1일 신년사에서는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 단추를 쥐고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김정은] ”미 본토가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북한의 거듭된 핵과 미사일 도발은 문재인 대통령을 강경하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실망하고 분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비핵화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의제가 돼야 하는 것은 물론 비핵화 약속이나 진전, 행동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핵 활동을 동결하거나, 핵과 미사일을 더 생산하지 않겠다는 성명 같은 긍정적인 제스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I would like to see for example..

문제는 북한이 남북 간 회담에서 비핵화를 의제로 삼는 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된 10일에도 아태평화위원회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이미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가라고 선언했어요, 작년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하고 완성했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폐기하겠다고 하겠습니까.”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탐색적 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복원됐으니 이를 미-북 대화로 연결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낮춰 보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를 병행 개선하자는 것은 문 대통령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남북대화가 미-북 간 대화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북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북한의 김여정 특사를 면담한 것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과의 조건없는 ‘탐색적 대화’ 용의를 밝힌 점입니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한 펜스 부통령은 10일 북한과의 대화 용의를 밝힌데 이어 19일에도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태도가 이렇게 바뀐 것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펜스 부통령이 개막식에서 북한 대표와 인사도 안하고 냉랭하게 하고 갔는데, 미국으로 가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탐색적 대화할 수 있다, 그동안의 변수는 딱 하나, 청와대에서 2시간 40분 간 김영남 일행과 문 대통령과 오찬 하나죠.” 

중동을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12일 “북한과 대화의 시기는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미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 논의를 거쳐 북한과 예비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당분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2일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시험이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관측통들은 미-북 간 탐색적 대화가 4월 이전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은 3월 18일로 끝나면 올림픽 때문에 연기됐던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이 4월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미-북 대화가 이뤄지려면 군사훈련 시기와 겹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