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부터)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부터)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미 고위당국자들이 총출동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주말 동안 이어진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또 다시 언급했는데요. 

기자) 틸러슨 장관은 18일 방송된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대화에 나오도록 설득하기 위해 어떤 당근을 제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당근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대신 커다란 채찍을 이용하고 있고, 북한이 이런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을 계속 옥죌 것이고, 그 목적은 북한이 대화에 응하기 위해서라는 오랜 입장 그대롭니다.

진행자) 일부 언론들은 틸러슨 장관의 이런 발언을 근거로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기자) 미국의 대화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구체화한 이후부터 줄곧 유지됐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대화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는지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요.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과 ‘대화’를 상충되는 개념으로 해석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 등 미 당국자들은 최대 압박은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도구라는 점을 진작부터 분명히 해 왔습니다. 북한이 압박에 못 이겨 대화 테이블, 즉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는 협상 자리로 나오도록 한다는 계산이었던 것이죠. 이런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변한 적이 없습니다. 

진행자) 그런 의미에서 ‘채찍’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거군요?

기자) 지난해 4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돌이켜봐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관련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면서 나온 얘긴데요.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들은 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적 고립에 국제사회가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그 목적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였고, 수단으로 ‘커다란 채찍’을 사용하겠다는 입장, 다시 말씀 드리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강력한 경제 제재 등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 캠페인이 북한에 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렇다고 해도 다른 미 당국자들보다 틸러슨 장관의 입에서 ‘대화’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온 건 사실이 아닌가요?

기자) 틸러슨 장관은 이를 자신의 ‘역할’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역할은 ‘외교’를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동시에 강력한 대북 압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도 설명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바로 대화라는 거죠. 흥미로운 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다른 미 당국자의 역할을 소개했다는 점입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첫 번째 포탄이 (북한에) 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자신의 임무, 즉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비핵화가 실패한다면 군사적 조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이 역시 빼놓지 않고 해왔던 발언입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이 군사 조치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중국을 직접 거론한 게 눈에 띄네요. 

기자) 네, 틸러슨 장관은 중국 측과 협상을 하면서 “당신과 내가 실패를 한다면 이 사람들이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람들이란 짐 매티스 국방장관을 가리키는 건데요. 북한 문제에 큰 지렛대를 지닌 중국마저 북한을 설득하는데 실패한다면 군사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걸 중국에 직접 얘기했다는 겁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의 대담 행사에서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당신과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짐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싸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문제와 연계시킨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으로 알려졌었는데, 군사적 조치도 연계가 되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중국이 북한을 비호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비용이 혜택보다 커지는 지점에선 계산을 바꾸지 않겠습니까? 미국은 그 한계 지점을 바로 북한에 대한 군사조치로 판단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 같은 일종의 ‘레드라인’을 중국에 경고했다는 사실을 틸러슨 장관이 구체적으로 공개했다는 건 주목할만합니다. 국무장관의 협상도구 목록에 ‘군사 조치’가 늘 포함돼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의미도 있고요.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기자) 틸러슨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해 왔습니다. 대화 채널은 늘 열려 있으니, 북한이 먼저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라는 겁니다. 틸러슨 장관은 이미 지난해부터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열려 있고, 이런 채널을 통한 대화는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말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비핵화라는 기존 대화의 전제조건을 없앤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대화’와 ‘협상’이 서로 다른 개념이라면서, 대화는 어느 때라도 열릴 수 있지만 그렇게 시작된 대화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으로 이어지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예비 대화’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협상 이전의 대화, 그러니까 서로 탐색을 하기 위한 과정을 갖자는 뜻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탐색적 대화’라는 표현은 오바마 행정부 때 나온 말입니다만, 트럼프 행정부 역시 취임 이전부터 북한과의 이런 종류의 접촉 가능성을 닫은 적이 없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보더라도 이런 대화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늘 열려있다고 했던 발언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17일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이 독일에서 열린 ‘제54차 뮌헨 안보회의’에서 발언을 했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설리번 부장관] “We are open to talk. What we are not open to is negotiation and making concessions to the North Koreans without any effort by them to make steps to commit the denuclearize the Korean Peninsula.”

미국이 열려있다고 하는 건 대화이지 협상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또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단계를 밟는 어떤 노력 없이는 양보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고요. 

진행자) 그렇다면 협상이 아닌 대화, 혹은 탐색적 대화의 선택권은 현재 북한에게 넘어가 있다는 건데요. 이 시점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나 조치는 뭘까요? 

기자) 최대 압박입니다. 북한이 탐색적 대화든, 예비 대화든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에 나오려면 압박에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와야 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압박 때문에 대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커다란 채찍’을 계속해서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그래서일까요?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고위당국자들도 주말 동안 ‘최대 압박’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17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요. 잔혹한 김정은 정권이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세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가용한 모든 도구를 사용해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보좌관] “…today let us resolve not only to enforce existing sanctions but also to commit to downgrading diplomatic relations, cutting off all trades, military and commercial ties, and expelling ‘so-called’ guest workers.”

그러면서 오늘날 국제사회는 단순히 현 제재를 이행하는 것뿐 아니라 (북한과의) 외교관계 격하와 모든 무역, 군사, 상업 관계의 단절, 그리고 소위 초청 노동자로 불리는 북한 노동자를 추방시키도록 결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같은 안보회의에 참석한 설리번 장관도 동일한 입장이었군요. 

기자) 네, 설리번 부장관은 ‘최대 압박 캠페인’을 ‘비확산’ 문제와 연계했습니다. 특히 핵 비확산에 찬성하는 사람은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입에서도 ‘최대 압박’이 나왔죠?

기자) 네. 펜스 부통령은 지난주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을 응원했고, 동시에 동맹들과 굳건한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대 압박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펜스 부통령] “And we made it clear that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ill bring maximum pressure to bear on the dictatorship in North Korea until they stop threatening this country and end their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once and for all..”

한국 방문 기간 동안 북한의 독재 정권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멈추고,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영원히 끝낼 때까지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런 발언 때문에 마치 틸러슨 장관은 대화와 관여를 원하는 반면 펜스 부통령이나 맥매스터 보좌관 같은 백악관 관리들은 강력한 압박을 주장하는 듯한 대립구도로 자꾸 묘사되지 않습니까?

기자) 언론에서 그런 보도들이 계속 나오지만 펜스 부통령과 맥매스터 보좌관 모두 큰 틀에서 보면 틸러슨 장관의 발언과 일맥상통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동일합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최대 압박 이후에 기대할 수 있는 결과, 즉 대화 혹은 군사적 조치를 언급했고, 다른 당국자들은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무게를 뒀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펜스 부통령도 ‘대화에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미 당국자들 모두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을 통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