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였던 탈북자 리정호 씨가 14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였던 탈북자 리정호 씨가 14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를 지낸 리정호 씨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을 새로운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 제재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앞세워 이 상황을 탈피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정호 씨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이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킨 것을 고무적인 움직임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제재처럼 범정부적, 국제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여 북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리 씨는 14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반인륜적 문제로 미국은 물론 세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인권 문제는 북한 독재자한테는 아주 초강력 무기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행한 국정연설에서 탈북자 지성호 씨를 소개하고, 백악관으로 탈북자들을 초대했습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최근 한국을 방문해 탈북자를 면담하는 등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리 씨는 이런 미 행정부의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김정은 정권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잔학한 속성과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고, 또 탈북자들을 만나준 것은 소외된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신심을 줍니다. 또 잔악한 독재자한테는 상당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독재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분리시킨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면서, 2천500만 북한 주민들을 구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였던 탈북자 리정호 씨가 14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였던 탈북자 리정호 씨가 14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 씨는 “김정은 정권이 초강력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 외교적 고립으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고, 심각한 궁지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때문에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고, 정상회담을 실시하는 것은 자기들의 상황을 호전시키려고 하는 고도의 위장전술입니다.”
 
리 씨는 김정은 정권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 사실과 핵과 미사일 실험을 수 차례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북한이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대북 압박 캠페인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리정호 씨] “이것은 김정은이 얼마나 위급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의 유화적인 제스처에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방패로 임박한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시간을 벌어서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자는 계산도 엿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미국의 선제공격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리 씨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위장전술’에 속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그런데 한국 대통령이 잔악한 독재자와 손을 잡고, 또 평화공존을 하게 되면 자유를 갈망하는 2천500만 북한 주민들은 더욱 더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는 대북제재는 과거에 없던 초강력 제재”라고 전제하며, 북한 정권은 한국을 내세워 제재 체제에 구멍을 내려 하는 만큼 여기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북대화는 물밑 작업을 통해 북한에 반드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해야 성사돼 왔다며, 만약 한국 정부가 이런 행위에 가담한다면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과거에 우리가 경험한 데 의하면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서 돈을 받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드시 물밑 거래가 진행됐습니다. 이걸 꼭 조사해야 합니다. ”

이런 가운데 리 씨는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선택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그대로 놔두면 전 세계는 김정은 정권의 핵 인질이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리정호 씨]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한반도는 결코 평화로운 곳이 아니고 위험한 곳입니다. 한반도는 수십 년간 휴전상태로 수백 만 명의 군인들이 서로 총구를 맞대고 있으며 언젠가는 결판을 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러면서 위험을 최소화하고, 신속히 해결하는 선제공격이나 북한 내부에서 핵 단추를 제거하는 심리전을 군사적 선택지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리 씨는 북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김정은의 생존과 직결된 핵은 이런 방식으로 풀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39호실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등을 거친 리 씨는 지난 2014년 망명 직전엔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지냈습니다. 

이날 리 씨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과 수백 명의 고위간부, 이들의 자녀들까지 처형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망명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리 씨는 미 유력 언론 등과 인터뷰를 한 적은 있지만, 워싱턴의 민간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