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했습니다. 2002년 이후 북한 예술단의 첫 한국 공연을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공연장 주변에서는 반대시위도 열렸습니다.

평창올림픽을 축하하는 북한 예술단의 첫 공연이 어제(8일)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 만이었는데요,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은 한국 가요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평창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라디오
[특파원 리포트 오디오] 북한 예술단 15년만에 방남 공연… ‘J에게 등 한국 가요도 불러’

8일 저녁 8시 강릉아트센터.

[녹취: 공연장 음악] '반갑습니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 울려 퍼집니다.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한복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8명의 여가수가 힘찬 목소리와 호응을 유도하는 율동으로 공연 초반부터 분위기를 달궜습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15년 만에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예술단은 이날 정동중의 겨울 풍경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흰눈아 내려라’를 비롯해 평화를 형상화한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등 북한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녹취: 공연장 음악] 'J 에게'

한국 가수 이선희의 ‘J’에게,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최 진사댁 셋째딸’ 등 한국 가요를 불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은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노래가 끝나면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녹취: 채공순, 82세] “통일 노래, 최고 좋았어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저도 같이 그 사람들이랑 따라 불렀어요.”

보통 북한에서 예술단이 공연할 때는 배경에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자연 풍경이 주를 이뤘습니다.

남과 북은 레퍼토리를 놓고 공연 직전까지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란봉’과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곡이 문제가 됐는데, 민요풍의 ‘모란봉’은 ‘사회주의 혁명이 좋을시구~’란 구절이,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은 3절의 ‘태양 조선 하나되는 통일’이란 구절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논의 끝에 북한 예술단은 ‘모란봉’은 부르지 않았고, ‘태양 조선’을 ‘단군 조선’으로 바꿔 불렀습니다.

무대 마지막은 이산가족 상봉 영상을 배경으로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가 장식했습니다.

이날 공연 관람객은 총 812명으로 이 가운데 문화계, 체육계, 사회적 약자, 실향민, 이산가족 등 정부 초청 인사가 252명이고, 나머지 560명은 추첨으로 선발된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관람에 응모한 사람은 총 15만 6천232명으로 강릉 공연 경쟁률은 139대1이었습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꼽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공연 하루 전인 7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리허설에 매진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이번 공연에 북한체제 선전의 느낌이 있었는지 묻는 ‘VOA’기자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최문순 지사] “체제 선전 부분은 전혀 없었습니다. 남쪽에서 좋아하는 트로트 곡이 많이 있었고 서양 곡이 많이 있었습니다. 동포애가 진하게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무엇보다 북측 예술단이 한국 가요 등 친숙한 노래를 공연한 것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소윤 21세] “생각보다 재밌었고, 아는 노래가 나와서, 트로트, 아리랑 오페라 유령 등 나와서 너무 좋았어요.”

[녹취: 이철 씨, 64세] “연주하는 데 너무 수준이 높아요. 너무 좋고 우리나라 가요하고 별로 차이가 없더라고요.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직접적인 북한체제 선전은 없었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녹취: 박정숙, 68세] “우리가 즐겨 부르던 가요에 섞여 있는 가사에 (체제 선전)을 시사하는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북한 예술단의 한국 공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녹취: 시위대] “현송월은 꺼져라! 기쁨조는 꺼져라”

이날 공연장 밖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평양올림픽을 규탄한다, 북한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녹취: 시위대] “그런 평창에서 북한 국기를 달고 대한민국 국기를 부정하는 올림픽은 떠나라!”

반면 북한 예술단을 환영하는 집회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북한 예술단 환영단] 

북한 예술단은 오는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한 뒤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