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이 2년만에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측 단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의 발언을 북측 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듣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2년만에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측 단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의 발언을 북측 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듣고 있다.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남북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기조를 훼손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치면서, 미한 동맹을 분리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남북간 고위급 회담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질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I think South Korea needs to be careful…”

와일더 전 보좌관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은 북한에게 많은 것을 주고, 적은 것을 받았던 과거 협상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위기 없는 올림픽을 치르는 것과, 군사회담을 열고 군사 핫라인을 재개통하는 것은 좋은 일인 만큼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재 미국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는 최대 압박 분위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아직까지 한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에 대한 위협과 관련된 내용을 대화 테이블에서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향할 때까지 한국은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도 압박을 줄여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That’s what the North wants. But I think…”

또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하고, 한국과의 경제협력 재개를 원하고 있지만 이런 요구사항들은 북한이 진지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 한국에 의해 먼저 제안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최대 압박’ 캠페인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In my view the maximum pressure campaign…”

최대 압박 캠페인이 김정은을 마침내 유연하게 만들면서, 그가 처음으로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겁니다.

따라서 최대 압박 캠페인이 작동하는 현 시점에선 이를 줄여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 역시 증대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북한이 문재인 한국 정부에 유화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결정을 이끌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보이도록 행동함으로써 북한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국제사회 압박 분위기를 꺾을 것으로 희망하고, 또 기대한다는 겁니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도 ‘최대 압박’ 캠페인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The Trump administration is concerned about…”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이번 올림픽 참가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할 지를 놓고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문재인 한국 정부가 이런 북한의 요구에 맞춰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개성공단 재가동을 결정할 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테리 전 보좌관은 북한의 핵 무기 등이 한국이 아닌 미국을 겨냥했다는 북한 측의 9일 고위급 회담 발언을 경계했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The point about North Korea emphasizing…”

이런 발언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를 멀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트로브 연구원 역시 북한의 최종 목적은 미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을 전략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와 관련한 첫 단추는 미-한 군사훈련을 축소하고, 궁극적으론 끝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우드로윌슨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VOA’의 질문을 받은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 정부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조언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 think folks in Seoul would have to look…”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국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제재를 통해서도 다자간, 양자간 제재를 보완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경제와 금융, 은행 분야에 가해진 제재, 특히 유엔 안보리의 제재 문제를 건드리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한국이 이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스스로 미국과의 양자 관계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지난 수 개월간 따라왔던 (미국의 대북) 정책을 훼손한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신중한 해석을 내렸습니다.

[녹취: 블링큰 전 부장관] “Firstly, you have to take this one very very small step at a time…”

우선적으로 이런 대화는 매우 조금씩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당장 의사소통과 대화가 있다는 건 긍정적이며 모두의 이익에 맞춰 좋은 올림픽의 분위기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블링큰 전 부장관은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화가 올림픽을 뛰어넘을 지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와 관여, 또 압박이 동시에 가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대화를 하는 중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미국 등은) 압박 프로그램을 대화의 주제로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고위급 대화가 주로 올림픽과 군 통신선 연결, 추가 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매우 평범하다면서,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So far I don’t believe there is…”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대화에 나선 것 역시 의제를 정하지 않은 탐색적 대화를 하겠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며, 사실상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응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